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문학이 우리에게 미치고 있는 낭만은 비록 실제와는 많은 차이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몇 사람의 작가에 의해서 세파에 찌들린 전후세대들을 잠시나마 동심에 머물게 하는 강렬함이 있다.
톨스토이나 도스토옙스기의 소설은 그들에게 ‘문학’이라는 세계를 열어준 사람들이고, 동화속에 나오는 인자한 할아버지이며, 결국 인생 말년의 로망을 ‘여행과 독서‘로 잡고 있는 필자의 동반자이기도 하다.
인간내부의 끊임없는 탐구를 통해서 선과 악을 그려내고 한 인간의 아주 조그만 욕망에서 출발한 동기가 그의 손에 의해서 국가 간의 전쟁으로 비화되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소설 ’전쟁과 평화’는 세계문학 필독서의 으뜸에 위치한다는 걸 본적이 있다.
변방에서는 혹한에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화려한 대저택에서는 ‘나타샤 왈츠’가 울리는 가운데 나타샤(오드리 햅번)와 피에르(핸리 폰다)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장면은 전쟁과 평화의 가장 상징적인 영화의 한 장면이다.
‘전쟁과 평화’의 외침이 유난한 한국의 2017년 8월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전쟁이 아닌데도 결혼을 미루고, 출산을 기피해서 ‘헬(지옥)조선’이라고 했는데 취임 100일을 맞는 문재인 정부에게 국민들은 84.1%(YTN 8/16)의 지지율을 보내주고 있다. 쌓여있는 난제가 수두룩한 것 또한 현실이지만 지친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려고 ‘애쓰는 진정성’에서 ‘국가와 국민’이 비로소 한 몸이 되어가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그중에서도 외교, 안보분야는 예측불허의 상황들이 지속되고 있다. 8.15광복절행사에서 ‘문재인 정부는 모든 것을 걸고 전쟁은 막겠다.’고 단호히 밝혔다. 이어서 ‘그 어느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는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 고 몇 발자국 멀리 못 박아 버렸다. 주권을 되찾은 지 72년이 지나고 나서야 제대로 된 주권국가의 대통령이 할 수 있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다.
전 세계 주권국가의 대통령이라면 응당 할 수 있는 말이 ‘왜, 이렇게 늦었는가?’, ‘세계 10대강국’ 이라고 한 지가 언제적 이야기였던가, 그렇다면 그것마저도 모두가 허언인가, 그동안 이런 이야기조차 할 수 없었는지, 못했는지, 아니면 아직도 ‘저런 말을 한국 대통령이 감히 함부로 한다’ 고 힐난하고 있는 국민들이 있지나 않은지, 너무나 마땅한 말인데도 한편으로는 허허롭기까지 하다.
남북문제를 그대로 허송해 버린 지난 9년, 오히려 거꾸로 악화시킬 대로 악화시켜버린 상태에서 출발한 문재인 정부의 남북문제는 말 그대로 ‘운명이고 숙명’이 되어버렸다. 남한을 가운데 두고 미국과 북한이 전쟁을 하겠다니 말겠다니 있는 말, 없는 말, 할 수 있는 말들은 죄다 쏟아 놓고 있다. ‘전쟁론’의 아버지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은 단지 다른 수단으로 정치를 계속하는 것이다.’ 라고 해버렸다. 전쟁은 ‘애국’이나 ‘평화’ 따위가 아니고 ‘정치’라는 것이다. 아울러 클라우제비츠는 전쟁 속에는 ‘증오와 적대감’, ‘우연과 개연성’, 정치적 목적 등 세 가지가 섞여있다고 했다.
이번 트럼프(71)와 김정은(33)간에 약 40년의 연령 차이를 두고 막장으로 벌이고 있는 말장난(?)같은 일은 그 ‘두 번째 경우’, 즉 ‘우연과 개연성’에 해당 될 염려가 조금 있어 보인다. 이에 대해서 문재인 대통령이 ‘철딱서니 없는 말 좀 그만하라’고 양쪽을 나무라는 것 같다.
어렸을 때 집에서 꾸중 받을 일이 생기면 이웃에 사는 이모와 함께 집에 들어가야 순간을 모면할 수 있다. 부부싸움 끝에 친구를 대동하고 같이 집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철없고 주체적이지 못하다는 걸 한참 지난 다음에야 깨닫는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어찌 보면 북한이나 미국이나, 정확히 말하자면 트럼프나 김정은이나 끊임없는 대외적 긴장상황이 필요하다. 그 긴장할 상대가 있어야 국내적 내부단속이 비교적 쉽다.
국민을 일시적으로 속이는 것이다. 이것을 소위 ‘적대적 공생관계’라고 했다. 70여년 민족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을 ‘남북한의 위정자’들에게 묻는 것은 남북문제에 있어서는 이미 고전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위 두 사람은 옆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심정을 대신해 줄 상대가 누군지를 전혀 모르고 있거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 상대가 갑자기 없어져버렸다.
그 일을 담당했던 사람들이 누구인지는 각자가 판단해 볼 일이다. 그래서 당황스러운 것이다. 철이 없는 철딱서니들에게 함부로 까불지들 말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고(?)를 저들이 알아나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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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구 사람사는 세상 워싱턴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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