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더슨·덤바튼 하우스·튜더 플레이스
▶ 베니스 총독부인의 개선, 마사 워싱턴 후손의 집…
신시네티협회 본부가 있는 앤더슨 하우스의 입구(왼쪽). 덤바튼 하우스 전경(오른쪽 위). 최후의 만찬과 예수의 체포 부조 - 앤더슨 하우스.
워싱턴 디씨로 나들이를 나가면 전국 각지, 세계 각국에서 오는 관광객들과 마주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은 백악관, 연방의사당, 제퍼슨 기념관, 링컨 기념관을 잇는 내셔널 몰을 기준으로 할 때 그렇다. 워싱턴 메트로 지역에 사는 경우에는 그런 번잡한 곳을 살짝 벗어나서 워싱턴 디씨 안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호젓한 구경거리를 만날 수 있다. 워싱턴 디씨의 듀퐁 서클 전철역에서 출발하여 Q스트리트를 따라 걷는 역사산책을 나서보면 어떨까? 이름하여 ‘Q스트리트의 역사산책’.
-듀퐁 서클에 내려
전철역 듀퐁 서클(레드 라인)에서 Q스트리트로 나가는 출입구를 나간 후 Q스트리트를 따라 가면서 만나는 세 건물인 앤더슨 하우스, 덤바튼 하우스, 튜더 플레이스가 그것이다. 앞의 두 건물은 Q스트리트에 입구가 있고, 튜더 플레이스는 Q스트리트와 접해있지만 입구는 Q스트리트가 아닌 그 옆길인 31번가에 있다. 듀퐁 서클 전철역에서 가장 먼 튜더 플레이스까지 걸어서 30분 정도 걸리고 가장 가까운 앤더슨 하우스까지는 5분 남짓 걸리는 거리이다.
이 쪽은 주차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듀퐁 전철역에서 튜더 플레이스 쪽으로 가는 메트로 버스가 있기는 하지만 시간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 가는 길에 외교가를 지나치기 때문에 몇 개의 대사관 건물을 볼 수 있고 또 디씨 안의 주택가 모습도 볼 수 있으니 일행 중에 노약자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걸어가는 것이 좋겠다. 디씨 주택가 중 어떤 곳은 걸어 지나치기가 조금 겁나는 곳도 있지만 여기는 안전한 곳으로 보인다.
주의할 점 두 가지. 부족한 물품이 없도록 잘 챙긴 후에 출발해야한다. Q스트리트를 따라 가는 길에 세탁소 말고는 그 어떤 가게도 만나보지 못했고, 방문하는 세 곳 안에 식당이나 매점이 없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시간표를 잘 짜야한다. 개장 요일과 시간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여기 세 곳에다 국제연합(UN) 창설을 위한 회의가 열렸던 덤바튼 오크스 박물관(1703 32nd St NW, Washington, DC 20007 / www.doaks.org) 방문을 더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베니스 총독부인의 개선 유화 - 앤더슨 하우스(왼쪽). 덤바튼 다리의 들소상.
앤더슨 하우스
앤더슨 하우스(Anderson House)는 외교관이었던 라츠 앤더슨의 겨울별장으로 건축(1902년-1905년)된 건물이다. 국립역사유적지(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 1971), 국립역사유적(National Historic Landmark,1996)으로 각각 지정되었다. 안내에 의한 투어만 가능한데 현관문 들어서면 항상 안내원이 대기 중이고 거기서 다음 안내투어가 언제 시작되는지 알 수 있다. 마지막 투어 출발은 오후 3시 15분.
전시품이 무척 화려하고 대작이 많다. 그리고 불상, 병풍, 벼루, 조각 등 아시아권 수집품이 많다. 그 중에서 굉장하다고 생각되는 몇 가지를 소개하면 이렇다. 1층 대연회장의 벽 높은 벽에 전시된 일본 병풍들, 2층 방들과 복도에 전시된 1600년대에 프랑스의 루이 13세를 위해 브뤼셀에서 제작된 대형 테피스트리, 2층 복도에 전시된 예수와 관련된 2개의 부조, 2층과 1층을 잇는 계단에 있는 대작 유화 ‘베니스 총독부인의 개선’(The Triumph of the Dogaressa of Venice).
