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40년을 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다 2010년에 은퇴한 교육자가 있다. 조지 타우어리 (George Towery) 씨이다. 그는 먼저 로턴 초등학교에서 10년, 그리고 캐머런 초등학교에서는 30년 동안 교장으로 있었다.
캐머런 초등학교는 여러가지로 쉽지 않은 여건이 존재하는 학교였다. 처음 부임한 1980년 당시에 재학생들 중 60% 가량이 빈곤층 가정 출신이었고 70%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었다. 지금도 3분의2 가량이 빈곤층이며 절반이 ESOL교육을 받는다.
그런데 이런 열악한 여건이 존재하는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그 교장은 그 학교에서 은퇴할 때까지 30년간 계속 일했다. 여건이 좋은 다른 학교로 옮길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말이다. 이 학교에는 또한 소위 문제학생으로 여겨질 수 있는 학생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교육위원들 사이에서도 수업태도나 행동거지에 문제 있는 학생들을 그 학교에 보내면 좀 더 효과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신뢰가 구축되어 있었다. 그 신뢰의 중심에는 타우어리 교장의 인격, 헌신과 교육철학이 자리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교장이 지난 달에 세상을 떠났다. 73세 였으니 아직 한창인 나이였다. 그의 죽음을 추모하고 생애를 기리는 모임이 열려 참석했다. 그 모임에는 동료 교육자들을 비롯해 제자들과 학부모들 그리고 친구들로 가득 찼다. 그 자리에는 타우어리 씨의 과거 사진들 그리고 여러 행적들이 담긴 물품들이 전시 되어 있었다.
전시품들을 찬찬히 들여다 보는 나의 시선을 확 끄는게 있었다. 그의 고등학교 화학 수업 성적표였다. 그리고 거기에 기입되어 있는 성적을 보는 순간 입을 다물수 없었다. 학년말 성적은 C였지만 분기별로는 D와 F가 더 많았다.
학기말 시험성적도 둘 다 F였다. 분명히 자랑스러운 성적은 아니었다. 그러나 성적표를 공개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화학을 전공하지 않은 이유를 알리기 위해서는 아니었을 것이다.
학창시절 일부 과목의 성적이 나쁜 학생이었을지라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 받는 훌륭한 교육자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또한 자녀들에게 모든 과목에서 다 잘 하기를 기대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타우어리 씨는 교직에 몸 담은지 불과 5년만인 약관 27세에 교장이 된 경이로운 기록을 가지고 있다. 4년간 교사로 그리고 1년간 교감으로 일하다가 교장으로 발탁되었다. 그 만큼 교육자로서의 능력이 출중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초등학교 교장으로서는 최초로 최우수 교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가 자신의 경험을 2012년에 책으로 엮었다. “Touched by a Child”라는 제목의 책인데 쉽게 쓰여져 있다. 그 책에 아래와 같은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알프레도는 아주 예쁘게 생긴 5살 난 학생이다. 그런데 다른 학생들이나 어른들을 발로 차는 것을 좋아했다. 나중에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아버지가 화나면 어머니를 때린다고 대답했다...
알렉스도 잘 생긴 5살 된 학생이다. 그런데 그는 태어나서 바로 남의 집 문앞에 버려졌다. 아버지를 찾을 때 까지 양부모와 살았다. 5살 때 아버지를 찾았을 때 그 아버지는 졸지에 미혼 아버지가 된 셈이었다. 아버지는 밤일을 해 밤에는 베이비씨터와 같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토마스에게는 청각과 언어 장애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좌절감을 난폭한 행동으로 표현했다…
로날드는 겨우 5학년이었지만 이미 오래된 마약전력이 있었다...
이렇게 우리 주위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도 상당히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학생들을 포기하지 않고 가르치는 교육자들도 많이 있다고 이 교장은 강조한다.
또한 그러한 학생들도 다른 모두와 마찬가지로 제대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우리는 그들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고 한다. 타우어리 교장은 그렇게 하며 사는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 주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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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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