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대단히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국내외 주요 언론들이 연일 한반도 전쟁론을 쏟아내고 있다. 합리적으로 정세를 분석해 보면 대충돌을 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트럼프와 김정은의 인간적 감정대립이다.
예측 어려운 두 정상의 성격상 어떤 돌출판단이 튀어나올지 위기론을 주장하는 논조들은 그 점을 바닥에 깔고 있는 것 같다. 감정충돌은 논쟁과 달리 합의가 어렵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언어의 여과없이 직설충돌 중이다. “로켓 가지고 말썽 부리는 어린 놈, 북한을 완전히 파괴해 버리겠다.” “늙은 미치광이, 뉴욕, 워싱턴에 핵폭탄 떨어뜨리겠다….” 시정잡배도 아닌 막강한 살상무기를 가진 두 나라의 권력자들이 이런 직설언쟁을 벌이고 있다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언제 무슨 일이 한반도에서 벌어질지 참으로 걱정이다.
실제 북한은 죽는 한이 있어도 핵무기는 반드시 소유하겠다는 각오다. 명분으로는 핵무기 보유만이 민족주권을 지키는 길이라지만 진짜 목적은 김정은 일가의 영구집권이다. 그들은 정권수립 이래 지난 70여년간 외세의 간섭과 탄압 협박에 시달려 왔고 또 그것을 견디어 왔다. 말하자면 강대국들 사이에서 시달려 오며 내분과 경제난을 극복하는데에 이골이 난 세력이다. 이번 핵무기 난동도 그들은 지금이 마지막 고비라고 판단하고 전쟁으로 멸망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핵보유의 외길로 가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국제적 핵보유국 승인이 영구집권과 남한 적화를 위한 승리라고 크게 자축할 것이다.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이나 틸러슨 국무장관의 회담제의나 모두 소용없는 일이다. 북한은 일시적으로 순종하는 척하고선 다시 핵개발을 계속할 것이다.
미국은 뭔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게 되면 핵무기를 가진 그들과 협상을 안 할 수 없고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기로 하는 평화협정을 맺어야 할 수 밖에 없다. 그 평화협정으로 미군은 남한 주둔 명분을 잃게 되고 미군이 빠져나간 남한의 방위력은 현저히 허약해져 궤멸의 운명이 될 것이 뻔하다.
세계적 세력 판도에서 중국 소련을 중심으로 한 대륙세력과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한 해양세력의 대치상태에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가치는 재론의 여지없이 막중하다. 그러니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를 용인할 리가 있나. 미국은 어떤 형태로든 절대로 북한의 핵보유를 공인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중국을 통한 북한 제재도 전쟁 대신 핵포기를 받아내려는 수단인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트럼프의 초강경론이 다소나마 북한을 제지하는 작용을 하고 있는 것도 같다.
핵무기를 둘러싼 북한과 미국의 이와 같은 격렬한 대치에 누구도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예측 불가능하고 괴팍한 성격의 강경론자, 두 정상의 소름 끼치는 직설 막가파식 극한 대결이 계속 되고 있을 뿐이다. 이 마당에 국내외 전문가들이 깊이 연구할 겨를도 없이 한반도 위기론을 내놓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징기스칸의 일화 하나가 떠오른다. 그가 매 사냥을 나갔는데 너무 목이 말랐다. 이리저리 헤매다 겨우 샘물 하나를 발견하고 엎드리는데 데리고 갔던 매가 자꾸만 얼굴을 치며 방해했다. 화가 난 징기스칸이 칼로 매를 후려쳐 죽여버렸다. 그리고 다시 물을 마시려고 바닥을 보니 커다란 뱀 한 마리가 물 속에 죽어 있었다. 그 이후 새를 죽인 것을 깊이 후회한 징기스칸은 이를 계기로 절대로 흥분상태에서 결단을 내리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했다는 얘기다. 그 후 징기스칸은 무력을 가졌으면서도 덕으로 세계를 정복한 위인이 되었다.
트럼프와 김정은 두 사람의 감정적 충돌 속에 얼마나 많은 백성들이 심리적으로 재앙과 요행 사이를 오가고 있는가, 두 사람의 이성회복을 위해 기도라도 올리고 싶은 심정이다.
이런 상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우리 정부에 대한 지적이다. 도대체 무슨 노력을 어떻게 하는지 존재감을 찾아볼 수가 없다. 이 와중에 ‘코리아 패싱’이란 치졸하고 치욕적인 단어가 거리낌 없이 외교가에 회자되고 있으니 이 무슨 민망한 일인가.
지난 9월 27일 문재인 대통령 특보가 “미국과의 동맹관계가 깨지는 한이 있더라도 전쟁은 막아야한다”는 발언으로 송영무 국방장관으로부터 지탄을 받았는데 청와대에서 송장관에게만 경고를 내렸다. 이것이 청와대 내부의 진짜 기류인지 묘한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한반도는 지금 위기이다. 보수진보라는 그 많은 자칭 애국자들은 ‘한반도 비핵화’ 한마디 외치지 못하면서 갑자기 모두들 어디로 갔나. 두 개의 얼굴을 가진 괴물 야누스 무리 속에서 살고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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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용 자유광장 회장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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