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저택을 전시관으로 꾸민 박물관
▶ 사케·찰떡 등 특산물 맛볼 수 있는, 후루사토 무라시장 꼭 들러볼만
호텔식 료칸인‘오야나기호텔’의 노천탕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니가타 명물인 타레 가쓰동을 파는 ‘돈가스 마사짱’.
니가타의 대지주였던 이토 가문의 저택을 전시관으로 꾸민 북방문화박물관. 가옥 내부에 꾸며진 정원이 보인다
사실 일본 니가타(新潟)는 한국인들에게 그리 익숙한 여행지가 아니다. 도쿄와 삿포로, 오사카와 후쿠오카 등 특색 있는 도시가 워낙 다양한 탓에 인구 80만명을 살짝 넘는 이 작은 도시에 눈길이 미치기는 쉽지 않다. 기자 역시 최근 한국방문위원회가 현지에서 진행한 평창동계올림픽 홍보 프로그램을 동행 취재하면서 니가타를 처음 방문했다. 비록 형식은 출장이었으나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이 도시의 숨은 매력을 만끽하고 돌아왔다. 쌀과 술의 고장인 도시 니가타의 관광 명소와 맛집, 가족과 함께 묵으면 좋을 숙소를 두루 소개한다.
북방문화박물관과 후루사토 무라
며칠 새 부쩍 날씨가 쌀쌀해진 것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마찬가지였다. 출장 와서 감기 걸리면 낭패겠다 싶어 외투를 바짝 여미고 북방문화박물관을 찾았다. JR 니가타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이 박물관은 지난 1946년 설립됐다. 당시 니가타 제일의 대지주였던 이토(伊藤) 가문의 저택을 전시관으로 꾸민 것이다.
표를 끊고 정문으로 들어서면 왼편에 ‘집고관(集古館)’이라는 현판이 붙은 건물이 나온다. 원래는 쌀을 저장하던 장소로 쓰였으나 지금은 각종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다. 손님들에게 다과를 대접하던 ‘삼락정(三樂亭)’을 지나면 입이 떡 벌어지는 크기의 가옥이 모습을 드러낸다. 2만9,100㎡(약 8,800평)의 대지에 지은 이 일본식 가옥은 무려 65개의 다다미방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신발을 벗고 들어서자 오른편에 당시 조리기구들이 그대로 보존된 부엌이 나왔다. 130년 전 처음 세워진 이 집에서 10명가량의 이토 가문 사람들은 약 40명의 인부들을 거느리고 살았다. 이 인부들이 각자의 기술에 따라 정원을 가꾸고 요리를 만들고 집안을 치웠다. 50인분의 식사를 위해 이 집에서는 매일 60㎏의 쌀을 지어야 했다.
한 걸음 안쪽으로 옮기니 이토 가문의 6대손이 백년가약을 맺은 날 하객들이 피로연에서 맛본 음식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힌 메뉴가 현수막처럼 벽에 걸려 있었다. 성대한 결혼을 치른 부부는 하인 두 명을 데리고 무려 70일 동안 오사카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잠시 바깥으로 시선을 돌리자 초록 빛깔로 색이 바랜 기와지붕이 보였다. 마당을 가득 메운 소나무가 지붕에 닿으면서 남긴 흔적이 세월의 더께처럼 내려앉아 있었다. 피로연 메뉴를 현수막에 나열하고 신혼여행을 두 달 넘게 다녀올 만큼 넉넉한 갑부의 재력도 시간의 흐름 앞에서는 무상(無常)했다.
당시 이토 가문의 저택에는 총 다섯 개의 현관이 있었다. 이 가운데 일본 천황실 사람들만 출입할 수 있었던 현관 쪽으로 가면 작은 호수와 수풀로 어우러진 아름다운 정원이 나온다. 실제로 내부를 거닐 수는 없고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 가능하지만 경치를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요금은 성인 800엔, 어린이 400엔이며 연중무휴다.
JR 니가타역에서 버스를 타고 15분 정도 달리면 도착하는 후루사토 무라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현지 특산품을 판매하는 이곳은 한국으로 치면 농수산물 직판장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이른 아침에 들렀음에도 꽤 많은 현지인들이 가족을 위해 맛난 먹거리들을 차분히 고르고 있었다.
팥고물이 들어간 찰떡을 대나무 잎으로 싼 ‘사사당고’는 특히 미각을 자극했고 캔 커피 크기의 투명 플라스틱 통에 담긴 사케는 유독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템이었다. 현 내에 90곳이 넘는 양조장을 보유한 니가타현은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사케 산지다. 매장 안에서 한 걸음 한 걸음 움직일 때마다 마주하는 것은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인 ‘모노즈쿠리’였다.
오야나기 호텔과 돈가스 마사짱
이제 숙소와 맛집을 소개할 차례다. 니가타현 미나미칸바라군에 위치한 오야나기호텔은 고마도산(護摩堂山)의 산기슭에서 분출되는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다. 객실은 일본 특유의 다다미방으로 널찍하니 꾸며져 있고 6층에 자리한 대중목욕탕은 사우나와 노천탕을 두루 갖췄다. 동양인과 달리 모르는 사람과 함께 목욕하는 문화가 낯선 서양인들을 배려해 정해진 시간 동안 혼자서 노천탕을 이용할 수 있는 ‘대절 목욕탕’도 따로 운영하고 있다.
맛집 중에서는 고민 끝에 ‘돈가스 마사짱’이라는 이름의 식당을 골랐다. 니가타역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이곳은 도시 명물 중 하나인 타레 가쓰동으로 유명한 음식점이다. 일반적으로 일본의 다른 지역에서는 돈가스를 잘게 자른 뒤 계란과 양파를 풀어 올리는 방식으로 가쓰동을 조리한다. 반면 니가타에서는 간장에 절인 돈가스를 썰지 않고 덩어리째 밥 위에 올려 먹는다. 반숙 형태의 계란은 반찬 그릇에 따로 담겨 제공된다. 고기를 씹을 때 느껴지는 육질과 최소한의 양념으로 맛보는 고슬고슬한 쌀밥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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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타=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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