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화요일에 치러진 버지니아주 선거 결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뜻 밖이었다. 주지사 후보자들 사이의 득표율 차이가 그렇게 크리라고는 예상 못했다. 그리고 주 하원의원들의 정당 소속 분포가 현재의 공화당 압도적 우세에서 공화-민주 양당의 균등 구조로 바뀌게 되었다. 앞으로는 주 의회에서 법안을 심리할 때 양당이 좀 더 협의하는 모습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투표일 민주당의 개표 중계 관람 파티가 조지메이슨 대학의 학생센터에서 열렸다. 나도 투표 마감 시간이 지나자마자 달려갔다. 도착하니 입장하기 위해 서 있는 줄이 상당히 길었다. 행사장 문도 아직 열지 않은 듯했다. 나중에 보니 입장객 모두 보안 검색을 한다고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게 그 장소에는 현직 주지사 뿐 아니라 선거 결과에 따라 차기 주지사, 부지사 그리고 주 법무부 장관이 될 사람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이기에 보안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선거날이 다가오면서 여러 여론 조사 결과가 신경에 쓰였다. 조사에 따라 우세 후보가 달랐다. 전체적으로는 양당 후보자들 사이의 지지율이 좁혀지는 추세라고도 했다. 나름대로 초조해졌다. 작년 대통령 선거 결과가 가져다주었던 악몽이 떠올랐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는 꼭 내가 지지했던 후보자들이 당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선거 당일 북버지니아 지역의 좋지 않은 날씨도 나를 불안하게 했다. 투표율에 악영향이 있을까 보아서였다. 일반적으로 투표율이 높으면 민주당에게, 그리고 낮으면 공화당에게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의 표밭인 북버지니아 지역에서 투표율이 높아야 민주당 후보자들에게 유리한데 많은 비가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에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이번 선거의 중요성을 인식한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장으로 나와 나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페어팩스 카운티의 경우 투표율이 56.1%로 4년 전에 비해 무려 9% 이상 높았다. 놀라운 투표율이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공화 양당의 주지사 후보자들 사이의 9% 득표율 차이에 놀라지 않은 사람들이 없다. 선거 캠프 스태프들도 마찬가지이다. 작년 대통령 선거 때의 5% 정도면 만족해야 할 것이라고 보았다. 특히 민주당 후보자의 온유한 성격이 카리스마 부족으로 비춰지기도 하고, 작년 대통령 선거 때처럼 감춰진 표심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에 이기기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제법 되었다.
또한 주 하원 전체 100석 중 34석 밖에 차지하고 있지 않은 민주당이 이번에 겨우 몇 석 정도만 추가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공화당 의석수와 거의 동수가 되었다. 특히 북버지니아 지역에서는 한 두 명을 제외하고 모두 민주당 출신 의원들이 장악하게 되었다. 그 동안 마크 김 의원이 유일한 아시아인계 였는데 2명이 추가되기도 했다. 여성의원도 최소 10명이 늘어 다음 회기부터는 역사상 최고인 26명 이상이 된다.
민주당의 선전은 페어팩스 카운티 경우 카운티 전체적으로 골고루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카운티 전체 243곳의 선거 지역 가운데 단 5군데에서만 공화당 주지사 후보가 우세했다. 평소에 공화당 강세 지역이라고 알려진 지역들도 마찬가지였다. 후보자들의 특표율을 비교하면 민주당이 공화당에 비해 2배가 넘었다.
이번 선거의 결과는 나에게는 더 이상 바랄게 없을 정도로 흡족했다. 그런데 개표 결과와 당선자들의 연설을 다 듣고 행사장을 나오는 나에게 한 후보자 스태프가 던진 질문 하나가 내 가슴에 무겁게 다가왔다. 캠페인 기간 내내 나는 후보자들 캠프에 한인들의 투표력을 간과하지 말라고 강조했었다. 접전으로 예상되는 선거일수록 더욱 그렇다고 했다. 그런데 그 스태프는 이제 선거가 끝났으니 한인계 유권자들의 투표율을 확인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그것은 사실 나에게도 상당히 궁금하지만, 또한 동시에 알기가 두려워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것이 주류 사회 정치인들에게 우리 한인 사회의 정치력을 가늠하는 잣대로 쓰인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
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