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일단 시행 6개월 유예…민주당 반발속 공화당 일부 가세로 최종결론 ‘안갯속’
▶ 美전역서 항의시위·실리콘밸리 집단 반기…오바마 “잔인하다” 강력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5일 불법체류 청년의 추방을 유예하는 현행 '다카'(DACA·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 프로그램을 폐지키로 결정했다.
다만 다카 프로그램 폐지에 따른 혼란과 충격을 덜기 위해 6개월의 유예기간을 뒀다. 이 기간 의회가 입법을 통해 추방대상 청년(일명 드리머·Dreamer)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라는 취지에서다.
다카 프로그램 폐지 결정으로 인해 어릴 때 불법 이민한 부모를 따라 미국에 들어와 학교와 직장을 다니는 약 80만 명의 청년이 미국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게 됐다.
특히 재미 한인 청년 7천~1만명도 추방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추산돼 한인 사회도 비상이 걸렸다.
사실상 다카 폐지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될 의회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폐지와 유지로 당론이 갈린 가운데 일부 공화당 의원이 유지에 가세하고 있어 향후 입법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여기에다 추방 당사자인 드리머와 시민단체들은 물론 애플, 구글 등 실리콘밸리 주요기업들이 "드리머에게는 죄가 없다"며 집단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제프 세션스 미국 법무장관이 5일 워싱턴DC 법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체류 청년의 추방을 유예하는 다카(DACA) 프로그램 폐지 발표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지지층 결집 노린 트럼프 행정부 "다카는 위헌·미국인 일자리 침해"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이날 법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다카 프로그램은 위헌"이라며 폐지를 공식 선언했다.
세션스 장관은 "미국에 오려는 모든 사람을 허용할 순 없다"며 "다카 프로그램은 미국인의 일자리를 침해한다"고 말했다.
다카 프로그램은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불법체류 청년들이 걱정 없이 학교와 직장을 다닐 수 있도록 추방을 유예한 행정명령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한이 닥칠 때마다 행정명령을 갱신해줬고, 청년들은 갱신이 가능한 2년짜리 노동허가증을 발급받을 수 있었다. 최대 80만 명이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고 있다.
트럼프 정부 결정에 따라 주무부서인 국토안보부는 즉각 다카 정책 폐지 절차에 돌입했다.
앞으로 신규 노동허가증 신청 및 발급은 중단되나 기존 수혜자들은 6개월간의 유예기간 동안 지금과 같은 지위가 부여된다.
세션스 장관은 앞으로 6개월 동안 입법 작업을 하게 될 의회를 향해 "이민정책을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며 '폐지입법'을 촉구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계정에 "의회, 일할 준비를 해라. 다카!"라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오바마 대통령의 다카 행정명령에 대해 "불법적인 사면"이라며 폐지 공약을 내걸었으나, 취임 이후 "드리머는 어릴 때 미국에 와, 여기서 학교와 직장을 다녔다. 이들 중에는 아주 뛰어난 아이들도 있다. 관대함을 보여줄 것"이라며 유지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취임 초반부터 그의 발목을 잡은 '러시아 스캔들' 의혹이 갈수록 확산하고 인종갈등을 촉발한 샬러츠빌 유혈사태에 대한 백인우월주의 두둔성 발언 탓에 국정지지율이 바닥으로 치달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반(反)이민' 정책을 옹호하는 지지층 결집을 위해 '폐지'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트럼프 정부의 ‘DACA’ 프로그램 폐지에 반발한 시위대가 5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미 전역서 시위…"죄 없는 아이들 추방은 잔인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DACA 폐지 결정에 워싱턴DC 백악관 앞을 비롯해 뉴욕, 캘리포니아 등 미 전역에서 항의 시위가 펼쳐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택인 뉴욕 맨해튼 5번가 트럼프타워 주변에서는 드리머를 포함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불법체류자이지만 두렵지 않다"(Undocumented and unafraid) 등 구호를 외치며 가두행진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위대가 차량 통행을 차단해, 질서유지 위반 혐의로 12명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세계적인 IT기업이 밀집한 실리콘 