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아파트·고급 콘도로 변신
▶ LA·뉴욕 등 대도시서 재개발 활발…입원환자 줄면서 병원도 감소 추세
문 닫은 홀렌벡 린다 비스타 병원을 개조해 만든 시니어 아파트에서 한 가드너가 일을 하고 있다. [LA타임 스]
지난 2015년 보일하이츠 지역의 홀렌벡 테라스로 이사한 후아나 몬로이는 하얀색의 이 노인아파트가 한때 수많은 영화와 TV 드라마에 등장했던 붐비던 병원이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낡은 과거 비스타 커뮤니티 병원이었던 이 건물에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도 들었다. 올 60세인 몬로이는 “약간 무서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까지 유령을 보지 못했다. 몬로이는 자신이 사는 건물에 그런 역사가 있다는 게 너무나 좋다고 말한다.
전국적으로 문을 닫은 병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생명을 되찾고 있다. LA에서는 노인아파트로 바뀌고 뉴욕 그리니치빌리지에서는 수백만 달러짜리 최고급 콘도로 변신한다. 뉴멕시코 산타페에서는 역사적 호텔로 탄생한다. 워싱턴 캐피탈 힐 지역에서는 지난 1905년 빈민 치료를 위해 문을 열었던 병원이 리모델을 거쳐 금년 여름 130유닛의 아파트로 거듭났다.
지역의 병원들은 주민들이 태어나고 치료받고 세상을 떠나는 곳이다, 그런 만큼 지역 주민들이 감정적으로 연결돼 있다. 이런 변신은 커뮤니티의 정서와 관련이 없을 수 없다. 그럼에도 이런 변신들은 환영을 받는다. 특히 오랫동안 방치돼 황폐화 된 병원들일수록 더욱 그렇다.
문 닫은 병원을 다른 목적으로 바꾸는 작업은 낡은 하워드 존슨 호텔을 개조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보건 분야 컨설턴트인 제프 골드스미스는 말했다. 그는 “많은 지역에서 병원은 커뮤니티를 규정하는 역할을 한다”며 병원을 닫는 일이 쉽지 않은 이유라고 덧붙였다. 버지니아 샬로츠빌 다운타운에 있던 마사 제퍼슨 병원은 프리웨이에 인접한 지역으로 옮겨가기 위해 문을 닫았으며 최근 이곳에는 아파트가 들어섰다.
병원들을 콘도와 아파트로 전환시키는 추세는 LA 등 수많은 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또 입원치료 수요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도 이런 추세에 한 몫 하고 있다. 수술을 비롯한 많은 치료들은 점차 독립 외래센터에서 행해지고 있으며 환자들의 평균 입원일수는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
이런 추세 속에 병원들의 합병은 늘어나고 있으며 많은 의료기관들이 문을 닫고 있다. 최근 연방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병원 수는 지난 1975년 7,156개에서 현재 5,627개로 지난 40년 사이 21%가 줄었다. 게다가 오래된 많은 병원들은 대형 스위트형 수술실과 프라이빗 입원실 등 현재의 의료 수요에 맞게 개조하기에는 너무 낡았다.
부동산 투자가들은 많은 오래된 병원들의 위치(기차나 버스라인 인근 도심)가 재개발의 매력을 더해준다고 밝힌다. 넓은 홀웨이와 높은 천정 덕에 아파트 등으로의 용도 변경을 위한 리모델이 용이하다. 물론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개발도 있다. 특히 뉴욕에서 그렇다. 뉴욕에서는 최근 수년 간 많은 병원들이 주거지로 탈바꿈했다.
1912년 타이태닉호 생존자들을 치료하고 1980년대 최초의 에이즈 환자들, 그리고 9.11 테러 피해자들을 치료했던 유서 깊은 병원인 세인트 빈센트 병원은 7년 전 문을 닫았다. 한 개발업자가 이 건물을 2억6,000만달러에 매입. 고급 콘도로 재개발해 지난 2014년 문을 열었다. 올해 스타벅스 창업자 하워드 슐츠가 콘도 한 유닛을 4,000만달러에 구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병원이 빈민치료기관에서 부자들을 위한 고급 주거지로 탈바꿈한 데 대해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정서적 이유에서만이 아니다. 한 주민은 “만약 심장마비가 올 경우 가장 가까운 병원을 가는데 택시로 1시간, 구급차로도 20분이 걸린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세인트 빈센트 병원이 파산 신청을 한 2005년 이 병원을 재정적으로 되살리기 위한 매니지먼트 팀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병원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가치는 부동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병원은 살아 있을 때보다 죽어서 더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병원을 탈바꿈시키는 데 저항이 없는 것은 아니다. 워싱턴의 캐피탈 힐 커뮤니티재단의 니키 심롯 회장은 스페셜티 캐피탈 힐 병원이 거의 사용하지 않던 10만 평방피트 넓이의 시설을 아파트로 개조하려는 개발업자들에게 매각했을 때 주민들이 미관과 교통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시설을 700 컨스티튜션이라는 아파트로 개발한 업자들은 건물 구조를 그대로 보존하면서 공사를 마쳐 주민들의 환영을 받았다. 심롯은 “그들의 작업은 정말 휼륭했다”고 말했다. 재개발에는 4,000만달러가 들어갔으며 완공에 5년이 걸렸다. 지하 주차장 건설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린 것이다. 700 컨스티튜션의 원 베드룸 월 아파트 렌트비는 거의 2,600달러에 달한다.
일부 병원들은 주거지 이외의 용도로 변경된다. 지난 2007년 문을 닫은 샌디애고 포인트 로마 카브리요 병원은 주 정부 관공서로 거듭났다. 후에 청사가 떠나면서 이 건물은 지역에서 가장 으스스한 곳이 돼 버렸다. 그러다 2014년 객실 141개의 드러리 호텔로 다시 탄생했다. LA 팍을 굽어보고 있는 린다 비스타 커뮤니티 병원은 철도 노동자들 치료를 위해 1905년 문을 연 곳이다. 예산 문제와 환자 감소 등으로 86년 만에 문을 닫았으며 6층짜리 건물은 폐허가 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텅 빈 입원실과 버려진 의료 기기들, 그리고 낡은 복도는 영화관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펄 하버’ ‘아웃브레이크’ 같은 영화들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이 건물을 앰칼 멀티 하우징이라는 회사가 매입, 재개발했다. 이 회사는 입원실을 노인아파트로 개조하고 집중치료실과 의학도서관 등 모든 것을 리모델했다. 그러면서 메일박스, 리프트, 창문, 스테인리스 스틸 도어 등 건물의 많은 오리지널 시설들을 그대로 보존했다. LA 사적보존위원회 관계자는 “그들은 훌륭한 역사를 지닌 건물을 구해냈다”고 높게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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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LA타임스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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