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정가에서는 나쁜 소식이 연일 들려온다. 매번 나오는 한반도 위기설, 그 진위는 무엇일까? 하루가 멀다 하고 미사일 쏘는 것을 가뭄에 콩나듯 어쩌다 지켜 본 것도 아닌데 트럼프의 빈말 광기에 미국과 한국 언론들이 너무 깊이 빠져들고 있다.
북한의 예기치 못한 급속한 대륙간탄도 미사일 능력은 미국의 국가안보에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위협을 제거 할 현실적인 대안은 거의 없다. 클린턴-부시-오바마 행정부의 24년 간 대북정책의 결과가 이를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라고 별반 다를 게 없다.
매년 실시되는 연례 한·미 군사 합동훈련 ’을지 프리덤 가디언’ 연습이 한반도 해역에서 실시됐다. 이 훈련 기간에 맞춰 최근 미군 핵전략 폭격기, 핵항공모함 전력들이 속속 한반도로 이동했다. 트럼프는 기회주의자이다. 이런 상황을 그냥 놓칠 리가 없다. 투입될 전력 무기들을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하면서까지 긴장을 크게 고조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이 ICBM급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 핵탄두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미 정보당국이 결론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 이후 8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을 위협하면 지금껏 전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북한이 20만 명의 미국인이 거주하고 있는 괌 해역에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4발을 떨어뜨리겠다며 트럼프 발언에 정면으로 맞서며 거세게 반발하자 트럼프는 전쟁 준비가 완료됐다고 북한을 향해 으름장을 놓고 있다.
무모하고도 충동적이며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안보를 저해하고 있는 매우 위험스런 부적절한 발언이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 조차도 “트럼프 대통령이 행동을 할 준비가 돼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강하게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는 특정 사안의 정책 실행에 대해서는 무능할 정도로 ‘문제 해결능력’ 부재를 드러내고 있다. 행정명령으로 추진한 정책들이 거의 답보 상태로 공화당마저 등을 돌려 미국사회의 갈등만 증폭시키고 있다.
이에 반해, 정치적 이익을 취하는 데는 뛰어난 소질을 가지고 있다. 오바마 케어와 보호무역, 그리고 이민정책은 정치적 표를 계산한 대책 없는 대표적인 포퓰리즘 사례이다. 또한 지난 4월 북한 ‘태양절 위기설’을 조장하여 한국과 중국의 반대에도 사드 한반도 기습배치 실속을 챙겼다.
그런데 또 다시 ‘한반도 8월 위기설’를 조장하며 ‘말 폭탄’을 쏟아내고 있다. 이번 게임의 속내는 무엇일까?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켜 무언가 이익을 취하려는 다른 속셈이 있어 보인다. 이 시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사흘째 ‘팔자’에 나서 1천320억원 어치를 순매도 중이다. 개인도 125억원 어치를 팔고 있다. 국내 기관만 1천219억원 매수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 상반기에만 10조원을 순매수하며 한국 주식시장 상승을 이끌었지만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자 지난달 중순 이후 2조원 넘게 팔아 치웠다. 코스피는 최근 보름새 3% 넘게 하락했다. 국가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 스왑(CDS) 프리미엄은 연중 최고 수준으로 뛰어오르며 금융시장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이런 경제적인 불확실성이 안보 불안과 엮이면 한국은 이런 상황을 빨리 탈출하여 정상으로 다시 돌아오길 희망할 것이다. 현재 전개되고 있는 여러 복합적인 상황 논리를 정리하면 트럼프의 노림수는 8월 중순에 재개될 ‘한·미 자유무역’ 재협상에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한국의 취약한 안보에 의도적으로 긴장을 유발시키면 한국의 통상 협상력이 무장 해제되어 한국은 제대로 된 협상을 할 수가 없다. 트럼프의 말 폭탄은 계산된 의도적인 발언이다. 4월 위기 때도 사드 배치가 완료되자 긴장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 이번 8월 위기도 소기의 목적이 달성되면 위기는 그냥 슬그머니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무력의 힘이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곳이 바로 자유무역 세계화의 무대이다. 지난 수세기 동안 중상주의 독점자본주의가 군사력을 바탕으로 전쟁을 통한 제국주의 패권과 공생하며 아담 스미스의 자유 시장과 자유무역 시스템을 수탈과 탐욕의 도구로 끌어 들였다.
오늘날의 세계경제는 그러한 특정한 형태로 변형된 과정의 결과이며, 경제적으로 취약한 국가에 무역 불평등의 규칙을 강요하고 불평등, 빈곤 및 착취를 심화·고착시키고 있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높은 군비지출을 바탕으로 한 무력의 강압적인 힘이 하나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이것이 신자유주의를 표방한 현재 미국의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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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국 정치 철학자,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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