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그새 문을 닫았네.” 얼마 전 한인타운 내 한 식당 앞에 이르자마자 동행한 친구가 던진 말이다. 김밥전문집에서 다른 한식당으로 간판을 교체한 지 얼마 안 된 곳이었는데 한 동안 방문하지 않던 사이에 폐업을 해 헛걸음을 했다. 마지막 상호로 운영한 기간도 몇 달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1년도 못돼 간판을 두 번 갈아치우고 결국 쓴맛을 본 것이다.
한인타운의 또 다른 곳은 한 동안 비어 있던 식당 자리에 ‘올 유 캔 잇’ 바비큐 집이 들어섰다. 얼마 간 영업하는가 싶더니 문을 닫았다가 어느 날부터 샤부샤부 전문점으로 개업했다.
한인타운 요식업소들의 ‘단명’ 문제야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1년에 한인타운을 중심으로 새로 오픈하는 식당, 카페 등은 20여 곳에 달하지만 이중 절반은 메인 메뉴만 달리해 상호를 바꾸거나 장사가 시원찮아 손 바뀜이 벌어진 경우다.
요식업소의 수명이 짧은 가장 큰 원인이리면 좋지 않은 경기겠지만 철저하지 못한 준비와 뜬다 싶으면 너나 할 것 없이 몰리는 사업 스타일도 무시할 수 없다. 한 요식업계 전문가는 “ 요즘 타운의 일부 비즈니스를 보노라면 순식간에 문을 열고 곧바로 망하더라”고 꼬집었다. 그는 “아무리 바쁜 세상이라도 메뉴 선정, 인테리어, 종업원 교육까지 제대로 하려면 최소한 1년은 필요하다”며 “부침이 심하고 트렌드가 자주 바뀌는 요식업계는 완벽히 준비한 만큼 리스크도 줄게 마련”이라고 조언했다.
실제 10여년 전 쯤 월남국수집과 소주방이 큰 인기를 모으면서 타운 곳곳에 우후죽순 간판이 달렸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이들 업소는 과열 경쟁과 단일 메뉴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업종을 전환하거나 폐업의 수순을 밟아야 했다.
한인 비즈니스 중 롱런이 보기 드문 것은 요식업 뿐이 아니다. 1990~200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내로라하던 한인 가전, 자동차 판매의 경우 일부 업소들이 명맥만 유지한 채 지금은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한인타운 비즈니스에 비관적인 모습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몇 달 만에 간판을 바꿔다는 모습이 흔해진 요즘이지만 강산이 서너 번 변하도록 그 자리를 꿋꿋이 지키는 업소들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오래 됐다고 해서 모두‘거창하거나 눈부신’발전을 이룬 것은 아니다. 괄목할만한 성장을 일군 곳이 있는가 하면 예나 지금이나‘변함없이’고객들을 반기는 업소도 있다. 외형적인 경영성적표는 차치하고 한 비즈니스가 장수했다면 그 비결은 내 사업을 꿈 꾸는 사람에게 소중한 노하우가 될 수 있다. 이들의 비즈니스 장수 비결은 무엇일까?
35년간 올림픽가를 지켜 온 식당업계 터줏대감‘강남회관’이상헌 대표는 “다른 비즈니스와 마찬가지로 식당 역시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 게 첫째”라고 강조하며 “장수 비결이라면 맛과 품질로 승부한다는 원칙을 철저히 지켰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요식업을 생각한다면 절대 반칙을 하지 말라”며 “맛이 달라지거나 퀄리티가 낮아지면 고객이 가장 먼저 알게 된다”고 조언했다.
한인 가전업계의 산증인 한스전자. 43년을 이어 온 비결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신용’이다. 어디 가도 살 수 있는 가전제품, 판매에만 그치지 않고 한스전자에 가면 믿고 살수 있다는 ‘크레딧’을 고객에 각인시킨 것이다. 또 마진이 박한 업계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에 무리한 사업 확장은 꿈도 꾸지 않았다.
올해 창업 40년을 맞은 건강식품 업체‘YS 헬스’도 기본에 충실하라는 금언을 철저히 지키는 업체. 창업 이후 믿을 수 있는 최상의 유기농 제품만을 만들겠다는 ‘한 우물만 판 좋은 고집’이 비즈니스 철학이다.
모든 비즈니스의 소망인 ‘장수’. 하지만 장수 업소들의 비결은 놀랍거나 특별하지는 않다. 또 이런 비결이 영원불변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장수기업이 되는 노하우도 업종과 시대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꾸준히 한 업체를 유지하고 살아남은 비결만이라도 제대로 마음속에 담아둔다면 적어도 ‘잘못된 길’보다는 ‘잘 되는 길’로 갈 확률은 높여 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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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광 특집2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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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한 동네에 미장원과 이발소가 수백개니 이발비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10불 받죠. 렌트는 비싸지고 위생검열 벌금 높아지고 그저 근근히 먹고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