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는…나의 계획이 외부의 요인으로 인해 좌절돼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해 생기는 감정
기본적으로 ‘화’라는 감정은 내 계획 혹은 의견이 외부의 요인에 의해 좌절되거나 거부되는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해 생겨나는 감정이다. 여기서 외부의 요인이란 때에 따라 타인의 생각이 될 수도 있고, 내가 처해 있는 주변 환경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여러 번 계속해서 반복될 때 이 ‘화’라는 감정은 풀어지지 않고 마음에 앙금으로 남아 쌓여서 여러가지 정신적, 육체적인 이상 상태를 일으키는데 여기까지 이른 상태를 한의학에서는 ‘울화병’에 걸렸다고 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바닷가에서 수영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이른 아침 여러가지 준비를 하고 나왔더니, 파도가 높아져 도저히 수영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에 마주칠 때 우리는 ‘화’라는 감정을 직면하게 된다. 그 순간을 위해 준비하고 투자한 것들이 많으면 많을 수록 우리는 이 상황을 더욱 더 인정할 수가 없게 되고, 이는 더욱 거칠고 지속성이 있는 분노를 일으키는 연료가 된다.
화를 일으키는 상황을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이 있을까?
이미 ‘화’가 났고 그것이 ‘화병’까지 이어져버린 상태라면 일단은 치료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 순위가 되겠지만, 그 다음에는 어떡해야 할까? 어짜피 현실은 이 세상에서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루게 해주지 않을텐데, 그럼 우리는 매번 그때마다 분노하고 아파해야만 하는 걸까? 모든 일이든 그 원인을 알면 대처 방법이 생기듯이, 이미 이 화라는 감정에 대한 어떤 좋은 예방법이나 대처법이 나와있지는 않을까?
꼭 이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여기 몇가지 우리의 옛 선인들이 고민해서 나름 내놓은 답변들을 몇가지 소개해 보려 하니, 이 중에서 내가 지금 바로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은 방법이 있다면 바로 그것을 취해 한번 내 삶의 방식으로 삼아보려 하자.
불합리한 상황을 다루는 방법들 : 욕심만 버리면…
불교에서는 나의 마음과 환경이 대립하는 이러한 상황을 일으킨 모든 문제의 원인으로 ‘나의 욕심’을 지목한다. 날씨는 그냥 좋았을 뿐이고, 파도는 그냥 늘 치던대로 치고 있었을 뿐인데, ‘좋은 날씨에는 수영을 하고 싶다’라는 나의 욕심이 이 모든 자연스러운 상황들을 불합리한 상황으로 바꿔버렸다는 것이다. 즉, 내가 수영을 하고 싶다는 욕심만 버리면 날씨가 좋은 것도 파도가 높게 치는 것도 전혀 화가 나야할 이유가 될 수 없으니, 나의 욕심을 버리면 이 ‘화’는 자연스럽게 예방되고 또 치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석가는 그의 가르침 속에서 놓아버림을 위한 마음 수련 즉 ‘명상’을 이러한 상황을 다루는 방법으로 제안한다.
불합리한 상황을 다루는 방법들 : 흐름을 따르면…
한편 도가(도교)에서는 사람이 가진 욕망은 인간의 본성이므로 그 자체가 나쁘다고 볼 수는 없고, 다만 무리하게 그것을 어떤 상황에서도 관철시키려는 ‘고집’이 이러한 갈등을 일으키는 모든 상황의 원인이라 보고 내 계획을 자연스런 흐름에 따라 맞추어 실행하면 화가 날 일이 없다고 한다. ‘상선약수(최고로 선한 것은 흐르는 물과 같다)’, ‘무위(일체의 부자연스런 행위가 없음)’과 같은 도가의 핵심 가르침은 모두 이러한 점을 강조한 것이다. 즉 날이 좋으면 수영을 하다가 파도가 높이 치기 시작하면 자연스레 수영을 멈추고, 다시 파도가 잠잠해질 때 수영을 재개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고집을 버리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파도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지식이 가장 필요하다. 그래서 노자와 장자는 자연의 흐름을 연구하고 그 흐름의 길(도)을 파악해 따라가는 삶, 즉 ‘끝 없는 배움(도를 닦음)’과 ‘고집부리지 않음’을 그 대처법으로 제시한다.
불합리한 상황을 다루는 방법들 : 알맞은 대처법을 배우면…
그런가하면 유가(유교)에서는 문제를 바라보는 인식 자체는 도가와 매우 비슷하지만, 그 상황을 대하는 방법으로는 조금 다른 방식을 제안한다. 외부의 요인이 변할 때마다 그 흐름에 따라 나의 계획을 일방적으로 맞추기 보다는 그 각각의 상황에 맞는 새로운 계획과 태도를 가지는 것이 좋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화를 일으키는 다양한 상황들을 어떤 일관성을 지닌 한가지 방법으로 대처하기 보다는 각각의 상황에 알맞은 대처법을 배워 다양하게 대처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 본 것이다. 공자는 이것을 ‘예’라고 부르고 매우 강조했는데, 사람마다 상황마다 알맞게 대처하면 갈등과 그로 인해 야기되는 분노의 문제까지 해결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위의 예에 적용을 하자면, 날씨가 좋으면 수영을 즐기고, 파도가 치면 파도타기를 즐기는 식으로 각각의 상황을 즐기는 방법만 찾으면 굳이 즐겁고 싶다는 욕심을 버리지 않고도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문의 (703)942-8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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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윤 <예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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