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OC, 다음달 집행위서 도핑 스캔들 러시아 징계 결정
▶ NHL 이어 KHL(러시아리그)도 대회 불참 가능성 커져
NHL 선수들이 참가한 소치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미국과 핀란드의 3-4위전 [AP]
도핑스캔들로 2014 소치동계올림픽 크로스컨트리 금메달을 박탈당한 러시아의 알렉산더 레그코프(가운데). [AP]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파급력이 훨씬 큰데다 내부적으로 컨트롤 할 수 없는 외부 발 악재가 겹치면서 대회 흥행과 성공적 개최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100일 앞둔 이달 1일,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채화된 성화가 인천에 도착한 뒤 본격적인 성화 봉송 레이스가 이어지면서 올림픽 분위기는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참가를 유도해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성공 개최하겠다는 개최국으로서의 의지와 달리 국제 스포츠 기구 간의 마찰, 강대국의 파워 게임 양상으로 치달은 외부 요인 탓에 대회 정상적 개최와 흥행을 걱정하는 시선이 늘고 있다.
■NHL 불참 선언
평창동계올림픽은 지난 9월 NHL의 대회 불참 선언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아이스하키는 피겨 스케이트와 더불어 동계스포츠의 꽃으로 불리는 종목이다. 인기도 측면에서도 최고를 다툰다.
NHL은 리그 일정 중단에 따른 금전적 손해와 선수들의 부상 위험성 등을 이유로 평창올림픽 불참을 선택했다. 하지만 NHL이 1998년 일본 나가노 대회부터 2014년 러시아 소치 대회까지 5개 대회 연속 출전한 동계올림픽을 건너뛴 배경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의 갈등이 있다는 게 정설이다. NHL은 IOC에 톱 스폰서 수준의 대우를 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IOC는 다른 종목과의 형평성을 들어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평창동계올림픽이 직격탄을 맞았다. 평창조직위는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인 NHL의 불참으로 입장권과 중계권료 수익에서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NHL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에는 관심이 있다며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 평창을 더욱 난처하게 했다.
■사상 최악의 러시아 도핑스캔들
30개 종목에 걸쳐 스포츠를 암흑으로 뒤덮은 러시아 선수들의 약물 스캔들 파문은 또 다른 대형 악재다.
IOC와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지난 2011년 이래 각종 국제 스포츠 이벤트에서 벌어진 러시아 선수들의 도핑 테스트 조작 사건을 지금도 정밀 추적하고 있다.
이 사건은 러시아가 국가 주도로 자국 선수들의 소변 샘플을 바꿔치고 혈액 샘플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약물 검사를 조작한 최악의 스캔들이다. IOC와 WADA는 이 추문에 러시아 선수 1,000여 명이 연루된 것으로 보고 있다.
IOC는 지난해 브라질 리우 하계올림픽에서 러시아 육상, 역도 선수들의 출전을 금지했다. 또 최근에는 4년 전 소치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3개를 딴 러시아 스키 선수 6명에게 도핑 결과 조작에 따른 실격과 올림픽 영구 출전 금지, 메달 박탈, 기록 삭제 등의 중징계를 내리고 러시아를 압박했다. WADA는 또 지난 10일 러시아 약물 스캔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마지막 퍼즐인 러시아 반도핑기구의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했다고 발표하면서 분석 결과에 시선이 집중된다. 내부고발자가 건넨 이 자료에는 2012년 1월부터 2015년 8월까지 러시아 모든 선수의 도핑 테스트 결과가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출전 금지? 보이콧?
WADA는 14∼16일 서울에서 열리는 집행위원회에서 러시아의 약물 스캔들을 집중해서 다루고, IOC는 다음 달 5일 스위스 로잔에서 집행위원회를 개최해 러시아의 평창올림픽 참가 허용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러시아의 출전자체가 금지될 가능성도 있고 설사 러시아 선수들의 참가를 허용하더라도 러시아 국기와 국가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추가 징계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알렉산드르 쥬코프 러시아올림픽위원장은 “우리 선수들이 러시아 국기를 달 수 없는 대회에 출전하지 않을 것”이라며 IOC의 추가 징계가 내려질 경우 평창올림픽을 보이콧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스캔들, 외교 분쟁 비화 가능성
물론 코너에 몰린 러시아는 IOC와 WADA의 징계 움직임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IOC의 러시아 선수 징계 배후에 미국이 있다며 이 문제를 외교 쟁점화 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또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불거진 러시아 개입설의 보복 조처로 미국이 IOC를 활용해 러시아 선수들을 징계했으며 내년 러시아 대선에 영향을 주려고 한 것이라는 취지의 의혹도 제기했다. 의혹과 추정일 뿐이나 러시아 도핑 스캔들의 불똥이 엉뚱하게 미국과 러시아의 외교 분쟁으로 튈 소지가 생긴 셈이다.
■러시아 불참시 파장은
노르웨이, 미국, 독일, 캐나다와 함께 동계올림픽 5강으로 꼽히는 러시아가 평창에 오지 않는다면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경쟁하는 올림픽 무대의 빛이 퇴색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미 세계 최고의 리그인 NHL이 불참을 선언한 아이스하키의 경우 세계 2위 리그인 러시아 대륙간 하키리그(KHL)마저 불참할 경우 동계올림픽 최고 인기종목이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거의 다 빠진 김빠진 대회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 대표팀 선수 상당수는 물론 하키 우승후보 캐나다 대표팀 선수의 절반 이상이 KHL 소속이다.
이미 KHL은 IOC의 러시아 선수들의 표적 약물 검사를 문제 삼고 평창동계올림픽 불참 가능성을 거론했는데 KHL은 러시아 주 정부와 국영 기업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리그로 러시아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날 수 없다. KHL마저 평창에 오지 못하면 평창동계올림픽은 아이스하키뿐만 아니라 대회 전반에 걸쳐 흥행에 큰 악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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