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약 10일간 고국을 방문했다. 이 번 방문은 내가 교육위원으로 있는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청 소속 부교육감 그리고 센터빌 고등학교와 헤이필드 중고등학교 교장과 함께 했다.
나는 여러 해 동안 휴가 대신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청 소속 교육자들과 한국을 방문해 왔다. 그들에게 나의 조국인 한국을 소개하는 것이 사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들이 좀 더 나은 교육자로서의 발전을 위해 시각을 넓힐 필요가 있을 뿐 아니라, 카운티 공립학교 학생들의 4-5%를 차지하고 있는 한인 학생들과 그들의 부모들을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을 직접 방문해 한국문화를 체험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센터빌 고등학교는 올해로 한국어를 정식 과목으로 채택한지 두 번째 해가 된다. 그 학교의 한국어 프로그램에는 첫 해부터도 많은 학생들이 수강 신청 했는데 올해에는 더욱 많은 학생들이 등록을 해서 담당 교사에게 풀타임을 넘어선 추가 수업을 배정하기도 했다. 그 학교에 한인 학생들의 비율이 높은 것을 고려할 때 한국어 프로그램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믿는다.
헤이필드 중고등학교는 올해 1월에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교육학과 학생들 4명에게 4주간의 교사 실습 기회를 제공했다. 멘토 교사를 일대일로 매치해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ESOL교육을 어떻게 제공하고 있는지 직접 보고 배우도록 했다. 호스트 가정들을 통해 미국인들의 일상생활과 문화를 직접 접하게 된 것도 그 학생들이 나중에 영어 교사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칠 때 귀한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부교육감은 사실 작년에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방문 전에 젓가락 사용 연습까지 하며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는데 방문 날짜를 몇 주 남겨 놓고 다리를 다쳐 다른 사람에게 그 기회를 양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올해는 꼭 방문하기를 희망했었다.
한국 방문 때 내가 동행하는 교육자들에게 강조하는 철칙이 있다. “한국에 자러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자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좀 더 많은 것을 체험하자는 뜻이다. 이번 방문도 이 철칙을 지키도록 노력했다.
첫 날 도착해 서울의 인사동 근처의 숙소에 체크인 하기가 무섭게 간단히 샤워만 하고 나의 중학교 동창들과의 만남에 그들을 대동했다. 한국에서 오랜 친구들과 만나는 모습이 어떤가를 보여 주고 싶었다. 학교 졸업한지 40여년이 지나서도 정기적으로 만나는 한국인들의 동창모임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다음 날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시내를 걷고 경복궁을 무료 영어 가이드와 함께 관람했다. 그 때 부교육감과 교장들이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관계에 대해 부분적이나마 설명을 들었고 두 나라 사람들의 서로에 대한 국민적 감정을 배우게 되었다. 또한 강대국 사이에 끼여있는 한국의 지정학적 상황이 가져다 주었던 고난에 대한 얘기도 들었다. 남북한의 대치와 북한의 핵무기 위협 상황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둘러싼 강대국들의 결정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어제 오늘의 얘기만이 아니라는 안타까운 현실을 듣고 느끼게 된 것이다. 어쩌면 이런 부분들이 이번 방문 중 얻게 된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 후의 일정에는 통영, 거제, 부산, 경주 방문이 포함 되었고 다시 서울로 돌아와 서울시 교육청과 영훈국제중학교와 경기예술고등학교를 방문한 후 목포에 내려 가게 되었다. 전남교육청과 교류협정을 맺는 양해각서 체결이 있었고 여수충무고등학교를 방문한 후 서울로 또 다시 돌아 왔다. 서울에서는 한양대, 한국외대, 홍익대를 방문했고 판문점을 가 보는 기회를 가졌다. 이러한 일정들에 대한 보고는 다음 번 칼럼에서 계속하고자 한다.
정말 매일 몇 시간 안 자고 강행군 한 힘든 일정이었지만 무척 유익했던 방문이었고, 동행한 교육자들이 감사해 하는 모습에 나도 보람을 느꼈다. 모쪼록 이번 방문을 통해 이 세 명의 교육자들이 앞으로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져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을 교육하는 일에 많은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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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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