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들은 자유무역 거래에서 무형의 권리인 특허권, 저작권, 상표권 등이 포함되는 지적소유권(IPRs) 분야에 대단히 적극적인 방어를 취하고 있다. 특히 무역관련 지적소유권 협정(TRIPS)을 WTO에 도입 해 보호의 범위와 기간, 그리고 수위를 전례없이 강화시키고 있어 상대적으로 개발도상국들은 이로 인해 경제발전에 정작 필요한 기술과 지식 획득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지적소유권 중 특히 특허법은 자유시장 질서에서 공공의 이익과 충돌하여 종종 문제를 발생시키곤 한다. 제약회사의 의약관련 제품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미국의 의약관련 연구개발 자금 출처에 따르면 제약업체가 43%, 정부가 29%, 대학과 비영리 자선단체가 28% 투자하고 있다. 이는 50% 이상이 공적자금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아이디어의 모방과 도용을 막기 위해 출발한 특허가 보호의 필요성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커다란 특혜를 보장받고 있는 셈이다. 제약회사들이 특허권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가 과연 타당한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특허는 한마디로 독점의 권리를 시장에서 보장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독점은 경쟁을 무력화시키고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게 허용한다는 점에서 자유시장 원리에 어긋나는 승자독식 게임의 불공정 행위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지식과 기술은 나누어야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해 내는 데 소수의 가진 자 독과점 위주의 경제는 인류에게 전혀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특허도 사실 엄밀히 따지면 누군가의 아이디어를 차용한 것이 대부분이다. 스위스의 노바티스, 로슈 회사의 제약 기술은 독일의 화학자들로부터, 토머스 에디슨의 제너럴 일렉트릭 회사의 전기 기술은 니콜라 테슬라로부터, 네델란드 필립스 전자기술은 토머스 에디슨으로부터, 프랑스 통조림 기술은 어떤 이름도 알 수 없는 외국인에 의해 아이디어를 차용한것 들이다. 그런데 이런 과거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오늘날에 와서는 자유무역을 통해 전례가 없는 수준의 강력한 지적 소유권 보호를 개발도상국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WTO 무역관련 지적재산권 협정에 20년의 특허보호기간을 명문화하여 국제적 표준으로 삼았다.
특허권이 없으면 새로운 기술 진보가 있을 수 없다는 특허권 로비 단체들의 논리를 뒤집을 만한 반증은 넘쳐난다. 수학적 업적을 통해 현대 컴퓨터의 초석을 낳은 앨런 튜링, 레이저를 발명한 찰스 타운스, DNA비밀을 해독하여 현대 의학의 중요한 기반을 구축한 왓슨과 크릭, 오늘날의 인터넷 발전을 가능케 했던 월드 와이드 웹을 창안한 팀 버너스리 같은 발명가들은 큰돈을 벌 수 있었으나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들은 특허를 내지 않고 인류의 안녕과 복지를 위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무상으로 공개했다.
17세기-19세기 무역 독점권을 영국으로부터 거머쥔 동인도회사, 19세기 철도 부호들에 이어 석유왕 록펠러와, 철광왕 카네기 멜론, 20세기 들어와 경쟁 업체들의 진입을 저지하고 경쟁 압력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낸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 등은 대표적인 시장 독점으로 큰 부를 획득한 독과점 후예들로 악명이 높다. 이들은 산업의 혁신 기업가라기보다는 독점 기업가들이다. 독과점은 혁신을 이루지 못한다. 진정한 혁신은 다른 곳에서 이루어졌다.
“열정을 가진 미친 이들과 함께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바꾸겠다”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 “세상 모든 지식을 모두에게 나눠준다”는 비전을 꿈꾼 구굴의 래리 페이저와 세르게이 브린, “보다 열린, 연결된 세상을 만든다”는 슬로건으로 소설 미디어를 통해 세상과 더 가깝게 소통하겠다는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같은 혁신가들은 발명가 위인들의 아이디어 덕분에 그들의 왕국을 세울 수 있었다. 이들 혁신가 들은 인류의 행복을 위해 세상을 진보시킨 위대한 과학자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끊임없는 열정으로 오늘날 세계 최대의 기업들을 만들어 냈다.
누군가를 너무도 존경하여 그의 이름을 전기자동차 상표로 사용했다는 테슬라 모터스의 엘론 머스크, 에디슨에 아이디어를 차용당한 비운의 천재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 그는 현실주의자 에디슨과는 달리 과학 기술을 통해 시장에서 큰돈을 벌기보다는 평등, 자유 그리고 인류의 복지를 꿈꾸었던 전기공학 과학자이면서도 이상주의자였다. “이 세상은 더 이상 강자가 약자를 착취하고, 악이 선을 누르며, 가진 자들의 폭력이 가난한 자들에게 굴욕을 주는 일이 없는 세상이 될 것이다. 그 세상에서는 지식과 과학, 예술의 산물이 개인의 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류의 복지와 윤택한 삶을 위해 쓰일 것이다. 이 새로운 세상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자유를 누리고 평등하며, 인간을 존경하는 그런 세상이 될 것이다”라고 니콜라 테슬라는 자기의 정치적 철학을 이렇게 공표했다. 그가 남긴 심금을 울리는 잠언(箴言)은 인류가 가야할 방향을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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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국 정치 철학자,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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