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교계, 문학강좌·문화센터 형태 넘어
▶ 재즈·클래식 연주·각종 전시·공모전 등 다양한 형태로 예술·종교 어우러져
아름다운교회 교인들이 국제실명구호기구인 ‘비전케어’ 주최로 교회 라운지에서 열린 ‘아프리카 사진전’을 감상하고 있다.
깊어가는 가을 정취와 더불어 뉴욕․뉴저지 일원 한인교계의 문화사역도 갈수록 다양하고 폭넓은 형태로 진화, 발전하면서 세상과 소통하는 문이 한층 크게 뚫려가고 있다.
그간 교회나 성당, 사찰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인 형태의 문화사역은 문화교실이나 문화센터를 만들어 교인과 지역주민들이 취미생활을 공유하거나 새로운 것을 배우고 친교를 나누게 함으로써 전도 대상을 넓히거나 신앙생활을 다지는 기반으로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보다 능동적인 형태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교회나 성당 등이 주최하는 음악회만 보더라도 예전에는 주로 성가 일색이었던 반면 최근에는 가곡과 클래식은 물론 심지어 민요 등 국악까지 장르가 훨씬 광범위해졌다. 한때 한국 교회에서 찬송가 이외에는 예배당에서 복음성가조차도 부르지 못하게 엄격히 금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천지개벽 수준에 맞먹는 크나큰 변화다.
뿐만 아니라 예배당이 곧 갤러리가 되기도 하고 다채로운 문학 행사도 자주 접할 수 있는 추세로 변하면서 예술과 종교가 한 곳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있다.
◎음악회: 아콜라연합감리교회(담임목사 안명훈) 예배당에서는 지난달 28일 고향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름다운 가곡이 흘러나왔다. 아콜라한국문화학교 장학기금 마련을 위한 ‘가곡의 밤’에서 첼로, 바이올린, 피아노 연주에 맞춰 성가대와 어린이합창단이 가을 향기를 흠뻑 내뿜는 무대를 꾸몄다.
뉴욕겟세마네교회도 같은 날 개최한 ‘장학기금 모금을 위한 열린 음악회’에서 기독음악을 비롯해 재즈와 국악, 클래식까지 다양한 장르를 연주했다. 이지용 담임목사는 “교회에 세상의 문화가 들어오면 교회의 거룩성이 훼손된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복음을 전하는 것만이 전도가 아니다. 이제는 믿지 않는 사람들을 교회로 불러들이는 전도문화가 효과적으로 시도되고 있다”며 “음악회에서 다양한 세상의 장르를 선보인 이유도 교회의 문턱을 낮추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어 “비기독교인들을 초대해 따뜻하게 맞이하고 복음을 전하려는 교회의 시도와 노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맨하탄 성프란치스코 한인천주교회(지도신부 김성인 미카엘)도 연말 불우이웃 돕기 일환으로 이달 18일 개최하는 ‘사랑의 음악회’에서 한국의 소리를 주제로 국악의 진수를 선보인다. 이어 성가대와 협연으로 국악과 양악이 어우러진 퓨전음악과 전통 민요를 성가와 함께 들려줄 예정이다.
◎전시회: 맨하탄의 뉴욕정원교회는 교회 예배당이 갤러리와 콘서트장을 겸하는 독특한 형태를 갖췄다. 뉴욕시 최초의 카페교회로 32가에서 출발해 올해 3월 브라이언트팍 인근으로 예배당을 옮기면서 새로운 비전의 문화사역에 발맞춰 ‘커넥티드 X(KENECTID X) 아트 갤러리’를 개관했다. 이후 개관기념 초대전을 시작으로 다인종 그룹전, 신인작가전 등 다양한 작가들의 전시회와 콘서트를 이어오고 있다.
주효식 담임목사는 “문화사역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문화의 근원이 창조주 하나님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문화는 복음이라는 본질을 전하는 수단이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회의 문화사역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무분별한 복사와 도입대신 ‘왜?’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지역교회가 목적에 따른 정당하고 합당한 이유와 필요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름다운교회(담임목사 황인철)는 9월 중순 교회 라운지에서 춘천 동부교회 김정희 장로의 성화를 전시했고 이에 앞서 올해 4월에는 시각장애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밝은 세상을 선물하는 국제실명구호기구 ‘비전케어’ 주최로 ‘눈을 떠요! 아프리카!’ 사진전을 열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글짓기․독후감 공모: 뉴욕한인교회(담임목사 이용보)는 현재 전교인을 대상으로 글짓기 대회인 ‘문학공모전’을 실시하고 있다. ‘하나님의 사랑’을 주제로 상금까지 내걸고 산문, 시, 소설, 수필 등의 작품을 공모 중이다.
뉴저지초대교회(담임목사 박형은)는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교회 도서관에 목록을 비치하고 초등부 이상 주일학교 학생부터 성인을 대상으로 ‘전교인 독후감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기타: 맨하탄의 그루터기교회(담임목사 정진호)는 2018년 1월25~27일 대대적인 예술인 축제를 준비 중이고 뉴저지의 찬양교회(담임목사 허봉기)는 10월 초 ‘한국역사 공부방’의 가을학기를 시작했다. 뉴저지우리교회(담임목사 오종민)는 이달 12일 오후 5시 이웃들과 함께 편안한 가을밤을 보낼 수 있도록 노래, 연주, 드라마가 있는 혼합 형태의 문화행사인 ‘별이 빛나는 밤에’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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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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