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5개국 순방 일정이 끝났다. 동아시아가 그 어느 때 보다 전략적 가치가 증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에 있어 동아시아의 전략적 의미는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는, 세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동아시아는 세계 경제의 3분의 1을 생산하는 거대시장으로 미국의 국익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앞으로 전개될 향후 20년간 새로이 부상하는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 대비해 중국의 확장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의 절대적 협조가 필요한 전략적·지정학적 가치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동아시아 순방을 통해 미국 동맹들과 파트너십 강화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국제 결의 강화, 그리고 공정하고 상호교환적인 무역을 통한 미국 번영의 발전이라는 세 가지 목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 ‘국제전략연구소’(CSIS)가 동아시아 재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는 ‘미·일동맹: 2020년까지의 대 아시아전략’(The US-Japan Alliance: Getting Asia Right through 2020)은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수행해야 할 외교 전략과 정책을 담은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 교본으로 알려져 있다. 집필자는 공화당계 리차드 아미티지와 민주당계 조셉 나이를 필두로 미국 정부의 아시아 정책 결정에 직·간접으로 관련이 있는 초당적인 16인의 학자와 전직 관료들 이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다. 이 교본에 따르면, 일본에 대해서는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점과 현재의 미·일 동맹을 영·미동맹으로 격상하고 일본의 국력을 강하게 신뢰한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이 제시한 ‘가치의 공유’를 동맹의 존속 근거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미·일동맹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양국의 정부, 군대 (군수산업 포함) 협력을 강화해야 하며, 미군 ‘태평양사령부’에 일본 자위대 참모본부를 배치하여 군사정보를 공유하도록 해야한다고 제시한다. 또한, 보다 평등한 동맹이 되기 위해서는 일본이 방위책임을 좀 더 크게 분담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한국에 대해서는 역사적, 지정학적 이유로 미·일과 안보 인식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한·미·일이 근본적으로는 가치를 공유하며 경제적·안보적 국익을 공유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협조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여기서 눈여겨 볼 사항은 한국의 친중 외교정책과 정치를 신뢰할 수가 없어 미·일 동맹이 주도한 동아시아 전략 파트너로는 한국을 제외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둘러싼 북·미간 첨예한 대치 속에서 이른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과, “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 편입, 한·미·일 군사동맹은 없다”고 선언한 3불(三不) 정책을 두고 월스트리트저널은 11월 7일 ‘한국, 베이징에 고개 숙이다(South Korea’s Bow to Beijing)’ 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가리켜 ‘못 믿을 친구’라고 강하게 비판한 점은 이와 무관치 않다.
북한에 대해서는 비관적으로 전망하며, 한국이 주도하는 통일이 불가피하며 북한 핵은 통일 후에 우크라이나 방식으로 전개될 것이며 2020년까지 통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그 이유로 자신들의 미래를 국제적 안정을 위협하는 핵과 미사일 능력에 거는 도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과 대타 협해서 개방할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2백만이 굶어 죽어도 등소평 식으로 개방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이 보기에 미국의 ‘나쁜 외교정책’ 을 깊게 불신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제적 유인책을 ‘독이 든 사과’라고 간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 안보문제의 핵심인 북한 핵문제에 관해서는 한반도 통일 이후에 비로소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에 대해서는 중국과 협조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매우 중요하지만 ‘가치의 상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신뢰의 손실이 있으며 미·중관계가 미·일관계와 같은 정도로 긴밀하게 갈 수 없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냉전 종결 이후 아시아에서 미·일동맹이 상대할 위협은 중국과 북한이며 그래서 미국은 이 두 나라의 위협이 일본 국내의 군사체제를 정비하는 명분으로 이용되는 것을 허락하고 일본이 보통국가로 거듭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보고서는 한국의 전략가와 정책입안자들에게 커다란 함의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은 외교·안보 문제와 관련하여 어떤 전략을 가져야 하는가? 더 나아가 한국은 민족 문제와 동맹의 문제가 중첩된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주지하듯, 한국의 대북정책이 그 자체로 아무리 합리적이라 해도 미국이 한국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으면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한국의 대북정책이 사실상 워싱턴에서 만들어진다 해도 큰 과장은 아니다. 일본과는 달리 한국은 한국의 정책과 전략을 지원하고 추동하는 워싱턴 세력을 배양하고 관리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을 넘어 큰 외교적 실책이라 아니할 수 없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햇볕정책’을 추구하다 실패한 것은 바로 이런 연유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사실을 문재인 정부는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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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국 정치 철학자,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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