그것 말고도 엄청나게 많은 수집품이 있어서 앞서서 구경하기 바빠서 설명하는 안내원의 발걸음이 늦어지기를 바라게 된다. 너무 좋은 구경을 무료로 했기에 이 건물을 나서기 전 입구에 있는 기부금 통에 작은 감사의 뜻을 전하게 될 것이다.
구글 지도에서 이 건물은 신시네티협회(Society of the Cincinnati)로 표기되어있는데 그 이유는 이 건물 안에 안에 신시네티협회의 본부가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주소도 이 협회의 이름이 들어있다. 신시네티협회는 미국 독립전쟁에 참가한 장교들이 1783년에 만든 조직이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의 집인 마운트 버논에서도 이 협회의 흔적을 볼 수 있는데 워싱턴 대통령이 이 조직의 일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협회가 소장한 서류 중에 워싱턴 대통령의 서명이 든 것을 볼 수 있다.
이 조직의 이름은 약 2,500년 전 로마공화정에서 집정관(consul), 임시 독재 집정관(dictator)을 지낸 신시나투스(Cincinnatus)에서 나왔다. 보통 딕테이터(dictator)는 독재자로 번역되기에 부정적 인식이 있지만 여기에서는 위급시에 비상대권 같은 절대권력을 부여받은 임기 6개월의 임시 집정관을 말한다.
자그마한 신시나투스 동상 앞에서 협회 역사를 설명하던 안내원도 딕테이터를 말하면서 ‘나쁜 뜻이 아니다’며 웃었다. 그는 농부인데 로마가 침략을 당하자 로마의 부름을 받아 갑옷을 입고 전투에 나가 적을 격파하였다. 그리고 15일 후 자신의 작은 농장으로 돌아갔다. 즉 농부이면서 고위 관리로 봉사하였고 그러다 위기시에는 전투에 참가해 나라를 구한 그런 사람이다. 그렇다면 민간인이었다가 영국에 대항해서 독립전쟁에 참가한 후 신생국가 미국에서 공복으로 봉사하거나 다시 본연의 직업으로 돌아간 사람들이 떠오르게 된다. 그래서 워싱턴 대통령을 비롯한 초기 장교출신들이 조직을 만들면서 신시나투스에서 이름을 가져오는 게 이해가 된다. 오하이오주의 도시인 신시네티도 이 협회처럼 신시나투스에서 나왔다고 한다.
덤바튼 하우스
덤바튼 하우스(Dumbarton House)를 가기 위해 Q스트리트를 따라 걷다보면 커다란 들소상이 있는 다리 하나를 건너게 된다. 락 크릭이라는 개울과 락 크릭/포토맥 파이크웨이 위를 지나는 그 다리 이름이 덤바튼 다리(1912-1915 건설)이다. 이 다리 교각 쪽에 수우족 추장인 발길질 하는 곰(Kicking Bear)의 얼굴이 조각되어 있다는데 다리 위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덤바튼 하우스는 1798-99년 사이에 건축된 건물인데 1915년에 Q스트리트를 서쪽으로 연장하면서 건물을 지금의 자리로 이동하였다. 여기에는 1789년-1825년 사이의 가구, 그림, 직물, 식기, 도자기 등 1,000점을 보유하고 있어서 그 중 일부를 볼 수 있다. 오후 3시에 문을 닫는데 오후 2시 45분 까지는 입장해야하고 마지막 안내투어는 오후 2시 15분에 출발한다. 투어 소요시간은 대략 45분.
건물 내부를 구경하는 것은 입장료를 내지만 집 뒤편에 허브 가든과 동쪽에 있는 작은 정원은 무료이다. 여기의 동쪽 정원에서 잠시 쉬면서 간식을 먹기에 퍽 좋다.
튜더 플레이스 전경.
