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어디 어디에 새로운 아파트 또는 콘도가 들어선다”는 얘기가 들린다.
시도 때도 없이 진행되는 건물공사 때문에 망치 소리는 요란하고 트래픽 상황은 최악이다. 바로 LA 한인타운 얘기다.
한인타운을 비롯한 LA 전체가 역대 최대 규모의 부동산 개발 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건물이 올라가며 오래된 상업용 건물을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재개발도 즐비하다. 여기 저기 아파트와 콘도를 짓는 것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만한 일처럼 보인다.
가뜩이나 심각한 주거난을 어느 정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인타운의 부동산 개발 붐은 서민들의 눈에는 곱게 비쳐지지 않는다.
일단 집을 사는 것은 한마디로 꿈같은 일이다. 지난 8월 현재 LA 카운티의 중간 주택가격은 58만달러에 달한다. 집값은 내년에도 4%, 2019년에도 2.5% 오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상황이 이러니 고만고만한 봉급으로 집을 살 다운페이 자금을 모으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밀레니얼 세대가 LA에서 42만달러짜리 콘도를 구입하기 위해 필요한 20% 다운페이 자금 8만4,000달러를 마련하는데 무려 21년이 걸린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밀레니얼 세대의 평균 저축액이 4,000달러이고, 매달 250달러 가량 모은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고 한다.
아파트 렌트비 문제는 더 심각하다. 아파트를 많이 짓는 다지만 ‘악’ 소리가 날 정도로 렌트비가 비싼 고급아파트 위주로만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고액봉급자 좋은 일만 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얼마 전 한인타운 6가와 버질 인근에 문을 연 한 고급아파트의 스튜디오 렌트비는 1,975달러나 한다. 스튜디오가 이 정도니 1베드, 2베드는 언급할 필요도 없다.
요즘 주변에서 “더 이상 LA에서 못 살겠다”는 소리가 자주 들린다. 몇몇 지인들은 물가가 싼 주로 이주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어린 두 자녀를 키우며 한인타운 아파트에 사는 김모(36)씨는 “지난 5년간 거주해온 2베드 아파트 렌트비가 최근 2,500달러로 올라 렌트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곽으로 이사하기로 했다”며 “월급은 수년 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데 렌트비는 계속 오르기만 하니 평생 렌트 노예로 사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매달 넷으로 5,000달러를 벌어도 절반이 렌트비로 나가고 나머지는 온갖 페이먼트 메꾸는데 써야하니 그야말로 ‘페이첵 투 페이첵’ 생활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벌기위한 부동산 개발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개발업자들은 다양한 부동산 프로젝트가 주민들의 삶과 주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공사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 안타깝다.
이들은 ‘돈 버는 게 최고’라는 생각으로 일단 삽질부터 하고 본다. 공사 때문에 교통체증이 악화되도, 소음 때문에 주민들이 편하게 쉴 수 없어도, 렌트비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도 ‘모르쇠’로 일관한다.
정부 당국도 부동산 개발붐으로부터 서민층이 소외되는 것에 대해 뾰족한 대책이 없다. LA시가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렌트비 일부를 지원하기 위한 섹션 8 바우처 프로그램을 부활시켰지만 고작 2만명 선발에 60만 가구가 몰리고 혜택을 받기까지 최대 10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어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올해 1월부터 가주에서 합법화된 주택 ‘뒷마당 별채’ 건설도 서민 주거난 해소에 큰 도움은 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얼마나 많은 홈오너들이 남에게 세를 줄 목적으로 집 뒷마당에 별채를 지을까.
서민들이 집을 구하는 것은 더 어렵고, 삶의 조건은 더 나빠지고 있다. 집은 날이 갈수록 직장과 학교에서 멀어져 고통이 배가된다. 서민들에게 고통을 주는 부동산 개발은 의미가 없다. 최소한 개발에 앞서 서민들이 받을 수 있는 고통을 세심하게 헤아리고 대책을 마련하면서 개발을 진행해야 한다.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꿈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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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훈 부국장·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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