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거론되고 있는 합법이민 축소안이 우려된다. 만일 그 안대로 법이 바뀌면 합법 이민자 수도 줄고 이민 문턱 자체가 높아질 것이다. 또한 ‘점수제’가 적용되면 한인 이민자들의 경우 상당히 불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점수제를 듣다 보니 생각나는 법이 하나 있다. 1882년에 제정되었던 “중국인 제외 법 (Chinese Exclusion Act)”이 바로 그 것이다.
이 법으로 인해 중국인들은 미국 이민에 있어 차별을 받았다. 제법 큰 규모로 중국인 이민이 시작된 것은 캘리포니아 주의 골드러시 시절이었다. 1848년 캘리포니아 주의 한 강에서 사금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약 30만 명의 인구가 캘리포니아로 유입되었다고 한다. 그 때 라틴아메리카, 유럽, 오스트레일리아 및 아시아 등지의 사람들도 유입되었는데 중국에서도 많은 이민자들이 오게 되었다. 중국인들의 이민은 그 후에도 미대륙횡단 철도 공사에 필요한 노동력 수요 때문에 계속 이어지게 되었다.
이민자들에 대한 미국인들의 태도는 처음에 채출할 금이 많았을 때까진 괜찮았다고 한다. 그러나 채출 양이 점차 줄어들자 중국인들을 포함한 외국 노동자들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다. 결국 중국인들은 광산에서 쫓겨나 샌프란시스코 등의 대도시에 모여 살게 되었고 식당과 세탁소 등에서 일하는 저임금 노동자가 되었다. 그리고 남북전쟁 이후의 재건설 경기가 1870년대에 식어들자 중국인들에 대한 탄압이 정치화 되었다고 한다. 일부 정치인들은 중국인들이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을 저하시킨다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1878년에 연방국회가 처음으로 중국인들을 이민에서 제외하는 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다행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연방법이 되는 것을 막았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주는 1879년에 새 헌법을 제정해 중국인들을 주정부나 지방정부 그리고 회사가 고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다가 결국 1882년에 연방국회가 ‘중국인 제외법’을 제정해 극소수를 제외한 중국인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했다. 미국에 사는 중국인들이 고국에 다녀 올 때도 재입국이 거의 모두 거부되어 고국의 가족들을 만나러 갈 수도 없게 되었다. 또한 초창기 중국인 이민자들은 대부분이 노동을 하기 위해 온 남자들이었는데 중국인 입국이 막혀 버리자 중국에 사는 여자와는 결혼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시민권 취득도 금지 되었고 시민권이 있어야 부동산을 소유할 수 있었기에 부동산도 취득할 수 없었다.
이 법은 처음에는 10년간 한시적으로 제정되었으나 1892년에 연장 되었고 1902년에는 아예 영구화 되었다. 위헌 소송이 여러 번 제기 되었지만 법원은 번번이 합헌 판결을 내렸다. 이윽고 1924년에 들어서서는 중국인들의 이민은 완전히 금지 되었고 이민 제한이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로 이어지게 되었다.
1924년의 새 이민법은 한 국가에서 한 해에 이민올 수 있는 숫자를 그 당시 미국에 살고 있는 미국인들의 출신 국가를 기준해 2%로 제한했다. 결국 당시에 아시아 출신 미국인들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아시아 국가에서 이민올 수 있는 숫자도 상대적으로 더욱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이 모두가 미국을 백인위주의 국가로 유지하고자 하는 백인 우월주의에 기인했던 것이다. 이러한 법은 1943년 2차 세계대전 때 중국이 연합국의 일원이 되어서야 비로서 철폐되었다. 전쟁에서의 우방국가를 예전처럼 대할 수 없다는 필요 논리에 의해 법이 폐지된 것이다.
이번에 거론되는 점수제 이민 법안도 백인 우선주의에 기초한 것이 아닌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물론 인도, 싱가폴이나 홍콩처럼 아시아에서도 영어를 잘 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은 나라들이 있다. 그리고 한국도 예전과 달리 젊은 사람들의 영어 실력이 많이 향상되었다. 그러나 아직 서부 유럽국가 출신들과는 비교가 안된다. 영어 능력이 이민자격 점수 획득에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으로 보이는 점수제 이민제도가 객관성을 표방한 백인우월주의 차별제도라고 보여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점수제 이민법안은 결국 21세기 판 중국인 제외 법과 다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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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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