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서 호수의 하늘
혹시 ‘공활’이라는 단어를 기억하시려나? 한자로는 空豁이라고 적는다. 과히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애국가 3절에 나온다.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밝은 달은 우리 가슴 일편단심일세
공활은 ‘텅 비고 매우 넓다’는 뜻이다. 마치 가을하늘처럼. 고국의 하늘은 이제 예전과 같지 않다는데 이곳 워싱턴 메트로 지역의 가을 하늘은 맑고 높고 푸르니 그나마 다행이다. 퍽 괜찮은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 공활한 가을 하늘 밑에서 집 근처 공원길을 걸어보면 어떨까? 추우면 춥다고, 더우면 덥다고 핑계가 생기지만 가을에는 그런 핑계를 대기 어렵지 않은가. 신발 한 켤레면 되는 일이다. 육신의 건강을 위해서이든 정신의 건강을 위해서이든 가을에는 일단 나서볼 일이다. 이제 부터는 길에 낙엽이 내려앉기 시작해서 분위기도 좋은 때이다. 한인이 많이 사는 페어팩스에서 걷기에 좋은 몇 곳을 알아본다.
■ 버크 레이크 공원 (Burke Lake Park)
셸터와 피크닉장이 있어서 각종 행사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공원이다. 버크의 286번(구 7100번) 페어팩스 카운티 파크웨이와 123번 옥스로드(Ox Road) 사이에 있는 공원으로 골프장, 캠핑장이 같이 있다. 무엇보다도 218에이커에 이르는 버크호수를 끼고 한 바퀴 도는 4.5마일의 순환로가 유명하다. 자전거를 탈 수도 있는 이 순환로 중에 일부는 아스팔트로 포장되어있다. 휠체어를 탄 상태로 낚시를 할 수 있는 곳까지 가기 위해서이다. 그 밖의 대부분 길은 잘 다져진 흙길이다.
버크레이크공원을 여러 번 가봐서 빤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다른 방법으로 즐겨보자. 사람들은 대개 호수를 한 바퀴 돌았기 때문에 이 공원을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여기에 숲속으로 난 곁길이 있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곁길로 바로 가기 위해서는 옥스로드쪽이 아니라 페어팩스 카운티 파크웨이 쪽으로 가는 것이 좋다. 올드 킨 밀로드를 따라 공원쪽으로 가다가 페어팩스 카운티 파크웨이를 만나는 곳에 있는 신호등에서 그대로 직진하면 그 즉시 좌회전하는 짧은 길이 있는데(좌표 38.767816, -77.287283) 거기에 주차한 후 그 길 끝에서 숲으로 들어가는 길로 들어가는 방법이다. 거기서 직선으로 15분 못되게 가면 버크호수를 만나는데, 그 길 중간 좌우에 숲으로 들어가는 트레일이 있다.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무척 호젓한 숲속 길이다. 탐험하는 기분으로 다녀보시길.
공원입구는 옥스로드 쪽에 있는데 입구로 들어간 후 곧 길이 양갈래로 나뉜다. 대부분 사람들은 선착장, 셸터, 피크닉장이 있는 오른쪽 길로 접어들지만 오직 호수 한 바퀴 걷는 것이 목적이라면 왼쪽 길로 접어들어 거기 있는 주차장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화장실은 선착장 부근에 있다.
주말은 입장료를 받는데 페어팩스 주민은 무료이다. 그래서 주말에는 페어팩스 주민인지 확인하기위해 입구에서 운전면허증을 검사한다.
●주소: 7315 Ox Road, Fairfax Station, VA
●인터넷: www.fairfaxcounty.gov/parks/burkelakepark/
리버 트레일에서 만나는 포토맥 강(왼쪽). 머서 호수 주변의 비버 흔적.
■사우스 런 공원 (South Run Park)
버크쪽 스프링필드의 286번 페어팩스 카운티 파크웨이 곁에 있는 154에이커에 이르는 공원이다. 입장료 없다. 버크레이크공원과 붙어있으며 양쪽을 연결하는 짧은 트레일이 있다.
이 공원에서 걷는 것은 머서호수(Lake Mercer) 주위를 한 바퀴 도는 것인데 대부분 포장도로이고 짧은 비포장 길이 있다. 버크호수의 순환로는 평지인데 반해 머서호수 순환로의 절반 정도는 높낮이가 꽤 있는 편이다. 버크레이크공원에 비하면 찾는 사람이 월등히 적어서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적극 추천할 만 하다. 이 순환로에서도 자전거를 탈 수 있다.
주차는 두 군데에서 할 수 있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사우스런 안에 있는 레크리에이션 센터를 지나 그 뒷편에 있는 실내축구장 부근에 주차하는 것이다. 다른 방법은 후스로드(Hooes Rd) 옆에 있는 주차장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이 주차장은 10여 대를 주차할 수 있다. 여기에 주차한 후 0.2마일의 언덕길을 올라가면 머서호수의 댐을 만나게 된다.
머서호수 순환로의 SO9표지판 부근에는 순환로가 아닌 호수가로 가는 길이 있는데 그리로 가면 비버가 나무를 갉아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이 공원 안에는 호수주변 순환로만 있는게 아니다. 다양한 종류의 운동장과 레크리에이션 센터가 있고, 특히 올해에는 짚 라인 업체인 고 에이프(GO APE)가 개장했다. 그리고 이 공원 입구 오른쪽에는 반려견을 위한 공원(Dog park)이 있는데 한번에 수용할 수 있는 최대가 85마리이니까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겠다. 길이가 100m는 되어보이는 커다란 운동장인데 사랑하는 반려견이 마음껏 뛰노는 것을 보고 싶다면 한 번쯤 들러보시길. 화장실은 레크레이션 센터 안에 있다.
