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절제가 없으면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나 마찬가지다. 절제 없는 사람은 남들에게 피해를 줄 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불행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9월 13일 뉴욕 브르클린에 위치한 연방지방법원에서 유치장으로 직행한 34세의 마틴 식렐리의 경우가 그렇다. 식렐리는 고등학교때부터 해지펀드 인턴을 했고 그것을 발판으로 기업사냥 아니면 새로운 아이디어 발굴 등 투기성 투자로 돈을 빨리 늘리려는 투자가들을 모아 운영하는 해지 펀드를 서너개 설립했던 이력이 있으니까 하늘이 돈짝만해 보였는지도 모른다. 약 2년전부터 그는 미디어와 사회의 미움을 독차지하는 언동을 일삼았다. 한 예를 들자면 그가 회장으로 있던 제약회사가 AIDS의 청소년감염자들이 필요로 하는 약값을 1정 당 13.50달러에서 750달러로 무려 5,000퍼센트나 올렸었던 일이 있었다. 그러나 승자독식(勝者獨食)의 자본주의 개념으로 판단하면 식렐리는 투자가들의 우상이었는지도 모른다.
식렐리가 8월에 연방법원에서 배심원 재판 끝에 유죄판결을 받은 것은 약품 폭리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이 해지 펀드의 투자가들을 속였다는 죄목등 세가지였다. 그가 투자가들의 돈을 모으기 위해 거짓말을 했으며 주를 잘못골라 큰 손해를 보게 되었을 때 다른 투자가들의 돈을 끌어들여 메꾸려했으며 자기회사 돈도 마구 집어썼다는 것이다. 식렐리의 변호인단은 그가 결국에는 투자가들에게 손해를 입히지 않았을 뿐더러 애당초 사기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을 폈지만 배심원은 연방검찰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배심원의 유죄평결 다음 절차는 키오 마쓰모토 판사의 선고로써 선고일은 내년 1월 16일로 잡혀져있다. 그리고 식렐리는 유죄판결 날부터 선고일까지 자유로운 몸으로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하는 보석금을 500만불 법원에 기탁했던 것이다.
그런 여건이라면 웬만한 사람들은 몸조심과 말조심을 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식렐리는 나쁜 의미로 보통사람이 아니다. 불과 몇 달동안이나마 자숙하기는커녕 약 70,000명의 추종자들이 있다는 자신이 페이스북에 상상을 초월하는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식렐리가 평소부터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미워한다고 공언했다지만 힐러리의 머리카락 한 개라도 뽑아오는 사람에게는 5,000불을 지불하겠다는 내용은 위험천만 그 자체였다. 클린턴이 누구인가? 전 대통령의 영부인으로서 살아생전에는 대통령 경호실의 보호 대상이다. 그런 사람에게 근접해서 모발하나를 뽑아오면 상금을 주겠다는 것은 폭행선동이나 마찬가지다. 사족을 달라면 미국법으로는 폭행(assault)이란 게 아주 광범위하게 정의되고 있다. 상대방의 허락이 없이 얼굴이나 신체부위에 손만 닿게 되더라도 폭행죄로 입건될 수 있는 것이다.)
연방검찰이 식렐리의 보석을 취소하고 곧장 수감해야 된다고 법원에 청원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래서 열린 것이 이번 수요일의 법정절차였다. 보도에 의하면 식렐리 사기사건 재판을 다루었던 마쓰모토 판사는 처음부터 힐러리 클린턴만이 아니라 여기자들을 포함한 다른 여자들에 대한 폭력을 시사하는 글을 페북에 올린 식렐리가 선고를 기다리는 동안 자유의 몸으로 있을 자격이 없는 위험인물이라는 연방검사의 주장에 동조적이었단다. 벤자민 브라프맨이란 유명한 화이트컬러 범죄전문 변호사의 여러 주장들을 마쓰모토 판사가 일축했다는 것이다.
브라프맨은 거의 한 시간에 걸쳐 식렐리를 당장 감옥에 처넣어서는 안될 이유들을 열거했던 모양이다. 브라프맨은 식렐리의 행동을 바보스럽다고 표현하면서 자기 자신도 그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고까지 했다. 그러나 바보스러운 것이 폭력적인 것과는 다르다고 주장하면서 브라프맨은 식렐리의 페북의 글들이 일종의 정치적 논평으로 풍자였기 때문에 언론의 자유 개념으로 보호를 받아야 된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성 코미디안 캐시 그리핀을 예로 들었다. 얼마전 그리핀은 트럼프 얼굴모양의 피투성이 머리를 들고 있는 사진을 온라인에 올렸지만 기소되지 않았음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그리핀의 경우는 정치인들에 대한 심한 해학이나 풍자를 본업으로 삼는 코미디언 이었기 때문에 식렐리의 사건과는 차별화될 수 있다.
수요일의 법적 절차 결과로 마쓰모토 판사는 500만불의 보석금을 취소하고 식렐리의 수감을 명했다. 식렐리가 20년까지도 체형을 받을 수 있는 선고가 1월 16일에 열릴 것이다.
물론 식렐리 쪽은 지방법원의 판결을 연방 제2순회항소법원에 항소할 것이다. 그러나 식렐리는 항소가 실패로 끝나면 장기간, 항소가 성공하더라도 당분간 옥고를 치를 것이다. 그 자신의 오만과 무절제가 가져온 자승자박이겠다. 이 사건에서 보통사람들이 느낄 교훈 중 하나는 사려 깊지 못한 페북활동이 장래를 망칠수도 있다는 점일 것이다. 소위 아이비리그에 합격되었다가 부적절한 페북의 글들 때문에 합격취소를 당한 학생들을 생각해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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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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