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섬의 보드워크에서 바라본 파투센트강(위). 솔로몬섬의 백크릭 쪽 선착장.
고교 시절에 만났던 괴테의 시 <충고>.
너는 자꾸 멀리만 가려하느냐
보아라 좋은 것은 가까이에 있다
네가 잡을 줄만 알면
행복은 늘 거기 있나니
숲 속의 수많은 파랑새 보다는 손 안에 있는 파랑새 한 마리를 먼저 들여다보는 것이 좋겠다. 그래서 이번에도 워싱턴 DC에서 가까운 남부 메릴랜드 주로 가자.
체사피크 베이를 건너기 전의 메릴랜드 남부를 달리는 큰 도로는 5번과 4번 도로가 있는데 오늘은 4번 도로를 따라서 남쪽으로 가기로 한다. 가장 멀리 있는 솔로몬 섬까지 버지니아 애난데일을 기준으로 해서 1시간 30분, 73마일 정도 거리이다. 메릴랜드의 락빌에서는 1시간 40분, 83마일 그리고 엘리컷 시티에서는 1시간 45분, 90마일 정도의 거리이다. 물가, 숲속 그리고 색다른 장터구경으로 이어지는 하루짜리 나들이. (4번 도로는 지난 5월 5일자 이곳에서 소개된 노스 비치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솔로몬 섬 (Solomons Island)
메릴랜드 4번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가다가 2번 도로를 따라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거기가 솔로몬 섬(Solomons Island)이다. 지명에는 ‘섬’이라는 말이 있는데 길을 따라 가다보면 섬이라는 것을 느낄 수 없다. 원래는 섬이었는데 다리를 놓아 도로로 연결해서 그런 것 같다.
섬의 이름에 솔로몬이 붙은 이유? 지금은 방문객 안내소로 쓰이는 건물(200 Farren Avenue)에 솔로몬(Isaac Solomon)이라는 사람이 1865년부터 살았기 때문이다. 그는 파투센트 강(Patuxent River) 유역 최초로 굴 통조림 사업을 시작한 사람이다.
4번 도로를 벗어나서 2번 도로로 접어들면 오른쪽에 주차장과 보드워크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 보드워크 난간에 기대서 유유히 흐르는 드넓은 파투센트 강을 바라본다. 이곳에서는 시간당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고 배를 탈 수도 있다. 카약이나 카누 같은 배는 길 건너편에서 빌려준다.
여기서 보면 오른쪽에 긴 다리를 볼 수 있는데 4번 도로를 따라 계속 가면 저 다리를 건널 수 있다. 다리 위에서 보는 광경도 장관이기 때문에 일부러라도 다리를 건너갔다 올 만하다.
여기서 잠깐 파투센트 강을 생각해본다. 메릴랜드에서는 이 강을 건너는 다리를 지나가는 경우가 자주 있다. 파투센트 강은 게이더스버그 동북쪽에서 출발하는데 바다로 가는 길에 퍽 많은 도로를 만나기 때문이다. 이 강이 지나는 큰 도로로는 29번 도로인 컬럼비아 파이크, I-95, 볼티모어-워싱턴 파크웨이, 50번 도로, 4번 도로가 있다. 이 강은 4번 도로를 지나면서 부터는 폭이 많이 넓어지는데 강물은 여기 솔로몬 섬을 지나고서 체사피크 만에 도달한 후 대서양으로 나아가게 된다.
그리 바쁜 게 아니라면 길을 따라서 설렁설렁 걸으면서 마을 구경을 해보는 것도 괜찮다. 그러다보면 티키 바(Tiki Bar)라는 이국적 분위기의 예쁜 가게에서 칵테일이나 맥주를 한 잔 마시게 될 지도 모른다. 노부부가 운영하는 자그마한 기념품 가게에 들러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고, 찍은 사진을 가져가면 짧은 시간 안에 캔버스에 인화해주는 갤러리(Solomons Gallery)를 구경하는 것도 좋다. 1889년에 지어졌다는 하얀 색의 자그마한 교회(St. Peter’s Episcopal Church) 앞에서 고국과 미국의 평안을 기원해보는 것도 좋고. 한 때 솔로몬 가족이 살았던 방문객 센터 옆에 있는 부이를 구경하는 것도 좋겠고.