●주소: 7550 Reservation Drive, Springfield, VA 22153
●인터넷: www.fairfaxcounty.gov/parks/rec/southrun/
●도그 파크 이용시간
-월-금 : 아침 7시-일몰 후 30분
-주말과 연방공휴일: 아침 8시-일몰 후 1시간 반 까지
■ 디프컬트 런 공원
(Difficult Run Stream Valley Park)
그레이트 폴스 부근에 있는데 강원도 어느 계곡을 연상시키는 곳이다. I-495에서 그레이트 폴스로 가는 중간에 포토맥강으로 흘러들어가는 개천이 디프컬트 런이다. 이 개천을 따라서 페어팩스 크로스 카운티 트레일이 있다. 하지만 이 트레일을 왕복하는 것 보다는 그레이트 폴스와 포토맥강을 연결하는 순환트레일을 추천한다.
주차장에서 조지타운 파이크(Georgetown Pike)를 건너 올드 캐리지 로드(Old Carriage Rd)를 따라 일단 그레이트 폴스를 간 후 거기서 포토맥강을 따라 하류 방향으로 가는 리버트레일(River Trail)과 리지트레일(Ridge Trail)을 거쳐 디프컬트런 트레일(Difficult Run Trail)을 따라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순환트레일이 그것이다.
리버트레일은 바위가 있어서 난이도가 중급 정도 되는 트레일인데 운하의 흔적도 볼 수 있어서 무척 흥미있다. 게다가 여기서 바라보는 포토맥강은 그레이트 폴스 주변과는 또 다른 감흥을 받을 수 있다. 이 트레일의 강건너편이 메릴랜드쪽의 빌리고트 트레일(Billy Goat Trail)이다.
주차장 주소는 8801 Georgetown Pike, McLean, VA 22102이고, 화장실은 그레이트 폴스 구역에 가야 있다.
사우스 런 공원의 도그 파크. 버크호수 선착장(아래).
■ 앨레노어 로렌스 공원
(Ellanor C. Lawrence Park)
28번 설리 로드(Sully Rd)와 I-66이 만나는 곳 부근에 있는 공원. 센터빌과 샌틸리에 사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 공원은 657번 월니 로드(Walney Rd) 옆에 있어서 그냥 월니 파크라고 불리기도 한다.
세로로 긴 이 공원은 그 안에 여러 개의 트레일이 연결되어 있는데, 트레일만 있는게 아니다. 방문객 센터 안에는 작은 박물관이 있고 그 부근에는 역사 유적지도 있다. 그리고 남쪽에는 작은 연못이 있어서 다양한 생태계를 살펴볼 수 있다.
주차는 두 군데에서 할 수 있는데 주된 주차는 방문객 센터에서 하게 된다. 다른 하나는 28번 도로에서 월니 로드로 들어가서 바로 왼쪽에 있는 연못 앞에 있는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다.
만약 여기를 처음 가는 사람이라면 방문객 센터에 가서 지도를 구하고서 출발하는게 좋겠다. 여러개의 트레일이 있어서 위치를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입장료는 없고 화장실은 방문객 센터에 있다.
공원이 28번 도로와 657번 월니 로드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서 길 가까이에 있는 트레일을 걸을 때에는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가 들릴 수 있다는 것은 양해해야 한다.
●주소: 5040 Walney Rd, Chantilly, VA 20151
●인터넷: www.fairfaxcounty.gov/parks/eclawrence/
■ 콘웨이 로빈슨 주립 삼림
(Conway Robinson State Forest)
페어팩스 카운티 옆동네인 프린스 윌리엄 카운티에 있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곳 한 군데 있다. 콘웨이 로빈슨 주립삼림이 그곳이다. 센터빌과 게인스빌 사이의 29번 리하이웨이(Lee Highway) 길가에 있는데 게인스빌과 가깝다. 444에이커에 이르는 이 곳은 별다른 시설이 없다. 화장실도 없다. 입장료도 없다. 10여대가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은 마치 길가에 주차하는 기분이고 입구와 안쪽에 안내판 몇 개가 있을 뿐이다. 별도의 주차장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은 찾는 이가 많지 않다는 뜻이다. 여러 개의 트레일이 있는데 트레일 총 길이는 5.1마일.
금강송이라는 나무가 있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소나무는 몸체가 구불구불한 것을 생각한다. 그런데 소나무 중에는 위로만 곧게 자라고 가지도 거의 없어서 옹이가 없는 좋은 목재가 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금강송이다. 궁궐이나 사찰 같은 것을 지을 때 쓰는데 여기 안쪽에 가보면 금강송이 아닐까 싶게 보이는 키가 몹시 큰 소나무 군락지를 만난다. 많이 다녀본 것은 아니지만 버지니아 북쪽에서 이렇게 키 크고 곧게 잘 자란 소나무 군락지는 여기에서만 보았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을 가끔 만나는 이 트레일 중에서 29번 도로와 나란히 가는 구간에서는 자동차 소리가 들린다는 점은 감안하시길.
●좌표: 38°48’ 12.6”, 77°35’ 16.7”
●인터넷: www.dof.virginia.gov/stateforest/list/conway-robinson.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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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김성식 (VA, 스프링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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