튜더 플레이스
마지막으로 튜더 플레이스(Tudor Place). 이 집은 1805년부터 1983년까지 마사 워싱턴의 후손이 여섯 세대에 걸쳐 살던 집이다. 마사 워싱턴? 그 마사 워싱턴? 맞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아내다. 그래서 이 집 곳곳에 조지 워싱턴과 그 가족의 초상화가 걸려있고, 투어 중에 라파예트, 로버트 리 장군, 앤드류 잭슨 대통령 등 익숙한 이름들을 듣게 된다. 여섯 세대가 거주했던 곳이어서 집 안의 가구들도 각 세대의 취향과 유행을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 구경은 건물 내부와 정원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건물 내부를 구경하는 것은 안내에 의해서만 가능하고 이 경우 정원 구경은 무료이다. 정원만 구경할 수도 있는데 이 때에는 별도 입장료를 내야한다.
건물 내부 투어는 평일은 오전 10시(일요일은 정오) 부터 매 시 정각에 출발하는데 오후 3시가 마지막이다. 주말이나 국경일 등에는 예약이 권장된다고 한다. 투어 입장료를 지불한 후 투어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정원 구경을 나서면 된다. 입장료를 지불하면 정원 지도를 건네주는데 이 지도를 보면서 정원을 구경하다 보면 실내 투어 시각이 되는 것은 금방이다. 2층 까지 진행되는 투어를 통해서 오래 전 생활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데 어찌나 흥미로운지 50분의 투어 시간이 훌쩍 간다.
몇 가지 인상 깊었던 것을 소개한다. 방문객 센터 옆에 있는 화장실에 있는 1914년에 설치된 마호가니 변기 물통. 이 집에 있었던 하인들의 사진과 생몰연대 등에 관한 기록들이 있는 전시물. 하인을 부를 때 사용하는 종이 있는데 하인 마다 배정된 종의 종소리가 다르다는 것. 약간 외진 곳에 있는 이 곳에도 오하이오, 캐나다 온타리오 등 멀리서 온 관람객이 있었다는 것.
노부인을 위한 휠체어 - 튜더 플레이스(왼쪽). 옛 가구들 - 튜더 플레이스(오른쪽 위). 하인들을 부르는 초인종 - 튜더 플레이스.
방문정보
앤더슨하우스(Anderson House)
■ 주소 : 2118 Massachusetts Avenue, NW, Washington, DC 20008
■ 인터넷 : www.societyofthecincinnati.org
■ 개장 : 화-토 오전 10시-오후 4시, 일 정오-오후 4시
* 일반적인 공휴일은 휴관
* 협회 관련 행사가 있는 날은 휴관하기 때문에 인터넷 확인필요 함
■ 입장료 : 없음
덤바튼 하우스(Dumbarton House)
■ 주소 : 2715 Q Street NW, Washington, DC 20007
■ 인터넷 : http://dumbartonhouse.org/
■ 개장 : 화-일 오전 10시-오후3시
■ 입장료 : 8달러-10달러 (AAA회원, 전역군인, 공무원 등 할인 있음)
* 무료입장 : 어린이, 학생(신분증 지참), 현역군인과 가족(메모리얼 데이-노동절)
튜더 플레이스(Tudor Place)
■ 주소 : 1644 31st Street NW, Washington DC 20007
■ 인터넷 : www.tudorplace.org
■ 개장 : 화-토 오전 10시-오후 4시, 일 정오-오후 4시
* 행사 등의 이유로 시간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인터넷으로 방문 전 확인 필요
* 정기 휴관 : 1월, 매주 월요일은 정기 휴관
* 기타 휴관 : 부활절, 메모리얼 데이, 독립기념일, 노동절, 콜롬버스데이,
추수감사절, 성탄절 전후(23-26)
■ 입장료 : 건물 내부 + 정원 : 성인 10달러, 62세 이상/대학생/군인은 8달러,
5세-17세 3달러(군인은 메모리얼 데이-노동절 무료,
학생은 신분증 제시 필요)
정원 : 3달러 균일가(단, 2월은 1달러 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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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김성식 (VA, 스프링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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