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백년 동안 자유시장과 자유무역은 생활수준의 급속한 향상을 주도한 주역이었다. 통신과 운송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이동성의 편리함은 국경 없는 세계를 창조해 내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세계화 모습은 부를 소수에 집중시키고, 값싼 노동력과 천연자원을 착취하는 부정적인 면이 훨씬 더 부각되고 있어 국제사회 문제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패권국의 우월적인 시장의 힘과 강압적인 게임규칙의 패러다임이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지구촌 곳곳으로 확산되어 매우 불평등한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세계화가 대세이니 문호를 개방할 수밖에 없다는 숙명적인 태도는 옳은 판단이 아니다. 경쟁력을 갖추지 않은 문호 개방은 혜택보다는 불이익이 훨씬 더 크다. 이런 자유 무역은 해서는 안된다. 이것은 아주 잘못된 선택이다. 현재의 무역 자유화는 서로의 공생이 아닌 선진국의 이익을 위한 일방적 자유화이다. 엄청난 무역 교역량에도 불구하고 개발도상국들의 형편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아무런 규제가 없는 세계화는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
세계화는 각 나라의 경제가 긴밀한 통합을 이루는 상태를 뜻한다. 세계화가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게임의 규칙을 바꾸어야 한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통상무역 규칙이 구축되어야 한다. 게임의 규칙은 무역 시스템과 경상수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기울어진 규칙은 무역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저하시키고 불평등의 확대를 촉진한다. 강압적인 힘을 바탕으로 한 자유무역은 자율적 경쟁이라기 보다는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물리적 경쟁이다. 시장이 시장답게, 독점을 막고 경쟁을 강화하고, 착취를 줄이고, 시장의 과도한 방종과 탐욕을 규제로 강화할 때 비로소 공정한 세계화라 말할 수 있다. 이것이 세계화의 올바른 방향이다.
현재 세계화의 선봉장은 군사력과 자본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이 탐욕과 어우러져 세계 불평등 심화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평등성이 강화되고 기회가 확대된 세계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적재산권과 자본, 그리고 무역에 관한 무(無)관세의 규칙을 바꾸어야 한다. 지적재산권은 개발도상국에 기술과 지식의 흐름을 방해하며, 자본은 채무국의 공공복지 재정지출을 막고, 무관세는 자유무역국가의 조세수입을 떨어뜨리고 있다. 무역, 금융, 투자, 환경, 보건 및 지적재산권과 관련해서 세계적인 합의가 도출되어야 한다.
사실, 자유무역 아래 성장과 발전은 엄청나게 증가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빈곤이 증가했다. 소득 불균형 지표를 보면, 약 30억 명의 인류 절반이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며, 80%가 하루에 10달러 미만으로 살고 있다. 부의 불균형을 보면 세계 상위 0.1% 4백5십 만 명이 세계 부의 20%를 , 상위 1% 4천5백만 명이 세계 부의 50%를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평균 성 인 1인당 자산은 7만 달러인데 비해 상위 1%는 350만 달러, 상위 0.1%는 11억 7천만 달러이다. 전세계 금융자산의 상당 부분이 이미 여러 곳의 조세 피난처에 은닉되어 있는데 이 자산의 총액은 전 세계 GDP의 약 10퍼센트로 세계 순 금융 자산의 7-8퍼센트에 달한다.
세계는 심각한 불평등 때문에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 질병과 전염병은 전 세계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계속 황폐화 시키고 있다. 세계인구 75억명 중에서 영양실조가 7억3천만명 (상대적으로 과체중이 1억6천만명, 비만이 6억8천만명) 이다. 굶주림으로 매일 1만6천명이, 한해 전염병으로 770만명이, 매년 말라리아로 100만 명의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수자원 및 위생시설 부족으로 인한 건강 문제로 매년 1천400만 명이 사망하고 있다. 특히 물 부족은 아주 심각한 수준이다. 약 11억 인구가 물 부족에 허덕이고 있고, 오염된 식수원을 마시는 사람 수는 6억명이다. 26억 명이 기본적인 위생시설 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으며, 한해 물 질병으로 5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자유시장 출현이 많은 사람들에게 굶주림과 가난으로부터 어느 정도 해방을 시켰다고 주장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지표는 불평등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 제대로 작동시킨다면 기아와 질병, 그리고 빈곤의 고통으로 부터 인류의 대부분 사람들은 해방될 수 있다. 우리는 다양한 지표에서 보듯 자유시장, 자유무역, 세계화에 대한 대차대조표를 엄밀히 따져 봐야 한다. 시장은 번성하는데 인류가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면, 분명 그 경기는 ‘한쪽으로 기울어진 경기장’이다. 자유시장과 자유무역이 구조적으로 생산성이 없거나, 아니면 누군가 큰 이득을 가로챘다는 증거이다. 자유무역의 샤핑몰에서 꽃을 피우는 계층이 있다. 그들을 소위 ’위대한 짐승’ 이라 부른다.
세계화가 전세계에 진정한 평화와 안정을 창출하는 것이라면 상호 의존적으로 가야하며, 모든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인류학자 자레드 다이아몬드는 세계화의 명암(明暗)에 이렇게 충고하고 있다. “협력은 종종 경쟁과 마찬가지로 생존의 메커니즘이기도 하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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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국 정치 철학자,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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