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30일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과정과 트럼프 진영과의 공조 여부를 수사 중인 로버트 S. 뮬러 3세 특별검사팀이 워싱턴 소재 연방지방법원에서 밝힌 트럼프 대선 진영과 관계가 있었던 두 명의 로비스트 겸 거래꾼의 기소 내용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포드와 레이건 대통령 시절부터 백악관과 관계가 있었던 폴 매너포트는 그 이후 외국 독재자들을 대변하는 컨설팅 회사를 세워 큰돈을 벌어왔던 사람으로 2016년 4월경부터 트럼프 대선본부의 총 책임자 노릇을 트럼프의 대선후보 지명 때까지 담당했다. 그의 비즈니스 파트너였던 리차드 제임스는 매너포트가 대선진영을 떠난 후에도 최근까지 친 트럼프 외곽지대에 남아 있었다. 예를 들면 트럼프 취임식 위원회의 부위원장을 지낸 사람이었다. 그 두 사람이 2006년부터 2016년 사이에 주로 외국 고객들과의 거래에 있어서 자금세탁과 아울러 외국은행 계좌들에 대한 신고 그리고 외국정부를 대표하는 개인이나 회사들이 해야 하는 등록을 기피했다는 등의 12개 혐의로 기소됐지만 트럼프 대선진영이 러시아와의 공조를 했다는 내용은 전혀 없었다.
따라서 그날 이른 아침까지는 트럼프가 “공조가 없었다”라는 의기양양한 트위터를 띄우기까지 했었다. 그러나 한시간 30분 후에 판세가 바뀌었다. 뮬러 검사팀이 그 두 거물을 판사 앞에 나타나게 한 것에 더해 트럼프 선거진영의 외교관계 보좌관이었던 조지 파파도풀로스의 유죄 자인이 10월5일 극비리에 진행되었음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파파도풀로스는 얼마전 30세가 된 젊은이인데 2016년 3월 무렵 트럼프 선거진영의 외교관계 보좌관이 될 즈음에 러시아와 관계가 있는 교수를 만나 푸틴의 ‘조카’라는 사람을 소개받았단다. 그리고 그 교수란 사람은 러시아가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에서 클린턴의 비행을 발견했다고 파파도풀로스에게 귀띔을 한 결과 그가 대선본부의 고위층들에게 그것을 알렸을 뿐 아니라 러시아 정부와 연락을 취해야한다고 건의했다는 것이다.
또 이미 보도됐던 것처럼 작년 6월에는 트럼프 타워에서 아들 트럼프 주니어, 사위 쿠슈너, 매너포트 등이 힐러리를 곤경에 처하게 할 수 있는 러시아 정부의 서류를 주겠다고 약속한 러시아의 여변호사와 회동을 한다. 작년 7월에는 위키리크스 조직이 러시아측에서 제공한 것으로 판단되는 클린턴의 이메일 내용을 공표했을 뿐 아니라 “러시아가 듣고 있다면 힐러리의 이메일을 더 폭로했으면 좋겠다”고 후보자 자신이 선거유세에서 촉구했다.
그런데 초특급 비밀이 줄줄새기로 유명한 트럼프의 백악관과는 대조적으로 뮬러 특검팀은 물 한방울 새지 않는 철통보안망을 유지하고 있다. 연방이나 주 검찰청들만이 아니라 케네스 스타란 클린턴 대통령의 비행을 조사해 탄핵재판에서는 무죄가 되었지만 탄핵이라는 불명예를 안겨주었던 특별검사나 다른 사람들이 기자회견 등을 통해 수사결과를 자랑(?)하는 관행과는 달리 뮬러는 기자회견은 커녕 그의 집무실 위치조차 감추고 있다.
파파도풀로스의 수사과정만 보더라도 그 점이 분명하다. 그는 외국에 다녀오다가 지난 7월에 체포됐지만 언론기관들 중 하나도 낌새를 못챘다. 하다못해 백악관 집무실에서 러시아 외상과 대사를 만난 트럼프가 FBI 전 국장 코미를 해임시킨 것을 자랑하는 내용이 하루 이틀 사이에 신문에 보도됐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파파도풀로스가 10월5일 판사 앞에 나타나 FBI에게 1월에 거짓말을 했다는 죄목에 유죄를 자인했다는 사실은 뮬러 팀이 10월30일 발표하기까지는 3주 이상 아무도 몰랐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다.
판사에게 제출된 특검측 서류에 의하면 파파도풀로스가 특검활동에 극히 협조적(proactive)이라서 앞으로 선고 때 그의 형량을 0에서 6개월로 해주어야할 것이라는 건의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트럼프 측근들이 있음직하다. 왜냐하면 그의 협조사실이 알려지기 전 그가 대선본부 동료들이나 상사들과 만나 말을 나눈 것이 몰래 녹음되었을 개연성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트럼프 쪽에서 뮬러를 해임시켜야한다는 주장을 그의 선거책사 스티븐 배넌 등이 하고 있다. 심지어는 트럼프와 개인적 친분이 있다는 보수계 케이블 폭스사의 소유주인 루퍼트 머독이 역시 소유하고 있는 월스트리스저널마저 사설에서 뮬러가 사직해야 된다고 촉구한다.
한편 매너포트와 제임스는 일단 판사 앞에서 ‘무죄항변’(Not Guilty)을 하겠다고 선언한 후 각각 1,000만 달러와 500만 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가택연금으로 풀려난 상태로 재판을 받을 전망이지만 결국은 특검측과 협조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있다. 왜냐면 범죄혐의가 너무 커서 배심원 재판으로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60대말인 매너포트는 감옥에서 죽을 확률이 크고 40대 후반인 그의 동업자도 20년형의 가능성을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의 안보 컬럼니스트 데이빗 이그내시어스는 그의 최근 컬럼을 이렇게 끝낸다. “트럼프가 2016년 대선에서 공조했는지의 여부는 변호사들(법원 등)에게 맡겨야한다. 그러나 트럼프가 뮬러의 수사를 방해한다면 그는 지금 러시아와 공조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기준에 의하면 그렇게 하는 것은 외국정부를 돕는 것이고 그것은 범죄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뮬러로 하여금 러시아의 간섭을 폭로하는 자기의 맡은 직무를 끝내게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제대로 임기를 마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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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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