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를 향한 국민들의 비판의 핵심은 대표팀의 부진한 경기력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우리는 너무나 거만하고 고약하다. 세계무대에서 한 번도 우승하거나 이룬 것도 없으면서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다.” (클로디오 레이나- 전 미국 축구대표팀 주장)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한국과 미국 축구가 동시에 지독한 몸살을 앓고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한국 축구는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음에도 불구,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보여준 극도의 부진한 경기력으로 인해 국민들의 질타를 받은데 이어 얼마 전부턴 ‘거스 히딩크 감독 논란’의 광풍에 휘말려 한마디로 초토화된 상황이다. 겨우 4경기를 치른 신태용호는 출범 직후 몰아친 태풍으로 인해 나무가 되기도 전에 떡잎부터 뽑혀 날아갈 위기에 처해 있다.
미국 축구는 32년만의 월드컵 본선탈락으로 인해 거센 후폭풍에 직면해 있다. 지난 주 트리니다드 토바고 원정에서 충격적인 1-2 패배를 당해 북중미 최종예선에서 5위로 밀려나면서 1986년 이후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행이 좌절되자 신랄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고 브루스 어리나 감독은 이미 사임했다. 대표팀은 아직 후임 사령탑도 임명하지 못한 상태로 남아있고 지난 12년간 3차례 회장선거에서 단 한 번도 도전자 없이 단독후보로 당선됐던 수닐 굴라티 미 축구협회 회장도 내년 2월 열리는 차기 회장 선거에서 강력한 도전에 직면할 전망이다.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대표팀의 부진한 경기력과 히딩크 논란, 협회 비리 문제 등으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송구하다”고 말문을 열었지만 그 이후엔 “사태의 본질은 대표팀의 부진한 경기력”이라고 주장하면서 변명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 잘못했다”면서도 무엇이 잘못됐는지에 대한 분석도, 누가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약속도 하나 없는 ‘알맹이 빠진’ 사과였다. 대표팀 경기력 향상과 협회 쇄신 방안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청사진 제시가 없었다. 전 국민적인 분노가 몰아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의 원인을 ‘부진한 대표팀 경기력’으로만 몰고 가는 등 현실과는 전혀 동떨어진 시각을 드러내 비판 여론을 가라앉히기는커녕 팬들로부터 “그럴 줄 알았다. 뭘 기대하겠냐.”는 냉소적인 반응만 듣고 있다.
정 회장은 이날 대표팀에 대한 국민적 사랑과 지원을 당부했지만 사태의 본질이 선수들이 부진 때문이라고 돌리는 등 책임을 회피하고 진정한 자기 성찰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 상황에서 이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 대표팀의 부진한 경기력을 만들어낸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자신들이 ‘우물 안 개구리’인줄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축구협회의 뿌리 깊은 아집과 자가당착 때문이라는 것을 축구협회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지금 대표팀의 전력은 월드컵 본선팀 가운데 최약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인데 협회는 지금까지 해 온 방식으로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국민들의 간절한 개혁 목소리를 계속 외면하고 있다. 뼈아픈 자기반성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미국 축구는 지금 바로 그런 뼈아픈 자기반성 단계에 들어가 있다. A매치 114경기에 나선 미국 축구의 전설 클로디아 레이나는 미 대표팀의 충격적인 월드컵 본선 탈락 후 “우리는 너무나 거만하고 고약하다”고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스페인, 아르헨티나, 독일 등에 가보면 축구 지도자들에게서 우리에게선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겸손함을 발견한다”면서 “우리는 세계무대에서 한 번도 이기거나 이룬 것이 없으면서도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다. 코칭은 물론 미디어와 중계까지 모든 면에서 우리가 세계에서 제일 잘하고 있는 줄 알고 있다. 정말 걱정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계속해서 “우리의 실패 원인은 지나친 자만심에 휩싸여 세계에서 오는 다른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우리는 솔직해져야 한다. 너무 오래 운전석에서 잠들어 있었다. 이젠 세계에 나가 배워야 한다.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는 만큼 뛰어나지 않다는 것은 인정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우린 계속해서 현재의 그저 그런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뿐 아니라 한국 축구도 새겨들어야 할 조언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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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부국장·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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