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차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몇몇 친구와 친지들이 시원한 아니 춥기까지 한 이곳의 여름을 너무 부러워하였다. 우리는 자연히 피서지에서 손님을 맞고 그들과 같이 바캉스를 즐기는 상황이 되었다. 그들에게는 안개에 싸인 골든게이트 브릿지도 청명한 하늘과 힐리한 도시도 다 환상적이라고 찬사를 한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도 날씨가 좋았고 시원한 바람자락에 옷깃을 날리며 거리를 활보하는 느낌이 새롭고 신선 하였다. 걷고 걸으며 추억도 꿈도 희망도 나누고 나아가 예술도 인생도 거침없이 나누는 것이 숙성이 잘된 좋은 포도주를 함께 마시는 듯 풍미로웠다.
“환상” 하면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Symphonie Fantastique)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사랑의 환상 속에서 태어난 작품이고 자신의 사랑의 스토리와 죽음의 환상까지를 다섯 부분의 장면으로 나누어 꿈처럼 엮어가는 얘기. 또한 드비쉬의 바다(La Mer) 목신의 오후 등의 작품은 변화의 꿈을 꾸던 로맨티즘에서 현대음악으로의 시대적 혼란 속에서 안정된 토날리티(조 가있는 음악)를 벗어나 모호한 무조(A tonal)로의 진입 그 성공적인 입성을 입증한다.
모네의 인상주의 미술의 영향을 다분히 받아 시간에 따라 변하는 색깔과 배경의 흐름을 표현한 회화적이고 모네의 파스텔 톤을 소리로 그림 그리듯 따라가게 하는 음의 새로운 세계를 바꾼 획기적인 작품이다. 베를리오즈와 드비쉬의 두 작품이 오케스트라를 위한 추상적인 환상이라면 모차르트의 레퀴엠 (Requiem in d minor)은 죽음이라는 주제의 분명한 텍스트가 있는 작품이다.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꿈과 환상의 혼돈 속에서 저주와 시기의 쫓기듯 죽음의 환상으로 자신의 장례미사곡을 쓰면서 죽음을 맞이한 작품이다. 그는 결국 곡의 마지막 부분을 끝내지 못했고 마지막 몇 개의 악장은 제자의 손에 맡긴 격이 되었다. 이 세명의 작곡가들은 예술가의 인스프레이션과 창조성 유일성이 환상 속에서 잉태되고 태어나면서 그런 경험들에서 훌륭한 작품들의 풍작이 연속되고 자연의 오묘함과 경이로움이 작가의 몸과 마음에 더욱 자연스럽게 배어 황금시대를 이룬 작품들을 낳았다.
베를리오즈는 자신이 지독한 사랑에 빠져 점점 미쳐가면서 애인을 살해하고 환상 속에서 자신이 처형 되는 것을 보게 된다. 인간의 변화무쌍한 감정을 너무나 아름답게 들려준다. 특히 3악장 시골의 목가적인 풍경과 폭풍의 위력등은 목관악들과 팀파니 북 등의 타악기들과의 호흡이 오케스트라의 최상의 밸런스를 이룬다.
자신의 아름다운 사랑과 폭풍 같은 열정을 자연의 소리로. 또 죽음의 날 그 D-Day에 들리는 교회의 종소리 레퀴엠에서 나오는 “dies ire dies ira” 주제를 빌려온다. 드비쉬의 바다의 첫 장면은 동이 트는 시각부터 정오까지 바다의 환상과 꿈속에서 듣는 삶의 변주곡의 모습, 두 번째 파도의 놀이, 3번째 바람과 바다의 대화 등의 표제를 붙이고 있다. 자연의 모습이 시간에 따라 달라 보이고 모습을 바꾸면서 인간의 마음에 또 다른 변화를 주는 자연의 위력 자연자체의 변화에 물들고 흡수되는 인간의 감성을 담는다. 시적인 흐름으로 영화의 배경음악으로도 많이 써왔다.
음악의 형식 중에서 “변주곡”은 주제와 주제를 변화해(Theme and variation)나가는 형식임으로 듣기가 쉽고 가볍게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주제의 바운더리를 벗어나지는 않는다. 음악의 형식은 우리의 일상에서도 나라는 주제가 시간과 색깔을 변화해 가며 나름대로의 변주곡을 써가는 우리네 인생과 비슷하다.
주제와 변주처럼 아무리 획기적인 변화를 시도해도 “나”라는 주제는 벗어나지 못한다. 실제로 음악형식은 변주곡 형식으로 쓴 것은 아니나 앞에 언급한 환상속의 이야기들을 위의 작곡가들의 큰 변주곡 형식안에 넣어보면 눈에서 보이거나 마음에서 보이는 모든 것이 보이고 소통됨을 알 수 있다.
음악을 들으며 이런 환상에 빠져 세명 작곡가들과 함께 꿈속을 걷는 느낌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여름날씨가 예상외로 서늘하고 시리듯 나의 환상 속에서 만난 작품들이 갑자기 일어난 한 여름 밤의 꿈 이련가... “현실로 돌아오지 말고 계속 환상에 빠져 머물면서 D-Day를 맞이하면...“ 하는 그런 꿈속에 머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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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스텔라/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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