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기관들의 알파벳 수프(Alphabet Soup) 중에는 DEA가 있다. 마약통제청(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의 첫 글자를 모아서 그렇게 부른다. 연방법무부 소속인 바 DEA는 명칭 그대로 아편, 코카인, 마리화나 등 불법적 마약의 생산, 수입, 배부에 관련된 범죄를 조사하고 소추한다. 그에 대해 합법적인 의약품들의 불법적적인 전용과 비정상적인 배부도 통제한다.
지난주 일요일밤 CBS의 ‘60분’이란 뉴스 프로그램과 워싱턴포스트지는 DEA의 오피오이드(인조 마약 진통제)의 위기에 대응하는 법집행 노력이 약품 제조, 특히 배부회사들에 의해 크게 위축당했다고 폭로했다. 포스트지가 10월15일자 제 1면 탑기사에서 출발하여 속지면의 4면 전체를 할애한 그 특종기사의 제목과 부제가 문제의 심각성을 잘 부각시킨다. “의약업계가 DEA를 정복하다: 오피오이드에 의한 사망자수가 급증하고 있는데도 연방의회는 그 정부기관이 약품배부회사들을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을 약화시켰다는 것이 워싱턴 포스트와 CBS ‘60분’의 탐사결과다.”
오피오이드의 위기란 무엇인가. 워낙은 암말기 환자나 중상자들의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덜어주는 인조 마약들이 FDA의 승인 아래 판매되었던 것을 보통 질환에 따르는 통증들, 심지어는 심한 치통이나 관절염 통증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의약품 회사들의 로비가 약 20여년전부터 주효한 것이 문제의 시발점이다.
제약회사들은 오피오이드들이 의사의 처방 아래 사용되면 중독의 위험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오피오이드를 불법으로 입수하여 암시장에 내놓으면 큰 돈을 만질 수 있는 유혹을 일부 비양심적 의사들과 약사들이 간과할리가 없었다. 그 결과로 2000년에는 처방 조제된 오피오이드 남용으로 죽은 사람들이 3,785명이었던 것이 2016년에는 17,741명으로 급증한 것이 그 위기의 한 단면이다. 그런 치명적 상황에도 2016년 4월에 연방의회는 합법적 인조마약을 암시장에 배포하는 것으로 의심받는 의약품 배부회사들에 대한 DEA의 가장 강력한 무기의 효력을 사실상 박탈하는 입법을 했다는 것이 워싱턴 포스트와 CBS의 결론이다.
연방의회가 그렇게 했을 때 “오피오이드 전쟁은 200,000명의 생명을 앗아가 월남전의 전사자수보다 3배가 넘었다. 과용에 의한 죽음들은 계속 증가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포스트 기사는 계속된다. DEA의 부서 중 불법 전용단속국은 정상적인 의약품 배부과정에서 발생하는 비리를 조사하는 부서다. 그 기관에서 약품 배부회사들이 인구가 많지 않은 지역의 도매상들에게 그 곳 인구보다 더 많은 오피오이드를 보내면 그곳 시민들의 건강에 지장을 끼친다고 판단해 중단 명령을 내리면 오피오이드 불법배부를 줄일 수 있었다.
제약회사와 배부회사들이 DEA의 불법 전용 단속기준에 눈독을 들인 이유일 것이다. 그런 회사들이 연방의회에 로비를 강화시켰다. 그리고 톰 마리노(펜실베니아 공화) 하원의원이 DEA의 법집행 능력을 약화시키는 입법에 앞장섰다는 것이 포스트와 CBS 특종 보도의 일부다.
2014년에서 2016년 사이 제약계와 배부회사들은 도합 1억600만달러를 로비에 사용했다고 한다. 그래서 탄생된 것이 ‘환자들의 약품 구입 및 효과적인 약품 집행법’이다. 마리노 의원과 동료 하원의원이 공동제안자였는데 2014년의 시도는 DEA와 법무부의 반대로 실패되었지만 2016년에는 상하원에서 토론도 없이 일사천리로 통과되었고 오바마 대통령이 첫 번째 노력과는 달리 그 통과 과정에서 DEA와 법무성의 반대가 없었기 때문이지 서명하여 법이 된 것이다. DEA에서 오피오이드의 합법배부로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이 위태롭다는 판단에 있어서 보통 재판 때의 “의심할 여지가 없는 증거”에 준하는 증거가 있을 때만 그렇게 할 수 있다고 강화시켜 놓았기 때문에 효과적인 법집행이 그만큼 어렵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경선시절부터 자신을 지지해왔던 톰 마리노 의원을 백악관의 마약 전담총수로 임명해놓았지만 여론이 나빠지자 마리노의 자진 철회를 받아들이면서도 마리노가 훌륭한 의원이라고 추켜세웠다.
오피오이드의 위기는 워싱턴의 유명한 ‘회전문’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예를 들면 DEA에서 오피오이드 업계를 강력히 단속하려 했던 10년 전으로부터 지금까지 제약업계들과 그 업계를 대표하는 로펌들이 46명의 DEA 변호사들을 발탁했단다. 그 가운데 32명은 불법 전용단속국에서 일했던 사람들이니까 제약회사들이나 로펌들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DEA나 연방의회를 주무를 정보를 쉽사리 취득했을까. 법무성의 고위직들이 로펌과 로비 회사들의 추파에 넘어가는 것이나 DEA 전직들이 그리하는 것 등 금전의 유혹 때문에 많은 희생자들이 따르는 인간 사회의 비리는 끊임이 없다. 우리 하나하나가 오피오이드에 중독되지 않도록 자신과 후손들을 지키는 수밖에 묘책이 없다는 게 슬픈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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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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