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에 나온 미국 영화 중에 대통령 전용기를 가리키는 ‘Air Force One’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다. 이 영화에서 테러범들은 기자를 사칭해 대통령 전용기에 동승해 대통령이 탑승중인 비행기를 납치한다. 승객들을 인질로 잡고 대통령을 협박해 감옥에 있는 테러범들의 우두머리를 석방하게 한다. 물론 나중에 테러범들의 계획은 모두 수포로 돌아간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지상에 남아있는 내각 각료들 사이에 치열한 헌법 논쟁이 벌어진다.
국방장관은 국가보안법에 의거해 국가비상사태를 자신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위치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법무장관이 반대한다. 대통령의 납치는 대통령의 직무수행불능 상태로 간주되어 부통령이 직무대행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정헌법 25조를 발동시켜 아예 대통령직을 넘겨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주장에 내각 각료들 과반수가 동의하고 부통령에게 그렇게 하도록 건의한다. 부통령은 대통령의 상태가 정확히 파악 안되는 상황에서 수정헌법 25조의 발동은 대통령 권한 탈취라고 본다며 거부한다.
수정헌법 25조가 거론되는 또 다른 영화로 1994년에 나온 ‘The Enemy Within (내부의 적)’이 있다. 그 영화에서는 합참의장과 부통령이 수정헌법 25조를 이용해 대통령직을 탈취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각료들로 하여금 대통령이 무능하다고 선언하게 하여 부통령으로 하여금 대통령직을 맡게 하고 합참의장이 막후에서 실제 권력을 행사하겠다는 계략이다.
1967년에 제정된 수정헌법 25조는 4개의 부속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 1 부속조항은 대통령의 면직, 사망 또는 사임의 경우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계승한다고 하고 있다. 그 다음 제 2 부속조항은 부통령직의 궐위 경우 대통령이 후임을 지명하고 연방 상하원의 다수결로 인준 절차를 거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 3 부속조항은 대통령 자신이 임무 수행의 어려움을 상원임시의장과 하원의장에게 통보할 경우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임시로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 임무를 다시 수행할 수 있다고 상원임시의장과 하원의장에게 통보하면 대통령직의 권한과 임무를 되찾아 오게 된다.
그런데 위에 언급한 두 영화에서 거론된 조항은 이 수정헌법 25조의 마지막 제 4 부속조항이다. 그 조항에 의하면 대통령의 의사와 상관 없이 부통령과 내각 각료들의 과반수가 서면으로 대통령이 직무수행불능 상태라고 상원임시의장과 하원의장에게 통보하면 부통령이 바로 대통령직을 맡게 된다. 이에 대통령이 상원임시의장과 하원의장에게 그러한 불능이 존재하지 않다고 통고하면 대통령직을 되찾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때 부통령과 과반수 이상의 각료들이 계속 문제를 제기하면 최종 판단을 연방의회가 한다. 상하원이 각각 3분의 2 이상의 표결로 대통령 직무수행불능을 결정하면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하게끔 되어 있다.
연방 수정헌법 25조가 실제로 사용된 경우는 여러 번 있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제 3 부속조항에 의거해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잠시 부통령에게 권한을 이양했던 경우이다. 즉, 대통령이 수술을 받았을 때 수술이 끝날 때까지 부통령에게 권한을 임시 이양한 경우이다. 반면에 제 4 부속조항이 발동된 적은 아직까지 없다. 예전에 레이건 대통령이 저격 당했을 때와 임기 후반에 대통령의 업무수행 상태가 우려되어 고려된 적이 있었다고는 하나 실제로 발동되지는 않았다.
그런 수정헌법 25조 제 4 부속조항이 요즈음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련의 무책임하고 비상식적이며 일관성 없는 행태는 대통령직 수행불능으로 간주되어야 하며, 따라서 부통령과 내각의 각료들이 그 조항을 발동해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물론 거의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주장이지만 이런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예사롭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특히 핵무기 발사 스위치를 언제든지 누를 수 있는 전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한인들이 특히 우려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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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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