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맥강, 우드로 윌슨 브릿지, 수상택시, 회전관람차.
인류 문명은 강 옆에서 시작한다. 사람은 물 없이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큰 도시는 큰 강을 끼고 있다. 워싱턴 DC도 그렇다. 포토맥 강을 끼고 있다. 그 포토맥 강을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는 곳은 퍽 많다. 멀리는 하퍼스 페리(Harpers Ferry)에서 부터 시작해서 그레이트 폴스(Great Falls), 알렉산드리아(Alexandria), 포인트 룩아웃(Point Lookout) 등이 유명하다. 오늘은 포토맥강과 쇼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 내셔널 하버(National Harbor)로 가본다. 이 내셔널 하버는 워싱턴 DC에 있는 것이 아니라 메릴랜드주의 프린스 조지스 카운티의 악산 힐(Oxon Hill)에 있다. 이곳의 지명에 항구(Harbor)가 있다고 해서 고깃배가 드나들고 뱃사람이 거리를 지나가는 그런 곳을 생각하면 곤란하다. 강가에 있는 나들이 장소 정도로 생각하는 게 좋다.
-회전 관람차와 수상 레저시설
워싱턴 DC의 외곽순환 고속도로인 I-495의 남쪽에 있는 우드로 윌슨 브릿지를 건너다보면 눈에 들어오는 회전 관람차가 있다. 내셔널 하버를 대표하는 것은 아무래도 캐피탈 휠(Capital Wheel)이라는 이름의 이 회전 관람차라고 할 수 있겠다. 175피트 높이의 이 시설은 42개의 곤돌라를 가지고 있는데 이 곤돌라는 각각 냉난방 시설이 되어있다. 그리고 이 회전 관람차 부근에는 어린이들의 영원한 친구 회전목마가 있다.
포토맥강가를 따라 걷다가 만나는 긴 피어를 따라 걸어 나가면 마치 물속으로 걸어들어가는 느낌이 드는데 그 피어입구에 수상레저 보트하우스가 있다. 카약, 오리배 페달 보트, 스탠드업 패들보트 등을 빌릴 수 있는데 10월까지만 연다. 여기서 바라보는 일몰광경이 몹시 아름답다는 증언이 많다.
깨어나는 거인.
-깨어나는 거인상
내셔널 하버는 물가에서의 놀이와 휴식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예술의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다. 피어 옆 모래밭에 있는 거인상부터 시작하자. 이름하여 ‘깨어나는 거인(The Awakening).’ 땅에 묻힌 거인이 자유를 얻기 위해 일어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인데 머리, 두 손과 두 발의 일부가 모래 위로 나와 있다.
슈어드 죤슨(Seward Johnson)의 1980년 작품. 워싱턴 DC의 이스트 포토맥 공원에 있던 것을 밀튼 피터슨이 75만 달러를 주고 사서 2007년에 이리로 옮겨왔다. 이 작품에 올라타고 장난치는 꼬마나 그 꼬마를 사진 찍는 사람들은 이 작품의 가격을 알지 못하리라.
이 거인상을 지나 계단을 올라가면 곧바로 벋은 길이 아메리칸 웨이(American Way)인데 이 길을 가보지 않고서는 내셔널 하버를 가봤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아메리칸 웨이로 가는 이 계단에서도 예술을 만난다.
양쪽 계단에 ‘메릴랜드의 포상(MARYLAND’S BOUNTY)’이라는 벽화 두 점이 전시되어 있다. 셔릴 포스터(Cheryl Foster)의 2008년 작품인데 작품 자체도 아름답지만 작품 속에 등장하는 물고기와 인물에 대한 설명을 읽어보면 작가의 지역사회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계단의 다른 작품들은 파도와 배, 말을 역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은빛 독수리
계단을 다 올라가면 아메리칸 웨이로 가게 되는데 그리로 가기 전에 뒤를 돌아보게 된다. 여기는 내셔널 하버 방문 인증사진 찍는 곳. 포토맥 강이 보이고, 회전 관람차도 보이고, 우드로 윌슨 브릿지도 보이고 그리고 넓은 하늘도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 옆에 돌로 만든 의자에 ‘발견하셨나요(Can you find)’라고 적어놓고 백악관, 자연사박물관, 메릴랜드 주도(아나폴리스) 등 여러 지명을 열거해 두었다. 이 곳 바닥에 지도를 그려두었기 때문인데 이것들을 찾는 놀이를 해보라는 뜻이다. 누가 먼저 찾는지 내기를 해서 진 사람이 커피를 사는 것으로 해보심이.
