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하 존칭 생략)의 탄생 일백년이 되는 해다. 그는 민생복지와 안정을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지옥을 거느린 독재자였다. 그는 북한의 사주를 받은 자객 문세광에게 부인 육영수를 잃었고 그 자신도 그가 만든 중앙정보부 김재규 부장에게 피살됐다. 큰딸 박근혜는 대통령 임기도중 탄핵된 후 수감돼있다.
우리 민족의 역사적 큰 원한을 꼽으라면 멈춘 적이 없는 외세침략, 한 순간도 근절된 적이 없는 권력의 착취, 부정, 인권탄압 그리고 뼈속깊이 자지러지게 이어온 백성들의 가난일 것이다. 특히 가난, 이 얼마나 우리 민족의 혼백까지 슬프게 만든 필수 극복의 과제였던가. 이렇게도 절절한 누대 천년의 가난을 극복시킨 장본인이 바로 박정희다. 그의 업적을 누가 감히 지워버리려할 것인가. 아무도 그의 업적을 과소평가하려 들거나 부정하려해서는 안될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대한민국 경제발전이 박정희의 동기부여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지라도 역사기록만큼은 과장없이 있었던 사실 그대로 정의롭게 평가돼야만 한다.
박정희 시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원안은 윤보선, 장면의 민주당 정부가 수립한 내용을 그래도 베낀 것이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공로 치하에 토를 달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그의 경력과 통치과정 때문이다. 결코 고의적인 폄훼 의도나 혹독한 독재정치에 저항했던 나머지 감정적 편견을 넣으려는 의도가 아니다.
박정희는 일본 천황에게 충성을 바친 인물이다. 만주군관학교에서 소위 유망한 황국식민으로 평가받고 선발돼 일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만주 등지에서 독립군 토벌에 참여했다. 그의 일본식 이름은 ‘오카모도 미뇨르’, ‘다가끼 마사오’ 등 2개로 알려져 있다. 일본군에게 끌려갔던 장준하, 김준엽이 탈영하여 우리 광복군에 참여했을 때도 그는 계속 일본군에 남아있었다. 해방 후 박정희는 남로당에 가입하여 활동하다 핵심 군부당원 163명의 명단을 가지고 귀순하여 정일권 당시 육군 참모총장에게 바치고 구명된다. 4.19 혁명 이후 문약한 민주당 정부의 혼란을 틈타 그는 쿠데타를 일으킨다. 이 사건이 지금도 공식적인 호칭을 받지 못하고 있는 소위 ‘5.16 군사혁명’이다.
‘새마을운동’이라는 획기적인 국민 대약진운동을 전개했다. 그는 한일협정에서 재일동포 법적지위 보장을 빠뜨리고 이승만이 그어놓은 평화선을 대폭 양보했다. 김종필·오히라 비밀 메모는 지금도 박정희 정권의 부정비리 꼬리표로 따라다닌다. 그의 굴욕적인 한일외교에 반대하는 세력을 진압하기 위해 그는 각 주요대학에 군대를 투입하고 ‘위수령’을 발동하기도 했다.
그 이후 박정희 군부 독재의 정치적 만행은 새삼스레 밝힐 것 없이 국민 모두가 다 알고 있는 바다. 그의 정치, 독재행패는 일제 때보다 더 막심했다고 하는 언론탄압, 야당인사들 및 각계 지식인 등 고문투옥 그리고 무엇보다 용서가 허용되지 않는 소위 유신헌법과 그것도 모자라 아홉차례에 걸친 긴급조치 발동 등이 18년간의 그의 정치기록의 전부일 것이다. 중앙정보부를 창설하고 집권내내 국가 공포분위기를 지속했다.
각계 지식인, 종교인, 성직자는 물론 국민 누구에게도 반대의 목소리가 허용되지 않았다. 장준하, 최종길의 의문사, 일본에서의 김대중 납치, 자기 휘하에 있던 김형욱 망명실종, 홍종철 익사사건, 인혁당 날조 지식인들 사형 등등이 정보공작 공포정치의 극치를 이룬다.
세계 어느 나라 역사에서도 산업발전을 이유로 독재자를 찬양하는 기록은 없다. 최초로 중국 천하통일의 위업을 달성했던 진시황도 ‘분서갱유’ 만행과 수많은 지식인 생매장 등 백성학살로 폭군으로만 평가받고 있다. 히틀러도 ‘아우토반’(군사형 고속도로) 건설 각종 군수산업 시설 등으로 라인강 기적의 인프라를 구축한 장본인이지만 지금도 살인범 독재자로만 남아있다.
우리의 과거 대통령이었던 박정희에 대한 평가는 누구나 자기 양심대로다. 그의 업적만을 있었던 그대로를 역사에 기록하는 것이 우리 후손들이 국가정의를 지켜가는데 표본이 될 것이다.
민주적으로 경제를 발전시킨 나라가 얼마든지 있는데 그는 왜 무한대로 국민을 탄압하는 독재정치를 해야만 했나. 그의 탄생 일백주년 앞에 만감이 교차한다. 불행하고 곤욕스럽던 사건들을 사사로운 연민으로 덮고 지나가려는 것은 역사에 대한 일종의 죄악이다.
(571)326-6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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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용 자유광장 회장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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