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만나는 소매업소 주인들마다 하나 같이 “사업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난리다.
매출은 줄고 있는데 렌트와 인건비, 재료비, 보험 등 각종 사업비용은 오르기만 하니 한숨만 늘어난다는 것이다. 직원들 월급날이면 체크가 부도나지 않을까, 월말이면 이달 렌트를 낼 수 있을까, 우리 월급은 가져갈 수 있을까 ... 늘 가슴이 조마조마하다고 한다.
지난달 보도된 ‘한인타운 미친 렌트비, 소매 업소들의 무덤’이란 기사를 취재하면서 사업주와 건물주, 부동산 에이전트들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그렇다. LA 한인타운이 타 지역에 비해 특별한 곳도 아니고 장사가 특별히 잘되는 것도 아닌데 상가 렌트는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다. 그래서 요즘은 한인타운에서의 소매업소 운영을 포기하고 렌트비가 훨씬 저렴한 외곽지역으로 진출해 타인종 고객들을 상대로 승부하는 한인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요즘 한인타운 상가들을 다니다 보면 비어있는 업소들이 확실히 많아졌다.
상업용 부동산을 전문으로 하는 에이전트들은 몇 가지 이유를 지적한다. 우선 한인타운 상가가 주인이 바뀔 때마다 가격이 껑충 뛰고 비싼 매입가에 따른 론 페이먼트를 감당하기 위해 새 주인들은 렌트를 올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타 지역에 비해 높은 상가 부동산 가격이 높은 렌트비로 이어지는 것이다.
한 부동산 업자는 “타운 경기침체로 상가 공실률이 늘어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상가 건물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며 “건물 매각자들에게 ‘부르는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다’고 지적해도 ‘이 가격에 못 팔면 다른 에이전트로 바꾸겠다’고 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또 일부에 국한되기는 하지만 세입자를 렌트 뜯어내기 위한 ‘호갱’ 정도로 여기는 건물주의 의식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물론 건물주들도 할 말은 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렌트가 높다고 생각하지만 건물주들은 그 정도 렌트를 받지 못하면 론 페이먼트를 비롯, 각종 상가 유지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해결책은 보이지 않고 서로의 주장은 평행선만 달리게 된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건물주와 테넌트는 제로섬 게임을 벌이는 경쟁자가 아니라 서로에게 필요한 공생 관계라는 것이다. 테넌트는 물건과 서비스를 팔 장소가 필요하고 건물주 역시 매달 꼬박꼬박 렌트비를 잘 내줄 테넌트가 필요하다. 테넌트의 성공이 바로 건물주의 성공이다. 또 다른 분명한 사실은 누가 뭐라 해도 건물주는 ‘갑’이고 테넌트는 ‘을’일 수밖에 없다. 테넌트에 대한 건물주의 따뜻한 마음과 배려가 필요한 대목이다.
지인인 한 건물주는 LA 카운티 외곽지역에서 작은 상가를 소유, 운영하고 있다. 그는 지난 수년간 테넌트들의 렌트를 동결해주거나 낮춰주는 방식으로 세입자들이 렌트가 밀리지 않고 사업체를 유지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고 있다. 예를 들어 5년 리스 기간에 매년 3~5%씩 렌트를 올릴 수 있지만 인상을 유예해주고 있다. 또 리스를 갱신하면서 베이스 렌트를 오히려 할인해준 경우도 있다. 매달 렌트를 내지 못할 경우 2,3개월 기다려주기도 했다.
그는 “나야 허리띠를 조금 졸라매고 생활비를 줄이면 되지만 테넌트 입장에서는 폐업을 하느냐 마느냐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며 “갈수록 오프라인 상가가 줄어들고 사업체들이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테넌트들이 있어주는 것만도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누가 뭐래도 ‘갑’인 내가 조금 더 양보하고 희생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테넌트는 나의 생존을 보장해주는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하면 많은 것을 해줄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건물주의 이같은 호의에 한 테넌트는 20년 장기 리스에 합의했고, 모든 세입자들은 렌트비를 밀리지 않고 잘 지불하는 것으로 보답하고 있다고 한다.
스몰 비즈니스는 미국 경제의 근간이자 한인타운 경제를 지탱하는 기둥이다. 한인타운이 번영하려면 건강하게 성장하는 상권은 반드시 필요하다. 오프라인 상점 운영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는 지금, 건물주와 테넌트가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는 상생의 정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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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경제특집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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