찰리 로즈(Charlie Rose)의 추락은 순식간에 닥쳐왔다. 그가 그의 이름을 딴 미국 공영방송 PBS 프로그램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유식하고 세련된 방송인으로 명성을 누려왔지 않았던가. 더군다나 2012년부터는 두 명의 여성 앵커 사이에 CBS의 두 시간짜리 모닝뉴스 간판 앵커로 많은 시청자들의 신망을 한 몸에 받아왔지 않았던가. 그래서 뉴스 판단에 관한한 상당한 과장벽이 있는 타임지에서 그를 2014년에 이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100인 중 하나로 꼽기도 했었다.
그런데 지난 20일 워싱턴 포스트지가 로즈의 부하 직원이었거나 인턴이었던 8명의 여성들의 경험을 기초로 해서 로즈가 샤워를 하고나서 하체를 드러내놓고 그 여자들 앞에 나타나거나 전화를 걸어 성희롱을 하고 심지어는 그 여자들의 신체부위를 마구 만지려했었음이 폭로되었다.
할리우드 프로듀서(하비 와인스타인)와 배우들의 연예 지망생들에 대한 수십년간의 성희롱 사건을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천연덕스럽게 보도하던 로즈였기에 방송계 지망생들에 대한 그의 후안무치의 갑질은 규탄의 대상이 되기에 마땅했다. CBS와 PBS의 반응도 즉각적이었다. 폭로기사가 나온 지 24시간도 못돼 그를 정직시키더니 이틀이 되기 전 그를 파면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미국정계, 그리고 방송계 즉 미국전반에 걸쳐 주로 갑의 위치에 있는 남성들의 여성 부하직원들 아니면 인턴들에 대한 못된 성추행의 부끄러운 역사의 봇물이 터진 것이다. 알 프랭켄 상원의원(미네소타·민주)의 코미디언 시절 여성 앵커에 대한 성추행 때문에 상원 윤리위원회가 소집될 판국이다. 그리고 잭키 스피어스(캘리포니아·민주) 하원의원에 의하면 그 자신이 의회의 인턴시절 성추행을 당했으며 현역 의원들 중 두 사람이 성 추행범이란다. 하기는 2016년 대선 때 폭로되었던 예전 비디오에 의하면 트럼프 자신이 “(리얼리티 TV) 스타가 되니까 여자들이 어디든 만져도 내버려 두더라”라고 말한 장면마저 있고 보면, 32세 검사시절 14세 여자아이를 성희롱했다고 지탄받는 로이 무어 앨라배마 상원 공화당 후보를 트럼프가 은연 중 지지 하는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한국을 20대 중반에 떠난 내가 기억하는 남자들의 성 풍속도와 한국의 여성 미디어 진출 역사를 기억해 보기로 한다. 로즈의 나신 노출증과 비슷한 증세를 보이던 친척이 한 명 있었다. 6.25전쟁 직후 육군참모총장을 지냈던 이종찬 씨의 조부 때 집이었던 99칸 한옥을 매입했던 그는 목욕을 하고는 벌거벗은 몸으로 대청이건 안방이건 활보했기에 집안의 일하던 여자들을 당혹시키곤 했었다.
나를 포함하여 1959년에 동아일보 견습기자로 뽑힌 12명 중에는 2명의 여기자가 있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동아일보 편집국에는 서제숙 씨란 홍일점 여기자가 문화부에 있었기 때문에 입이 걸기로 유명한 남자 기자들의 진한 성적 농담에 진절머리를 쳤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그런데 여기자들 수가 갑자기 셋이 되어 큰 힘이 되었음직하다. 서제숙 씨는 나이 지긋한 노처녀였는데 서울공대 출신 나의 견습 동기생 김재관과 연애해 결혼을 한다. 나의 동기생 두 여기자 중 박동은 씨는 숙대 영문과 출신으로 지방부, 사회부를 거쳐 오리건 대학으로 유학해 석사 학위를 딴 후 귀국해 유엔아동기금 한국지부 사무총장으로 오래 근무했었다.
그의 동료 권영자 씨는 서울문리대 불문과 출신으로 여러 부서를 거친 다음 불문과 동문이었던 남편과 프랑스 유학 후 김영삼 정부시절 무임소장관(정무장관)을 지냈고 여당 전국구 제1순번 국회의원도 지냈다. 내 기억으로는 견습 2기생부터 4기 때에는 여자들이 없었고 1964년 5기생 때에는 여성합격자들이 있었다.
한국 언론계에서는 남자 간부나 선배들이 여자 초년생들에 대한 성추행 내지 성희롱이 미국에 비해서는 적지 않을까라고 짐작해본다. 1960년 신년시무식에서 당시 “단상단하”란 정치촌평 칼럼으로 유명했던 백광하 부국장이 준 금일봉 수표로 종로 어느 바(Bar)로 몰려갔던 견습기자들 대부분이 바 여급들의 흉부와 둔부 등을 마냥 주물러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던 나였으니까 한국은행 기자실의 음담패설이나 해외출장 갔다 온 선배기자들의 성매매 묘사가 달가웠을리 없다.
성관계는 결혼의 테두리 안에서 부부사이에서만 국한되어야 한다는 성경적인 도덕관을 준수하는 것이 하나님께 대한 충성이며 아내에 대한 마땅한 도리라고 확신하는 나에게 직장 동료들의 흔한 성편력 잡담이 적지 않게 부담이 되었었다. 그것이 풀브라이트 장학금 시험에 응하여 유학을 하겠다는 결정한 동기 중 하나가 되었을 것이다. 물론 부도덕으로의 유혹은 우리 주위에 산재해 있다. 한국 젊은 남자들 대부분이 군입대를 전후해서 집창촌들을 드나드는 것은 비밀도 아니다. 그리고 19세 금 또는 미국으로는 청소년 절대금지 X등급의 영화 내용들은 온갖 불륜장면 등을 묘사하여 인기를 끌고 있다. 그 결과 유혹에 약한 많은 사람들의 경우 견물생심의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직장 안에서는 기혼자라도 흔히 유혹의 대상이 된다. 본인들이 좋아하기만 하면 미혼, 기혼, 남녀불문의 성행위가 아무런 문제가 안된다는 성도덕의 파괴가 문제다. 그런 의미에서 펜스 부통령이 자기 부인이 동석하지 않고서는 다른 여자와 식사조차 하지 않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부도덕으로 악명이 높은 트럼프를 옹호하는 모순을 그가 보여 정치라는 게 참 묘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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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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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와인스타인? 모두 와인스틴 이라 발음 하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