다시 아메리칸 웨이 쪽으로 돌아서면 좌우에 긴 기둥이 둘 서있고 그 위에 은빛 독수리가 각각 한 마리씩 앉아있다. 포토맥 강과 워싱턴을 지켜보는 아주 멋진 이 두 마리의 독수리는 이름이 있다. 조지(George)와 마사(Martha). 초대 대통령 내외의 이름을 붙인 재치 있는 작명이다. 뉴욕주 로체스터에 있는 앨버트 페일리(Albert Paley)의 페일리 스튜디오 작품.
마릴린 먼로(왼쪽), 리벳공 로우지.
-마릴린 몬로가 치마를
두 마리의 은빛 독수리의 열병을 받고 아메리칸 웨이로 접어든다. 여기에 영화 ‘7년 만의 외출(1955년)’에 등장하는 그 유명한 마릴린 몬로의 지하철 환풍구 장면을 만난다. 영화사에 길이 남는 명장면. 다른 한편에는 한 여성과 키스하는 해군 병사 조각이 있다. 이 조각은 시대를 풍미하던 타임(TIME)지에 실렸던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사진을 근간으로 한 것인데,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일본의 항복으로 전쟁이 끝났다는 소식을 들은 해군 병사가 기쁨에 넘친 나머지 지나가던 여성에게 키스하는 장면이다.
-처칠, 루이 암스트롱도 만난다
이제 아메리칸 웨이를 걸어가면 온갖 유명인사들을 만나게 된다. 아메리칸 웨이의 꿈꾸는 사람들(AMERICAN WAY VISIONARY)이라는 연작 철제 조각들이다. 조지 워싱턴 대통령,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장군, 작가 프레드릭 더글러스, 자동차왕 헨리 포드, 음악가 루이 암스트롱, 영국의 윈스턴 처칠 수상 등이 있다.
이 중에 손을 내밀고 있는 작품은 예외 없이 손 부분이 반질반질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악수를 했기 때문이다. 처칠 수상과 루즈벨트 대통령은 나란히 있는데 휠체어에 앉은 루즈벨트 대통령은 오른손을 앞으로 뻗어서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는 모습인데 옆에 있는 처칠 수상은 오른손으로 중절모를 들고 고개를 살짝 숙인 점잖은 인사를 하고 있다. 손을 잡고 인사하는 미국과 모자를 벗어 인사를 하는 영국의 문화 차이를 본다. 헨리 포드의 경우에는 그가 자동차와 관련 깊은 인물임을 매우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리벳공 로우지(Rosie the Riveter)를 만날 수 있다. ‘We Can Do It!’이라는 문구로 대변되는 이 여자, 포스터 보다는 한결 부드럽게 만들어졌다.
트럼펫을 불고 있는 루이 암스트롱 앞에서 서성이며 그의 노래 ‘성자들의 행진(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을 흥얼거리고 있었더니 그 옆 안내소에서 일하는 사람이 자기가 본 것이 이야기해준다. 어떤 사람이 오더니 스마트폰으로 암스트롱의 노래를 재생시킨 후 그 스마트폰을 암스트롱에게 얹어놓고 음악과 조각을 감상하더란다. 그러고 보니 내 스마트폰에도 그의 노래가 있다. 나도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What a wonderful world)’를 틀어 그에게 얹어놓고 그를 바라다보는 기쁨을 누렸다.
-자율 주행차량 회사
이 아메리칸 웨이의 끝자락 오른편에 특이한 회사가 하나 있다. 로컬 모터스(LOCAL MOTORS)라는 회사인데 자동차를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대형 자동차 제작회사만 알고 있지만 이런 작은 회사도 자동차를 만든다. 3-D 프린트로 차를 만들기도 하고 자율주행 차량을 만들기도 하는 회사이다. 워싱턴 부근에 이런 회사가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 안에 들어가면 컨셉 카, 전기/가스 자전거, 오래된 주유기 등 재미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골판지로 만든 의자와 탁자 구경은 보너스. 자동차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들러봐야 할 곳.
