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스빌 마운틴 (Hawksbill Mountain)
멀리서 본 혹스빌 마운틴(위)과 정상에 올라서 내려다 본 전망.
우리 사는 이 땅에서 가장 높은 산은 에베레스트산(29,029피트/8,848m)이다. 그리고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높은 산은 알래스카에 있는 마운트 매킨리(20,310피트/6,190m)인데 최근에 이름을 데나리(Denali)로 바꿨다. 좀더 범위를 좁혀보면 미국 본토 안에서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마운트 휘트니(14,505피트/4,421m)가 가장 높고 동부쪽에는 노스캐롤라이나의 마운틴 미첼(6,684피트, 2,037m)이 있다. 높은 산에 오르는 것에 관심 없는 사람에게는 그게 뭐 대수일까 마는 그래도 그런 곳에 갔다온 사람의 가슴 한 켠에는 그게 또 기억으로 남는다.
그렇게까지 멀리 갈 수 없다면 이 가을에는 워싱턴 메트로 지역에서 가까운 셰난도어 국립공원에서 가장 높은 산인 혹스빌 마운틴(Hawksbill Mountain, 4,050피트/1,234m)을 찾아보면 어떨까? 앞에든 산들 만큼 높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지역에 사는 사람으로서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고국의 원주 치악산, 가평 명지산, 횡성 청태산 정도의 높이가 되는 산이다.
이 산은 셰난도어 국립공원 안에 있기 때문에 셰난도어 국립공원을 따라 달리는 스카이라인 드라이브를 타야하는데 그 스카이라인 드라이브 자체가 105마일(169km)나 되는 긴 길이니 어디로 접근해야할까? 이 산은 워싱턴 메트로 지역의 유명 관광지인 루레이 동굴로 가는 길인 211번 도로(리 하이웨이)의 남쪽에 있다. 211번 도로와 스카이라인 드라이브가 만나는 곳에 있는 손톤 갭(Thornton Gap) 출입구를 이용하게 된다. 여기서 입장료를 낼 때 직원(레인저)이 공원전체에 관한 안내도나 관심있는 트레일에 관한 지도 따위가 필요하지 않은지 물어본다. 이 때 공원 전체에 관한 안내도를 받을 수 있고 혹스빌 마운틴에 관한 지도도 받을 수 있다. 만약 그 직원이 물어보지 않더라도 이쪽에서 달라고 말하는 것을 잊지 마시길. 공원 전체 안내도는 한글로 된 것도 있다.
정상에 있는 산불 위치 확인용 표지판.
이 입구를 지나면 그 즉시 양갈래길이 나오는데 남쪽으로 가야하니까 왼쪽길로 접어든다. 그리고 나서 1분 쯤 갔을까 싶을 때 오른쪽에 시설물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름하여 손톤 갭 파노라마(Thornton Gap Panorama). 버스까지 주차할 수 있는 커다란 주차장이 있는데 특히 여기는 화장실이 있는 곳이므로 중간에 화장실을 들리지 않았다면 반드시 들려야 할 곳이 된다. 이 주차장은 메리스 락(Marys Rock)으로 오르는 트레일 입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파노라마를 출발하면 곧 터널 하나를 만나게된다. 메리스 락 터널(Marys Rock Tunnel)인데 길이는 600피트(약 183m). 1932년에 석달간의 공사로 화강암을 뚫어서 만들었다. 처음에는 화강암 벽 그대로 두었으나 안전문제로 1958년에 시멘트로 내벽을 마감했다. 셰난도어 국립공원 전체에서 유일한 터널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터널을 지난 후 산을 오르기 위한 주차장으로 간다.
혹스빌 마운틴 정상으로 가기 위해서는 혹스빌 갭 주차장(Hawksbill Gap Parking)에서 출발하는 두 가지 방법과 어퍼 혹스빌 주자창(Upper Hawksbill Parking)에서 출발하는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가장 짧은 길로서 혹스빌 갭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로우어 혹스빌 트레일(Lower Hawksbill Trail)을 따라 왕복하는 1.7마일의 길이다. 가장 짧은 길이기는 하지만 경사가 가파르다는 점을 감안해야한다. 1시간 45분 정도 소요.
두 번째는 혹스빌 갭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애팔라치안 트레일(Appalachian Trail, AT)을 따라가다가 샐러맨더 트레일(Salamander Trail)로 빠져서 정상으로 이르는 길이다. 내려올 때에는 로우어 혹스빌 트레일(Lower Hawksbill Trail)을 따라 내려오는 2.9마일의 순환로. 급한 경사는 없는 중급의 등산길로서 2시간 정도 소요.
세 번째는 어퍼 혹스빌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어퍼 혹스빌 트레일(Upper Hawksbill Trail)을 따라 올라가다가 산불진압용 산간도로(Hawksbill Fire Road)를 만나 그 길을 따라 정상으로 가는 2.1마일의 왕복길.
버드 네스트 셸터.
스카이라인 드라이브로 접어들어서 남쪽으로 가다가 처음 만나는 곳이 혹스빌 갭 주차장이다. 이 주차장은 스카이라인 드라이브 45.6마일 지점에 있다. 다음 주차장이 어퍼 혹스빌 주차장인데 46.7마일 지점이다. 오늘은 북쪽에 있는 혹스빌 갭 주차장에 주차를 하기로 한다. 혹스빌 갭 주차장을 지나칠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두 가지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그 하나는 주차장에 다가갈 때 쯤 해서 오른쪽에 크레센트 록 전망대(Crescent Rock Overlook)있다는 것이다. 두 번 째 특징은 스카이라인 드라이브의 오른쪽과 왼쪽 양쪽 모두에 주차장이 있다는 점이다. 한 곳에서 양쪽 모두에 주차장이 있는 곳은 흔지 않다.
