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소스라쳐 잠에서 깨어보니 내 나이 팔십 고개내가 이 세상 떠나는날 누가 제일 많이 울어줄까한 세상 자알 살았다고 그 누가 먼저 말해 줄까그걸 몰라 나 지금 죽을수가 없구나.
이 시를 쓰면서 다시 한번 내 일생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칠십대도 많은 나이지만 그래도 그렇게 절박하지는 않았다. 사람이 강건하면 팔십이라고들 말했다. 나는 지금 그 팔십 고개의 마지막 쯤에 와있다.
생각해 보면 참 오래 살았다. 옛날에는 한 동네에서 칠십 노인도 만나기가 힘들었다. 팔십노인은 눈을 씻고 봐도 찾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이 세상은 백세 시대를 노래하며 살고있다.
팔십쯤 살다보면 이젠 아무도 젊다고 말해주지 않는다. 아무리 건강하고 얼굴에 주름이 남보다 덜 생겼다 해도 팔십은 팔십이기 때문이다. 지난 봄 한국 방문을 했을때 동네 미장원 여자가 내가 팔십이라고 했더니 놀래면서, 내 옷차림에 대해 말했다.
그날 날씨가 더워서 나는 반바지와 소매 없는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그 여자왈, 한국에선 팔십 할머니가 그런 옷을 절대 입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는 미국에서 살기 때문에 남의 눈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해주었다. 옷도 내 맘 내키는 대로 입는다고 했더니 내 사고 방식에 이해가 가지 않는 눈치였다. 미국에선 반바지 차림에 티 셔츠를 입고 운동도 하고 쇼핑도 다닌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아무도 무어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래서 이제 우리들은 미국이 좋다.
나는 젊었을때 부터 테니스며 골프며 걷기, 또 줄넘기 등을 쉬지 않고 했다.그래서 그런지 아직 내 다리는 튼튼하며 허리도 아파본 적이 없다. 요즘 층계를 올라 다니는게 좋다고 해서 약 60개의 층계를 매일 뛰어 다닌다. 하루 오륙십개의 층계를 올라 다니는 것이1, 2마일 걷는 것과 똑같은 효과가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어느날 여러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고 건강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 어느 친구가 자신은 오래 살기도 싫다고 말했다. 나는 그 말에 대해 반박했다. 이제 우리 나이에 오래 사는 것에 연연하는 것보다 살 때까지는 건강하게 살아야 할게 아니냐고, 중풍이나 치매에 걸려서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곁에 있는 가족들한테 피해가 간다면 그것보다 힘든 일이 어디있겠냐고.
늙어서 다른 병은 몰라도 치매와 중풍은 걸리지 말아야 한다. 병 중에 암보다 더 두려운 병이다. 영어로 어그리한 병이고 또 죽지도 않고 질질 끄는 병이다. 요즘 내 기도는 살아서도 품위를 지키고 죽을 때도 품위를 가지고 죽는 것이다.
내 주변에 가까운 친구의 남편이 중증 환자이면서도 거의 죽을 것 같다가도 또 오뚜기처럼 살아나고 해서 안타까운 사람이 있다. 그 동네 사람들이 나를 만나기만 하면 묻는다. 네 친구 남편은 아직도 죽지않았냐고…이런 경우 오래 산다는 것이 축복이 아니요 저주다. 사람은 사람답게 살 수 있을 때까지 살아야 복이다. 자신이 걸어서 화장실까지도 못가고 자신의 치부를 일일이 남에 손에 맡길 수 밖에 없다면 그것보다 불쌍한 인생은 없다.
의사들은 누누히 말한다, 걸으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고.
인간이 가치있게 살고 싶다면 그만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아무도 공짜로 건강을 주지 않는다. 신은 우리 인간에게 각자의 의지를 주셨다. 물론 예외는 있겠지만 자신이 노력한 만큼 그 댓가는 돌아오게 마련이다.
미국 속담에 ‘왓츄 잇트,왓츄아!’라는 말이 있다. 나는 여기서 몇자 보태어 ‘왓츄 두잉,왓유아!’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얼마나 더 살지 아무도 모른다. 이것이야말로 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도 나는 늘 걷는 언덕길을 걷는다. 나는 이 시간을 사랑한다. 기도도 하고 오늘 하고 싶은 일을 머리로 정리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나이는 신경도 쓰지 않고 무시하기로 했다. 살 때까지 어떻게 사는 것이 제일 사람답게 사는 것일까만 생각하기로 했다. 지금 걸어가서 아침 운동을 하고, 어디 가서 친구들과 싸고 맛있는 커피와 아침밥을 먹을까 고민하니 오늘 하루도 즐거운 하루가 될 것 같아 기분이 절로 상쾌해진다. 이곳은 유달리 소나무가 많아 피톤치드라는 좋은 공기가 새벽녘엔 더 많이 나올 것 같다. 나는 그 새벽 공기를 마음껏 마시면서 오늘 살아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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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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