보드워크 쪽에는 그늘이 없지만 정자가 하나있어서 잠시 발걸음을 쉴 수 있다. 이 정자의 길 건너편 건물 2층에 보안관(Sheriff) 사무실이 있고 그 1층이 공중화장실인데 이 건물 앞에는 화장실 이용자를 위한 주차장이 있다. 그리고 이 건물 뒤편에 가면 백 크릭(Back Creek)에 있는 선착장과 거기에 정박해 놓은 수많은 배를 볼 수 있다. 여기에는 그늘이 있고 벤치도 있다. 조용히 쉬고 싶은 사람은 여기에 접의자를 펼쳐놓으시길.
미국에 살다보면 중앙정부의 힘 보다 지역사회의 힘을 느끼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특히 동네 박물관에서 많이 그렇다. 지역사회가 운영하는 박물관을 들릴 때면 미국의 힘은 이런데서 나오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솔로몬 섬 입구에 있는 캘버트 해양박물관(Calvert Marine Museum)도 그렇다. 여기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등대인 세로로 긴 등대 즉 촛대 같은 등대가 아니라 마치 별장 같이 빨간 지붕의 예쁜 등대가 있는데 이것 하나 만으로도 좋은 구경거리이다. 게다가 이 박물관 안에는 수족관도 있고 화석도 전시되어있어서 입장료가 아깝지 않을 다양한 구경거리를 제공한다. 어린이와 함께 간다면 자연스럽게 살아있는 교육을 할 수 있는 곳이다.
❶ 솔로몬섬에 있는 솔로몬 일가가 살던 집. ❷ 솔로몬 일가가 살던 집의 옆에 있는 부이. ❸ 솔로몬섬의 솔로몬스 갤러리 외벽에 있는 작품.(위부터 시계반대방향)
베틀 크릭 늪지
(Battle Creek Cypress Swamp Sanctuary)
물가에서 지냈으니 이제는 숲으로 가보자. 100에이커에 달하는 베틀크릭 사이프러스 늪지. 4번 도로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 베틀 크릭이라는 개울이 있고 그 개울이 지나는 곳에 낙우송(落羽松)으로 번역되는 발드 사이프러스(bald cypress) 집단서식지가 있다. 늠름한 자태로 높이 솟은 사이프러스가 모여 산다는 것도 보기 좋지만 그 밑둥에 매우 특이한 구경거리가 있다. 여기는 메릴랜드의 유일한 발드 사이프러스 서식지이고 미국 내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다.
주차장에 도착해보면 알겠지만 주차장이 퍽 넓다. 큰길과 조금 떨어져 있기는 해도 방문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우선 방문객센터를 들어 가보자. 여기 방문객 센터도 작은 박물관 역할을 하기에 손색이 없다. 다양한 형태의 많은 학습 자료가 준비되어 있고 살아있는 동물들도 볼 수 있다. 한편에는 커다란 사이프러스 밑둥치가 전시되어 있어서 사이프러스가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 짐작케 한다. 이 방문객센터의 특징은 화장실에 걸린 많은 액자. 많은 정보를 담은 액자가 걸려있어서 마치 도서관 화장실에 들어선 느낌이다.
지도를 챙긴 후 방문객센터를 나서면 바로 숲을 만나는데 마치 원시림을 대하는 느낌이다. 여기서 작은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본격적인 탐색이 시작되는데 그 전에 방문객센터 뒤켠에 있는 작은 새장을 들여다보고 가는 게 좋다. 왜냐하면 경로에 따라서는 방문객센터로 돌아오지 않고 주차장으로 직접 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여기는 늪지이다. 늪지이기 때문에 보드워크를 따라서 걷게 되어있다. 이 1/4마일에 달하는 보드워크를 따라 걸으면서 늪지의 생태계를 구경하게 된다. 여기에서 이 늪지의 가장 큰 특징인 나무뿌리의 혹 모양 돌기(knee)를 만나게 된다. 이 돌기는 나무 뿌리의 일부가 땅 위로 솟아오른 것이다. 루레이 동굴 같은 종유석 동굴에서 만날 수 있는 석순(石筍) 같이 생겼다. 이것은 무한정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무릎 정도 크기 까지만 성장한다. 여기에 관한 내용은 방문객센터에서도 볼 수 있다. 어찌되었거나 다른데서는 보기 어려운 매우 독특한 광경이다.