오른쪽에 주차를 한 후 장시간 자동차에 갇혀있던 몸을 깨우기 위해 몸풀기 운동을 한다. 몸이 풀렸으면 혹스빌 마운틴 안내판을 읽어본다. 이 안내판 앞에 서면 길이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뉘는 것을 알 수 있다. 왼쪽 앞에 보이는 길이 로우어 혹스빌 트레일이고 오른쪽으로 살짝 내려가는 길이 애팔라치안 트레일로 연결되는 길이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얼마가지 않아 그 유명한 애팔라치안 트레일을 만나고 거기서 왼쪽으로 방향을 튼다. 메인주에서 조지아주까지 이어지는 약 2,181마일(약 3,510km)의 이 등산로는 고즈넉한 느낌을 준다. 뭔가 범상치 않은 분위기가 풍기기도 하고. 애팔라치안 트레일이 시작되는 이곳, 가을에는 잘 알 수 없지만 여름에는 고사리가 천지인 곳이다. 길을 따라 가면서 두 번의 돌무더기를 지나고 나면 1m 남짓한 기둥에 조그마한 하얀 접시를 뒤집어서 포개놓은 것 같은 것들이 좌우에 보이는데 이것들은 도룡뇽을 연구하는 시설이다. 이 시설이 보이면서 이정표를 만나는데 여기서 왼쪽으로 접어든다. 이 길로 접어들면서 조금전 까지의 애팔라치안 트레일과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길 이름이 샐러맨더 트레일(Salamander Trail). 샐러맨더는 우리말로 도룡뇽. 주차장에 있는 안내판에 이녀석 사진이 있다.
샐러맨더 트레일을 따라 가다보면 왼쪽에 작은 바위덩어리를 볼 수 있는데 여기가 정상은 아니지만 전망이 퍽 좋으니까 잠시 쉬어가는 것이 좋다. 여기서 조금 더 걸어가면 버드 둥지 2호 피난처(Byrd’s Nest 2 Shelter)를 만난다. 여기서 바라보는 광경도 멋지지만 조금만 더 올라가면 거기가 정상이다. 셰난도어 국립공원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온 것이다. 360도 전체가 보이는 것은 아니어서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270도 정도는 시야가 확보되니 그런대로 올라온 보람이 있다. 이 정상에는 둥그런 철판에 방향을 표시해 둔 특이한 시설물이 하나 있다. 산불이 발생했을 때 정상을 기점으로 어느 방향에서 불이 났는지를 알려주기 위해 설치된 것이다. 퍽 유용한 도구이다.
메리스 락 터널.
정상의 기쁨을 만끽하였으면 이제는 내려가자. 내려가는 길은 피난처를 지난 후 왼쪽으로 간다. 로우어 혹스빌 트레일을 내려가는 것이다. 이 트레일은 경사가 심해서 내려갈 때에는 1마일의 길이 20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 트레일의 끝이 바로 처음 출발했던 그 주차장이다. 이렇게 해서 혹스빌 갭 주차장에서 출발해서 애팔라치안 트레일을 따라가다가 샐러맨더 트레일로 접어들어 정상에 간 후 로우어 혹스빌 트레일을 따라 내려와서 혹스빌 갭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모든 과정이 끝났다. 이 코스를 갈 때 주의할 점은 처음 걷게되는 애팔라치안 트레일이 산의 서쪽에 있기 때문에 오전에는 빛을 받을 수 없어서 요즈음 같은 때에는 체온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체온유지에 유념해야한다는 것이다.
혹스빌 마운틴으로 가는 중간에 퍽 흥미로운 곳이 하나 있다. 피너클 피크닉 그라운드(Pinnacles Picnic Ground)가 그것이다. 이름 그대로 피크닉 장소인데 퍽 크고 시설도 좋다. 피크닉 최적의 장소 답게 피크닉 테이블이 있음은 물론이고 그 옆에 그릴도 있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화장실과 급수대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곳 화장실 앞을 애팔라치안 트레일이 지나기 때문에 그 유명한 트레일을 힘들이지 않고 조금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 켠에 있는 안내판에 의하면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운영되었던 CCC(Civil Conservation Corp)캠프가 이 부근에 있었다고 한다. 이 피크닉장은 일방통행인데 길의 끝에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컨테이너가 있다.
셰난도어 국립공원에서 피크닉을 하든 아니면 셰난도어 국립공원에서 가장 높은 산을 오르든 이 가을에는 셰난도어 국립공원에서 추억 하나 만들러 나서보시면 어떨까?
◆방문 정보= ▲스카이라인 드라이브 접근 출입구 : 손톤 갭 출입구(Thornton Gap Entrance Station) ▲혹스빌 갭 주차장(Hawksbill Gap Parking) : 스카이라인 드라이브 45.6마일 지점 ▲어퍼 혹스빌 주차장(Upper Hawksbill Parking) : 스카이라인 드라이브 46.7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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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김성식 (VA, 스프링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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