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 대통령이 임명했으니 보수적인 대법원장이었지만 웨렌버거는 퇴임 직후 1990년에 PBS 공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연방헌법 수정 제 2조가 제한을 받지않는 총기 소유권을 시민들에게 보장하는 것이라는 견해를 “미국시민들에 대한 사기”라고 표현했다. “효과적으로 운용되는 민병대는 자유를 즐기는 주의 안전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에 시민들이 무기를 소유할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고 된 헌법 수정 제 2조는 그때까지만하더라도 개인들의 무기 소유권에 관한 것이 아니라 공공질서 유지를 위한 것이었다는 것이 판사들과 학자들의 거의 공통된 견해였다.
그러나 1871년에 창설된 전국소총연합회(NRA)가 안전한 총기사용을 보급시킨다는 창립 당시의 취지를 “법을 준수하는 미국 시민들의 헌법수정 제 2조의 권리를 보호하고 방어한다”는 목표로 대치한 20세기 하반기부터 NRA의 무규제 총기소유 캠페인과 입법 로비활동은 2008년에 획기적인 헌법해석을 낳은 토양과 분위기를 조성했다.
1962년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1964년의 대통령 경선 후보였던 로버트 케네디의 암살 및 민권운동가 마틴 루터킹 박사의 암살, 그리고 레이건 대통령의 암살 미수 등 외국에서는 드문 중대사건들이 있을 때마다 총기규제 필요성이 제기되었지만 결국 도루묵이 되어온 역사 뒤에도 NRA의 연방의회와 주의회들에 대한 성공적인 로비가 있다.
2008년의 획기적 대법원 판례는 콜럼비아 지역(워싱턴 DC) 대 헬러라 불리운다. 워싱턴 DC에는 1975년에 통과되고 시행되던 총기 규제법이 있어 무기를 개인집에 소유하려면 총알이 장전되지 않았거나 방아쇠에 대한 잠금장치가 있어야만 되게 돼있었다.
데이빗 헬러란 어느 정부기관의 경비원이 범죄가 많은 DC의 자기집 동네에서 권총에 실탄이 장전돼있어야 안전하게 자기집을 보호할 수 있다는 그럴싸한 주장을 펴서 그 법에 대한 도전을 시작한 사건에는 그밖에도 5명의 원고들이 있었던데 대법원까지 가려면 수백만 달러가 되었을 변호사 비용을 NRA가 지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대법원은 무기를 소유할 권리가 민병대와 관계 없이 개인의 권리이기 때문에 DC 법이 위헌이라고 5대 4의 판결을 내렸다.
2010년에는 개인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무기를 소유할 수 있는 권한이 헌법수정 제 2조에 보호되어 있다는 판례가 DC만이 아니라 모든 주에 적용되게 되었다.
이번 10월 1일 밤 10시경 라스베가스에서 벌어진 살육현장은 59명이 죽고 500명 이상이 부상당한 미국 역사상 최악의 범죄였다.
64세였던 살인마 자신도 경찰이 범행장소에 진입하기 전에 자살했기 때문에 그의 동기는 알 수 없어도 그가 꼼꼼하게 빈틈없이 대형 살인을 하기 위해 준비했던 것만은 분명하다. 그가 3일동안의 컨트리 뮤직 공연장이 잘 보이는 만달레이 카지노 호텔의 32층에 범행 몇 일 전에 객실을 잡아놓은데 더해 그의 방에는 반자동 소총 등 무기가 23정 있었고 실탄도 수백발 있었다는 것이 경찰의 발표이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가 약 1년동안 32점의 총기들을 사들일 수 있었다는 점이다.
현행법으로 아무 문제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반자동소총이 기관총이나 다름없이 연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플라스틱 제품인 범프 스탁스(Bump Stocks)를 사용해 약 10분동안에 총들을 난사하여 몸을 숨길데도 없는 공연장의 2만여 관중들을 공포 가운데 몰아넣게 했다는데 그런 제품을 100여 불이면 누구나 살 수 있는게 현실이다.
NRA와 총기 소유권 보호 유관단체들이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공화당의 연방의원들조차 범프 스탁스는 규제대상으로 만드는 법제정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이번 사건은 처참, 잔혹 그 자체였다.
문제는 흉악한 총기사건들이 있을 때마다 제기되는 해결책들이란 게 땜질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1996년 오스트리아에서 28세 된 청년이 35명을 사살한 사건이 발생하자 여·야 구별없이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획기적인 개혁을 했던 것을 미국이 본받아야 도움이 될 것이다. 그 곳의 개혁 가운데는 전국적인 무기 소유자들의 명단, 무기 구입을 원하는 사람들이 기다려야하는 28일, 자동 또는 반자동 소총의 개인 소유 금지 등이 있어 총기에 의한 대형 살인사건들이 많이 줄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와 같은 극적인 변화는 미국에서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미국의 총기 비극은 계속 진행형일 것이다. 더욱이 트럼프가 탄핵이라도 돼 물러나게 되면 트럼프 지지자들의 무력시위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기사가 뉴요커 등의 잡지에도 실리니 더욱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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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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