여기는 사이프러스 늪지만 있는 것이 아니고 뒤편에 자연수목원(Native Arboretum and Meadow)이 있어서 사계절의 자연을 볼 수 있다. 이 구역은 1979년 까지만 해도 담배를 재배하던 지역인데 지금은 다양한 야생화와 나무를 만나는 좋은 공간이 되었으니까 약간의 시간을 더 내서 여기까지 가보시길. 여길 가면 농장의 특징인 소작인 가옥(Tenant House)을 볼 수 있는데 이 건물은 1942년에 지었다고 한다.
여기 지명에 보이는 베틀 크릭의 베틀은 이곳에 전투가 있었다는 뜻은 아니고 초기 이민자의 영국 고향마을에서 따왔다. 이 베틀 크릭은 남쪽으로 흘러 파투센트 강을 만나 합류한 후 대서양으로 흘러간다.
솔로몬섬에 있는 이국적 분위기의 티키 바(위). 어퍼 말보로에 있는 더치 마켓 외관.
더치 빌리지 파머스 마켓
(Dutch Village Farmers Market)
물가, 숲 속을 거닐었으니 이제는 집으로 돌아올 시간. 일상으로 돌아오기 전에 독특한 마켓 한 곳을 들러보자. 어퍼 말보로에 있는 더치 빌리지 파머스 마켓.
펜실베이니아의 랭카스터 지역에 아미시 사람들(넓게는 메노나이트 사람들)이 많이 사는데 그들이 메릴랜드 여러 곳에 매장을 연다. 그 중의 하나가 어퍼 말보로에 있는 것이다. 여기는 2007년에 13개 업체가 입주하여 개장했는데 제과, 제빵, 정육을 판매하고 치즈, 우유 같은 유제품과 청과물 등 퍽 다양한 상품들이 구비되어있다. 퍽 넓은 가구전시장이 있다는 게 이채롭다. 다녀본 몇 곳의 더치 마켓 중에서는 가장 밝은 실내를 가지고 있고 통로도 가장 넓다.
가격? 싸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이 믿는 신앙을 신뢰하고 그런 신앙 속에서 생산한 것으로 믿고 사는 것이다. 즉 믿음으로 물건을 사는 것이다. 오렌지 주스의 경우 기계 상단에 오렌지를 부은 후 기계 아래 토출구에 통을 대어 주스를 담는 과정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매일 열지 않고 목, 금, 토 이렇게 3일만 개장하는 것도 오히려 믿음을 높이는 방법이 되는 것 같다.
재미있는 것은 개장 한 시간 전부터 개장 시각까지에는 팬 케익을 99센트에 판다는 것. 그리고 정육점 같은 곳에 번호표 뽑는 기계가 보이면 번호표를 뽑아둬야 한다. DMV에서처럼 판매원이 번호표 순서대로 손님을 접대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생활 방식대로 머리 손질을 하고 그들 특유 차림의 옷을 입는다. 그것이 우리와 다르다고 해서 그들을 전시물처럼 구경거리로 삼아서는 안될 일이다. 우리의 이웃으로 대할 일이다.
방문정보
◆솔로몬 정보센터(Solomons Information Center)
주소 : 14175 Solomons Island Rd S, Solomons, MD 20688
개장 : 월-일 10시-5시
◆캘버트 해양박물관(Calvert Marine Museum)
주소 : 14200 Solomons Island Rd. S, Solomons, MD 20688
인터넷 : www.calvertmarinemuseum.com
개장 : 10시~5시 (휴관 : 신년, 추수감사절, 성탄절)
입장료 : 9달러 (55세 이상, 5-12세 어린이, AAA회원, 군인의 경우 할인), 4세 이하 무료
◆베틀크릭 사이프러스 늪지(Battle Creek Cypress Swamp Sanctuary)
주소 : 2880 Grays Road, Prince Frederick, MD 20678
인터넷 : www.calvertparks.org/bccss.html
개장 : 월-금 9-4:30, 토 10-6, 일 1-6 (카운티 공휴일은 휴장)
* 노동절-메모리얼 데이 사이에는 폐장 시간이 4:30으로 단축됨
입장료 : 없음 (기부금 환영)
* 애완견 입장 불가
◆더치 빌리지 파머스 마켓(Dutch Village Farmers Market)
주소 : 5030 Brown Station Road, Upper Marlboro, MD
인터넷 : www.dutchvillagemarket.com
개장 : 목 10-6, 금 9-7, 토 9-3
<
글/사진 김성식 (VA, 스프링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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