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y Can’t We Get Cities Right?]
▶ 폴 크루그먼 칼럼
뉴욕시립대 교수·칼럼니스트
휴스턴에 범람했던 물이 빠져나가면서 국가의 재산도 물살을 타고 덩달아 떠내려가고 있다.
그러나 허리케인 하비는 엄청난 양의 잔해를 뒤에 남겨두었고, 그중 일부는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이다.
특히 물에 잠겼던 화학공장과 독성폐기물 유기장에서 방출된 독성물질이 얼마나 되는지 우리는 전혀 알지 못한다.
다만 허리케인 하비 자체로 인한 사망자 수보다 외부로 새어나간 독성물질로 인해 발생한 인명피해가 더 클 것으로 짐작된다.
아, 그리고 현 행정부가 하비의 뒷수습을 제대로 해낼 것이라 믿는다면 그건 요행수에 의지해 노름판에 돈을 거는 노름꾼의 치기와 다를 바 없다.
재해현장에는 정부가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는 신호가 이미 여기저기서 불거져 나오는 상황이다.
많은 독성폐기물 유기장이 물에 잠겼지만 환경보호청(EPA)의 손길은 그 어디에도 미치지 않았다.
하비는 분명 대재앙이었다. 그리고 재앙을 불러온 주된 요인은 형편없는 정책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 휴스턴을 홍수에 취약하게 만든 주범은 규제를 벗어난 무분별하고 방만한 난개발이었다.
예를 들어보자. 그레이터 휴스턴은 그레이터 뉴욕에 비해 인구 규모가 3분의 1도 안 되지만 면적은 비슷하고, 포장되거나 개발되지 않은 토지의 비율이 낮다.
무질서한 도시개발로 인해 휴스턴은 허리케인 이전부터 끔찍한 교통체증과 오염배출로 몸살을 앓았다.
폭우가 쏟아지자 포장된 지역에 고인 빗물은 빠져나갈 배출구를 찾지 못한 채 시간이 지날수록 수위를 높였다.
휴스턴의 재앙이 남긴 교훈은 도시의 토지사용 규정이 지니는 중요성이다. 즉 개발업자들이 그들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짓도록 무분별하게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맞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물론이지만 그러나”이다.
‘그러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어난 다른 유형의 재앙을 살펴보아야 한다.
휴스턴이 오래 전부터 건축규제가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면 그레이터 샌프란시스코는 주택신축을 막기 위한 님비현상(NIMBYism)으로 악명이 높다.
님비는 ‘내 뒷마당에서는 안 된다’(Not In My Backyard)는 구절의 머릿자를 결합한 것으로 주변에 꺼림칙한 건축물 설치를 반대하는 운동을 뜻한다.
베이 에어리어(Bay Area)의 경제는 실리콘밸리 덕분에 최근 수년간 붐을 이루었다.
그러나 신규주택은 거의 추가로 건설되지 않았다. 그 결과 렌트비가 치솟았고 주택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1 베드룸 아파트의 중간 월세는 휴스턴 렌트비의 대략 세 배인 3,000달러 이상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단독주택 중간가격은 80만 달러를 웃돈다.
산과 바다로 가로막힌 베이 에어리어 지형은 좀처럼 신규 주택을 건설하지 못하는 이유로 종종 제시된다.
샌프란시스코는 뉴욕에 비해 집값이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층 아파트 건물을 짓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당연히 고층 주거시설의 신규건설을 불허하는 정책 때문이다. 그 결과 보통 근로가정의 내 집 마련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로 인해 주거비가 싼 외곽지역에 보금자리를 정한 근로자들은 편도 4시간의 극한 출퇴근을 감수하고 있다. 그건 제대로 사는 방법이 아니고, 올바로 도시 운영도 아니다.
휴스턴과 샌프란시스코는 극단적인 케이스에 해당하지만, 지나칠 정도는 아니다.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지역은 휴스턴과 애틀랜타처럼 뭐든지 허용되는 선벨트(Sunbelt:남부 및 남서부지역) 도시들과 샌프란시스코와 그보다는 정도가 약하지만 뉴욕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동부와 서부 해안지역의 도시들로 완연하게 구분된다.(시카고는 조밀하게 개발된 지역이지만 주택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다. 미국의 다른 대도시들에게 한 수 가르쳐줄 수 있는 위치라고나 할까?)
결론은 내가 싫어하는, 둘 모두 틀렸다는 ‘양비론’이 도시개발 정책부분에는 옳다는 것이다.
님비현상은 가장 생산력이 높은 근로자들이 밀집한 지역의 성장을 질식시킨다는 점에서 근로계층과 미국 경제 전체에 나쁘다.
그러나 무제한 개발은 극심한 교통정체, 오염과 우리가 이번에 목격한 천재지변에 대한 취약성 등의 형태로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게 만든다.
우리가 올바른 도시개발 정책을 세우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사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막막한 게 사실이다.
주택지역 한 가운데서 화학공장이 폭발하는 따위의 위험을 막아줄 규정을 마련해야 하고 적정량의 노지(open land)를 보존하면서도 주택건설을 허용해야 한다.
특히 이제까지 개발된 가장 효율적인 대중운송기술을 최대한 활용하는 주거시설 건설을 장려해야 한다: 그 기술은 바로 엘리베이터다.
그러나 실제로 도시개발정책은 너무도 자주 이익집단에 의해 휘둘린다.
광역 도시들의 경우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도시 지경이 확대될수록 개발업자들의 입김이 강해진다.
님비 도시의 경우 치솟는 집값 탓에 주택소유주들은 새로운 거주자들의 유입을 점점 더 원치 않게 된다.
미국은 이 같은 정치적 덧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가능하다.
도시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블루 스테이트(민주당 강세 주)에서는 더 많은 주택공급을 촉구하는 정치적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금까지 공화당 지지 주인 레드 스테이트의 난개발 재고에 관한 증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들에게 허리케인 하비는 아마도 자명종의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도시의 토지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대단히 중요한 이슈로 미국인들의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라는 사실 말이다.
<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칼럼니스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