밸리는 집단 반기를 들고 나섰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실리콘 밸리 주요기업들은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나 회사 공식 블로그 등을 통해 "다카 폐기는 드리머를 짓밟는 잔인한 짓"이라며 의회를 상대로 다카 폐기 무효화 로비를 해 나갈 것을 공언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다카 폐기 결정은 단지 잘못된 결정만이 아니다"며 "젊은이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을 제공하고, 그들이 어두운 그림자 생활에서 벗어나도록 독려하며, 정부를 신뢰하도록 하려는 노력을 잔인하게 짓밟고 끝내는 그들을 처벌하겠다는 것"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팀 쿡 애플 CEO도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애플은 의회 지도자들과 '꿈꾸는 사람들'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가세했다. 현재 애플에는 다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는 직원이 25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상·하원 사령탑인 척 슈머(뉴욕) 상원 원내대표와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 원내대표가 각각 성명을 내 "다카 폐지 정책은 가족을 뿔뿔이 갈라놓는 것"이라며 "용기 있고 애국심 있는 드리머를 보호하기 위해 당력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공화당은 대다수 의원이 다카 폐지에 찬성 입장인 가운데 일인자인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과 당 중진인 존 매케인(애리조나)·제프 플레이크(애리조나) 상원의원 등이 '유지'를 주장하고 나서 주목된다.
라이언 하원의장은 성명에서 "다카 프로그램은 행정력 남용이지만, (어릴 때 부모를 따라) 이 나라에 입국한 젊은이들은 스스로 저지른 잘못이 없다"며 "아무 잘못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위대한 나라에서 가치 있는 한 부분으로서 기여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케인 의원은 "여야가 망가진 이민정책을 개혁하고 국경을 보호하기 위해 협력해야 하는 시점에 다카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것은 이민정책에 대한 잘못된 접근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에 불법으로 들어왔지만, 자신의 잘못이 아닌 아이들에게 알지도 못하는 나라로 돌아가라고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다카 프로그램 폐지와 유지를 둘러싼 본격적인 '입법 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카 프로그램을 도입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폐지 결정에 성명을 내고 "아무런 잘못도 없는 젊은이들을 겨냥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잔인하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 한인 청년도 추방 위기에…학생이 더 많아
다카 폐지 결정에 따른 추방대상에 약 7천~1만 명에 달하는 재미 한인 청년도 포함되는 것으로 추산돼, 한인 사회도 크게 술렁이고 있다.
LA 총영사관 관계자는 "한인 최대 거주지역인 캘리포니아 주의 한인 다카 수혜자는 2천500명 안팎으로 추정할 수 있는데 정확한 숫자 파악은 어렵다"고 말했다.
한인 불법체류 청년들은 직장인보다는 학생들이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LA 한인회 관계자는 "다카가 적용되는 연령대는 20대 초·중반으로 한인 청년 중에는 미국 내 대학에 다니는 학생이 취업자보다는 좀 더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다카 대상자는 철저하게 신분을 숨기고 있어서 주변에서도 가족이나 정말 가까운 지인이 아니면 알지 못한다"면서 "드러내놓고 도움을 주고받기도 어려운 게 현실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인단체인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NAKASEC)는 오는 7일 전화를 이용한 설명회를 열어 다카 폐지 결정의 영향과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다음날부터 인터넷사이트(nakasec.org/daca)를 통해 내용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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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리칸 드림이라는 것은 이민자들의 염원입니다. 엄격한 절차를 거쳐 이민을 허락한 이민자들입니다. 지금 DACA라는 것은 무모한 부모들의 결정에 의해 이곳에 와서 성인 된 사람들입니다. 그 부모들은 이제 와서 미국이 책임을 지라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 저기 때를 쓰고 데모들을 합니다. 자기들의 권리인것 처럼. 조용히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