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nspiracies, Corruption and Climate]
▶ 폴 크루그먼 칼럼
뉴욕시립대 교수·칼럼니스트
기상전문가들이 예측했던 대로 허리케인 하비가 휴스턴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은 터라 며칠 후 허리케인 아마 경보가 발령됐을 때 모두가 주위를 기울였을 것이라 생각했다면, 그건 오산이었다.
지난 화요일 우파의 대표적 정치평론가인 러시 림보는 기상과학자들이 정치적, 경제적 이유로 어마의 위협을 꾸며냈다고 비난했다.
그는 “기후변화라는 의제를 가장 신속하게 전개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 가운데 하나가 허리케인을 동원하는 것”이라고 선언하고 “공포와 패닉은, 병물과 TV 광고를 판매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을 남긴 뒤 그는 플로리다 주 팜비치에 위치한 자신의 맨션에서 나와 곧바로 대피했다.
어떤 면에서 우리는 림보에게 감사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필사적으로 피하려드는 기후변화라는 주제를 제기하고, 지구온난화와 허리케인과의 관계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오염과 오염원 친화적인 스캇 프루잇 연방환경청(EPA) 신임 국장은 현 상황에서 기후변화를 거론하는 것은 플로리다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한 “무심한 처사”라고 강조했다.
두말할 필요 없이 프루윗과 같은 사람에게 기후에 관해 이야기하기 적절한 시간 따위는 결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림보의 발언에서 우리가 깨우쳐야 할 것은 것은 무엇인가? 림보가 형편없는 사람이라는 건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바다.
중요한 사실은 그가 공화당 주류에서 멀찍이 떨어진 국외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림보 외에 허리케인 어마에 관한 경고를 받아들이기 거부한 유력인사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과학을 부인하는 한편 과학자들을 정치적으로 동기화되고 부패한 자들로 공격하는 것은 미국 우파의 표준 운영절차다.
기후변화를 “가짜 뉴스”로 몰아쳤던 당시 도널드 트럼프는 다른 평범한 공화당원처럼 행동했을 뿐이다. 트럼프의 대선승리 덕분에 무지하고, 반과학적인 보수의자들이 현재 정부를 이끌어가고 있다.
정부폐쇄를 몇 개월 유보시킨 트럼프와 민주당의 거래를 들먹여가며 그의 온건한 독립적 성향을 강조하는 얼토당토 않는 해설기사를 접할 때, 단지 푸르잇만이 아니라 환경과 에너지를 다루는 트럼프 행정부의 거의 모든 고위 관리들이 공화당의 본류로, 기후변화와 과학적 증거를 전반적으로 부인하는 자들임을 기억해야 한다.
기후변화를 부인하는 거의 모든 주장에는 림보 식의 음모론이 담겨 있다.
인간의 활동이 지구의 온도를 높인다는 사실은 과학자들 사이에 압도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보수적 정치인들과 기상전문가들은 신뢰할만한 과학적 증거를 근거로 지구온난화 주장을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수천명의 전 세계 과학자들이 불순한 동기를 갖고 가짜 뉴스를 만들어 냈다고 싸잡아 매도한다.
기후변화를 주장하는 과학자들이 예외 없이 동료집단의 압력과 금전적 보상에 길들여져 자료를 조작하고 반대견해를 억누른다는 황당한 주장이다.
넋 나간 소리지만 이런 주장이 우파와 전문가들, 심지어 반 트럼프 진영에 속한 전문가와 정치인들 사이에서 대세를 이룬다.
이처럼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이 과학을 불신하고, 과학자들에 대한 우스꽝스런 음모론을 받아들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부분적 대답은 그들이 음모론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그들의 세상에서 일이 진행되는 방식이다.
환멸을 느낀 일부 공화당원들은 사상의 황금기였던 과거의 언젠가에 관해 이야기하길 즐긴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황금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일부 보수적 지식인들이 흥미롭고 독립적인 아이디어를 표방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이미 오래전의 이야기다. 오늘날의 우파 지식인 세계는 본질적으로 연구원이라기보다 선전원들인 청부업자들에 의해 지배된다.
우익 정치인들은 그들이 원하지 않는 결론을 내놓는 과학자들을 괴롭히고 핍박한다.
트럼프가 권력을 장악한 이후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리멸렬한 상태이면서도 기상학과 기상과학자들은 어디서건 체계적으로 숙정한다.
따라서 앞서 말했듯 림보 같은 사람은 진보주의자들이 기후에 관해 거짓말을 늘어놓고 진실을 억누르는 음모론에 열중한다고 생각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게 바로 그들의 친구들이 하는 짓이기 때문이다.
보수주의자이 과학 전반에 점점 더 적대적이 되어가기 때문에 이 또한 그들에겐 일리가 있다.
서베이는 1970년 이래 과학에 대한 보수주의자들의 신뢰가 꾸준히 하락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명백히 정치적인 동기에 의한 것일 뿐 과학이 제 기능을 중단했기 때문은 아니다.
과학자들도 보수주의자들에 대한 신뢰를 버리는 것으로 반격을 가했다. 현재 과학자들의 80%가 민주당 쪽으로 기울어진 상태다.
사실 진화론을 인정조차 하지 않는 대통령후보를 낸 정당을 과학자들이 어떻게 지지할 수 있겠는가?
결국 우리는 과학계로부터 완전히 소외되었을 뿐 아니라 증거의 객관적 평가가 세상을 이해하는 올바른 방식이라는 개념, 다시 말해 과학적 아이디어마저 거부하는 사람들의 지배아래 놓여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런 고의적인 무지는 결국 문명파괴라는 무시무시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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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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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3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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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미친 놈이야 ... 오바마 뒤 빠는 놈일세 ...
이 사람은 갱재학자인지 기상청 학자인지 정치학자인지.....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