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 장군의 이름을 딴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카운티의 젭 스튜어트 고등학교 개명 논쟁에 중요한 결정이 내려졌다. 교육위원회가 지난 주 회의에서 개명하기로 최종 의결한 것이다. 그리고 2018년 가을부터 사용될 새 이름은 교육감이 해당학교 지역사회 구성원들과 논의해 교육위원회에 건의하도록 했다. 교육위원회는 절충 효과와 소요경비 절약 등을 고려해 지역사회에서 “젭”을 제외한 “스튜어트”를 새 이름으로 고려해 볼 것을 권하도록 지시했다. “스튜어트”는 오래 전 페어팩스카운티의 명문가로 알려져 있다. 물론 젭 스튜어트도 그 집안 출신이다.
이러한 결정은 11명의 교육위원들 중 찬성 7, 반대와 기권이 각 2의 표결로 이루어졌다. 개명 결정을 3개월 정도 연기하자는 안도 제기되었으나 찬성 5, 반대 6으로 부결되었다. 나는 연기안에는 반대, 그리고 개명안에는 찬성했다. 연기안에 반대한 이유는, 다시 3개월을 연기한다고 개명에 대한 지역사회 내에서의 논란이나 교육위원들 사이에서의 의견대립이 달라질 것이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미 이 사안을 놓고 2년 이상 지역사회 내 의견이 크게 갈리고 마음에 상처도 입는 힘든 과정을 거쳤다. 이제 교육위원회가 방향을 잡아 줄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이 사안이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인종문제와 노예제도가 거론되기 때문이다. 1954년에 연방대법원은 Brown 케이스 판결에서 백인, 유색인 학생들로 분리된 학교들을 통합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개명찬성 측 주장에 의하면 당시 페어팩스카운티 교육위원회는 학교 통합에 소극적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해당 판결이 내려진지 4년이나 지난 1958년에 남부군의 장군인 젭 스튜어트의 이름으로 고등학교 이름이 정해진 것도 대법원 판결에 불복하는 의미였다는 것이다. 젭 스튜어트가 남부군 장군으로 노예제도 존속을 위해 싸운 것은 학생들이 본받을 만한 일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와 달리 개명반대 측은 찬성 측이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학교 이름이 정해질 당시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가 곧 바로 학교를 통합하지 못한 것은 대법원 판결에 대한 불복 의도가 아니라 버지니아 주정부로부터의 압력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적극적으로 불복하기로 한 주정부 지시에 따르지 않는 학교는 재정보조 중단 뿐 아니라 폐교까지 시키겠다는 압력을 받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는 버지니아 주에서 어느 학군보다도 먼저 인종통합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개명반대 측은 학교의 이름을 결정한 배경에 인종차별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스튜어트 장군은 버지니아 출신의 훌륭한 군인으로서 지금의 학교 위치와 가까운 곳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것이다. 그가 미합중국 장교 자리를 사임하고 남부군에 합류한 것은 자신의 고향인 버지니아 주를 돕기 위해서이지 노예제도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또한 개명을 통해 역사를 지우려고 할 것이 아니라 그런 역사를 통해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을 가르치는 것이 올바른 교육이라고 주장했다.
어쨌든 이제 개명은 최종적으로 결정되었다. 물론 앞으로 있을 새 이름 선정 과정도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위원회가 “스튜어트”라는 이름을 권고했으나 이건 단지 권고사항일 뿐이다. 지역사회 논의 과정에서 분명히 다른 이름이 제기될 수 있고, 그게 다시 인종적 갈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에 새로 부임한 교육감의 적극적인 리더십 발휘를 기대해 본다.
지역사회가 이 사안으로 갈라져서 더 이상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지난 주 교육위원회 결정 이후 교육위원들에게 보내져 온 일부 자극적인 내용의 이메일들이나, 어느 학교 앞 나무에 과거에 있었던 흑인 린치를 상기시키는 원숭이 인형을 매다는 것 같은 어리석은 행동들은 자제 되어야 할 것이다. 대신 이제 이 문제로 인해 야기된 지역사회의 갈등과 상처를 치유하는데 모두가 함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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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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