텐저 아웃렛(위). 계단 옆 벽화.
-아울렛서 쇼핑도
이 아메리칸 웨이 중간에는 미니 동물원(?)이 있어서 아주 어린 꼬마들을 풀어놓고 엄마아빠는 벤치에 앉아서 쉴 수 있는 곳이 있다. 이 지역에는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식당과 쇼핑을 즐길 가게가 많으므로 이 또한 즐거움이다.
내셔널 하버 구경만으로 부족하다 싶으면 근처의 아웃렛 매장을 가보자. 내셔널 하버에서 5분도 안 걸리는 거리에 있는 텐저 아웃렛(Tanger Outlet). 우리는 텐저라고 읽지만 텡거라고 발음하는 사람도 봤고 사전을 보면 텡어라고 읽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캐나다 포함해서 전국에 40개가 넘는 매장을 가진 아웃렛 매장인데 여기 내셔널 하버점은 160여개의 점포가 입점해있다. 곳곳에 비치된 지도를 손에 쥐고 다니면 많은 도움이 된다.
-수상택시로 갈 수도
여기서 물건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상가 서비스 센터 옆에 있는 작은 박물관도 들려보시길. 많은 것은 아니지만 포토맥강 유역의 유물들을 전시해 두었다. 사실 이 매장이 있는 자리 자체가 유적지이다. 14세기-17세기에는 피스카타웨이-코노이 원주민 부족이 살던 곳이고 1830년에 사루브리아(Salubria)라는 이름의 꽤나 큰 건물이 있던 자리. 말 나온 김에 한 가지 더. ‘포토맥’이라는 말은 이 지역 원주민의 말을 영어로 옮긴 것인데 ‘백조의 강(river of swans)’ 또는 ‘시장, 장터(where goods are brought/trading place)’라는 뜻이란다.
내셔널 하버는 이곳으로 직접 가는 방법도 있지만 포토맥강 건너편인 알렉산드리아 올드타운이나 포토맥강 상류인 조지타운에서 수상택시(water taxi)를 타고 갈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이제는 하루가 빠듯한 나들이가 된다. 천지 사방이 가을이 시작되었음을 알리지만 아직은 여름의 끝자락이라고 강변하는 이 곳 내셔널 하버. 바람이 차가와지기 전에 한 번 다녀올 만하다.
방문정보
◆내셔널 하버 (National Habor)
-주소 : 165 Waterfront Street National Harbor, MD 20745 -인터넷 : www.nationalharbor.com
◆캐피탈 휠(Capital Wheel)
-운행시간 : 낮 12시-밤 10시 (한여름에는 오전 10시-밤 12시) -비용 : 15달러(경로/군인, 어린이 할인 있음, 2세 이하 무료) -기타 : 애완견은 탑승 불가
◆회전목마
-운행시간 : 금,토 낮 12시-오후 10시, 일 낮 12시-밤 8시 -비용 : 7달러 (보호자 무료, 당일 무제한 탑승)
◆로칼 모터스(Local Motors)
-주소 : 151 St. George Blvd, National Harbor, MD 20745 -개점 : 월-토 낮 12시-오후 8시 (일요일은 오후 7시 폐장) -기타 : 입장료 없음, 오후 6시 까지 매 시간 투어있음
◆내셔널 하버행 메트로 버스
-NH1 노선 : 메트로 전철 사우던 애비뉴역에서 출발
-NH2 노선 : 메트로 전철 킹스트리트-올드 타운역, 아이젠하워 애비뉴역, 헌팅턴역과 연결
◆텐저 아웃렛(Tanger Outlet)
-주소 : 6800 Oxon Hill Road, National Harbor, MD 20745 -인터넷 : www.tangeroutlet.com/nationalharbor -개점 : 월-토 아침 9시-밤 9시, 일 아침 10시-오후 7시
* 12월과 기타 특별한 날은 인터넷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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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김성식 (VA, 스프링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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