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 그러나 한국 국적법은 오히려 시대를 등지고 후퇴하고 있다. 최근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국적이탈 제한 피해 사례의 증가로 미주 한인사회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국적유보제의 도입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여기서 ‘국적유보제’란, 해외에서 복수국적으로 출생한 자는 출생 이후 한국 국적을 계속 보유할 의사를 표시하여야만 복수국적으로 남게 되고 그 같은 의사표시를 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한국 국적을 상실하고 외국 국적자로만 확정되는 제도이다. 오바마 아버지 조국 케냐와 일본도 국적유보제를 채택하고 있다.
과거 1997년 국적법 개정 당시 한국 정부에서는 선천적 복수국적자에 대한 국적유보제를 도입하자는 취지의 논의가 있었으나, 일본거주 동포들의 반발로 좌절된 바 있다. 당시 일본 거주 동포들은 만일 국적유보제도가 도입된다면 일본인과 결혼한 재일 동포 2세 대부분이 법정기간 내에 국적을 유보하지 못하여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는 결과를 우려하여 반대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국적유보제를 반대하며 한국 국적을 가지려고 했던 재일동포 2세들은, 이제는 홍준표 법에 의해 한국 병역기피자가 되고, 복수국적으로 인하여 일본과 한국 그리고 미국 등에서도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일본인과 결혼한 한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일본계 한국인 2세도 만 18세 되는 3개월 전에 한국 국적 이탈을 하지 않으면 38세까지 한국국적 이탈이 불가능해 복수국적이 되고 만다. 이에 관해 워싱턴에서 자문을 받은 일본의 연구자가 곧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일본계 한국인 2세가 미국을 방문하려면 미국 무비자 신청서(ESTA)를 제출하여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비자 신청자는 국적(Nationality)과 귀화 국적(Citizenship)을 모두 기재하여야 한다. 게다가 ESTA는 과거에 가졌던 국적까지도 묻고 있다. 따라서 한인 2세는 미국 비자 신청서에 일본 국적과 한국 국적을 모두 기재하여야 한다. 그런데 그것을 몰라 기입을 못 하거나 혹은 알고도 기재를 안 할 경우, ‘거짓 혹은 허위 기재(Misrepresentation)’한 것이 되고 만다. 차후에 그러한 사실이 밝혀질 경우에는, 미국 방문이 거절되는 등 미 이민법 상 불이익을 당하게 될 수도 있다. 단지 들키지 않는다고 해서 그냥 놓아두어도 괜찮다는 법은 없다.
잘못된 한국 국적법 때문에 세계 각국의 한인 2세들이 미국 이민법 위반 사례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며, 또한 국가 간 외교적 마찰도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사례가 발생한 원인은 바로 ‘홍준표 법’ 때문이다.
1997년 국적법 개정 당시에는 고려하지 않았던 해외 원정출산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면서, 국적법은 또 한번 진통을 겪게 되었고, 이에 따라 2005년, 고의적 병역 기피를 방지하기 위한 국적법(일명 홍준표법)이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원정출산이나 병역기피를 막기 위한 홍준표 법이 시행되면서 호적에 올라가 있지 않은 무호적자에게로까지 선천적 복수국적의 피해가 발생하게 되었다. 2005년 개정 국적법이 시행되면서 기존의 대통령령 제 16조 제3항, 즉 “호적에 올리지 않은 자”는 병역과 무관하다는 단서의 효력이 무용지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법무부 공식 자료에 의하면, 태어날 때 아버지가 영주권자였으면, 남자는 1983년 5월 25일생부터, 여자는 1988년 5월 5일생부터 복수국적자가 된다. 따라서 1983년생(현 34세) 남자는 만 37세까지는 한국 국적이탈을 할 수 없다. 이는 과거 부계주의에 의한 것이다. 나아가 1998년 개정법에 의해 부모 양계주의의 영향을 받는 1998년 6월 14일생부터는 태어날 때 부모 중 한 사람만 한국 국적이면 복수국적을 가지게 되어 피해자의 범위가 더욱 확대되었다. 결과적으로 홍준표법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예상치 못한 피해자들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해외 동포 한인 2세를 병역기피자로 만들고, 공직 진출까지 막는 것을 시정하기 위한 헌법소원(2016 헌마889)이 미국계 다문화가족 청소년을 청구인으로 제기되어 있는 상태이다. 내가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에서 제안한 국적유보제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라도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결정을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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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준 변호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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