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C에서 캘리포니아까지 총 4,636마일
▶ 직접 자동차 몰고 간 10박11일간의 여정
직선거리 2,300여마일, 비행기로는 5시간 남짓한 거리를 칠십대 중반 노구(?)를 끌고 자동차로 대륙횡단 포부를 피력할 땐, 가족은 물론 친구, 친지들은 부러워하면서도 의아한 눈빛을 보냄을 눈치 챌 수 있었다. 하지만 작정하고 계획한대로 실행에 옮기려하니“글쎄 내가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나를 좀 주저하게 했음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우여곡절 끝에 우선 로스앤젤레스에서 워싱턴 DC로 향하는 편도 비행기 표를 구입했다.
5월16일(화)
오늘은 어제 다 못 보았던 Lake Country, Canyon Country를 둘러보기로 했다. 아침 일찍 숙소를 체크아웃 하고 어제 다녔던 똑 같은 서쪽 Grand Loop를 돌아 맨 남쪽 분기점에서 동쪽 Grand Loop를 지나려는데 위도상 맨 남쪽인데도 섭씨 37도를 가리키며 간혹 눈발도 내렸다. 길가는 제설작업한 눈들로 수북하며 녹지도 않고 그대로이다. 여름이면 아름다울 호수도 꽝꽝 얼어 있어 인증사진만으로 만족하고 옐로스톤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했다.
남쪽 진입 문으로 해서 계속 남쪽으로 달리니 록펠러 고속도로(다시금 미국의 양식 있는 갑부들이 어떻게 사회에 기여하는가를 되새겨본다)로 진입했다. 곧이어 오른쪽으로 그랜드 티톤(Grand Teton) 국립공원과 선명한 각을 내세우며 온통 눈들로 뒤덮인 준령들의 행렬이 펼쳐진다. 그 아래론 풍부한 수량의 맑은 물이 있어 알래스카가 무색할 지경이다. 아직 가보지 못한 캐나다의 밴프나 스위스에 버금갈 것 같은 생각해 보면서 맘껏 즐기고 장관들을 사진에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마침 UC Davis에 와 있는 젊은 학자인지 대학원생인지 하는 한국인과 그의 가족들을 만날 수 있었고 서로 가족사진들 찍어주기도 했다.
그랜드 티톤 국립공원을 남진해서 좀 지나면 공원의 초입인 잭슨 시(Jackson city)가 나오는 데 스위스를 가보진 못했으나 사진으로 본 그곳과 같은 아름다운 스키마을 같았다. Elk(고라니) 특산지라 여기저기서 박제품들을 팔고 있다.
잭슨시를 떠나 알파인(Alpine) 소도시까진 꼬불꼬불 위험하나 왼쪽으로 아름다운 강과 산들로 다시 한 번 경탄하게 한다. 집사람은 운전을 하느라 그런 좋은 풍경을 만끽할 수 없었다.
나중에 집사람이 이 어려운 산길을 자기에게 덤탱이 씌었다고 불평 아닌 불평을 한동안 했다. 물론 나는 귀를 꽉 막고 있었지만 좀 미안했다.
5월17일(수)
아침 9시 반. 유타 주의 포카텔로(Pocatello)를 출발해 처음 165마일인 솔트 레익 시(Salt Lake City)까지는 집사람이 운전대를 잡고 그곳에서 420마일 거리인 네바다 주 라스베가스(Las Vegas)는 내가 책임지기로 했던 바 아내는 아우성이다. 캘리포니아 집에 있으면서 수시로 여행정보(호텔 예약, 모르는 길 안내) 등등을 해주는 작은 딸아이도 총거리 585(165+420) 마일은 무리이니 라스 베가스 이전 100마일 지점의 소도시 Mesquite에서 자고 갈 것을 강권했다. 하여튼 우리의 몸 상태나 기타 상황을 봐서 작은 딸과 계속 교신하며 결정하기로 했다.
솔트 레익 시티를 벗어나 15번 국도를 2-30마일 달리면 Provo가 나오며 그곳으로부터 동북쪽으로 얼마 안 되는 곳에 좀 유명하다는 선댄스 시(Sundance city)가 나오는데 나는 예전에 알지 못했으나 내가 죽도록 일만 하고 있을 때 어떻게 알았었는지 집사람이 대뜸 이곳을 알고 있단다.
나도 조금은 아는 “Out of Africa”에서 메릴 스트립과 열연을 한 로버트 레드포드가 이곳에 광활한 부지를 구입해 매년 영화제가 열리는 관계로 수많은 할리우드 배우들과 관광객들로 붐빈다고 해서 선댄스 시티가 유명해졌단다.
15번 국도도 좋고 자동차, 그리고 우리의(특히 나의) 몸 상태도 양호해 라스베가스에서 자고가기로 했다. 여기서 운전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해야겠다. 라스베가스 전 60마일부터 평평한 사막인데 바람이 워낙 세게 불어 차가 흔들릴 정도다. 두 손으로 핸들을 꽉 잡고 온 신경을 곤두 세워 서행을 하면서 라스베가스에 입성했다. 시내 복판을 통과하는 데 하필이면 보기 싫은 트럼프 빌딩이 눈에 들어온다.
카지노에 우리 가족들은 원래 관심이 없어 중심부에서 동쪽으로 9여마일 떨어진 핸더슨 동네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허기를 달래야 하는데 집사람이 한국음식, 특히 국물이 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고 했다. 수소문 끝에 왕복 30마일, 길을 잘못 들어 45마일을 달리긴 했으나 라스베가스 중심부에서 약간 서쪽에 있는 spring fountain에 있는 “어머니”라는 순 한국식당을 찾았다. 아내는 된장찌개, 불초소생은 매운 해물순두부에 2인분 밥으로 오랜 만에 위장에 인사 드리니 얼마나 이렇게 좋을 수가! 어느새 피로가 말끔히 달아나 버린 것 같다. 늘 듣는 이야기지만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들이 고추장, 김치, 밥을 먹어야 잘 싸우고, 잘 뛴다고 하지 않던가. 물론 기본은 육식으로 채우겠지만.
5월18일(목)
오늘은 아내의 귀가 빠진 날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몬태나 주 핫 스프링 가게에서 생일 카드로 알고 사서 차속에 아내 눈치 못 채게 잘 감추어 두었던 카드를 열었다. 아, 이게 왠 낭패인가. Mother’s day 카드가 아닌가 말이다. 하여튼 미국 녀석들은 남편이 아내에게 Mother’s day에도 카드를 보내는 모양인 것을 나는 전혀 모르고 있었나 보다. 시치미 뚝 떼고 아내에게 카드를 들이미니 아내 웃으면서 “어머니날 카드네” 한다. 그래도 싫지는 않은 표정이라 다행이다. 여행 중 내 정성을 봐서 그렇겠지 싶다.
아내 생일이기도 하고 여행 중 제일 좋은 숙소이기도 해 아침식사를 천천히 즐기며 9시 반경 드디어 워싱턴, 아니지 이제는 우리가 살 곳이 된, L.A.를 향해 떠났다. 어젯밤과 오늘 아침 두 번씩이나 나는 스파에서 피로를 풀었다.
라스베가스를 떠나 40마일에 벌써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주 경계선이 나온다, 라스베가스가 캘리포니아에 속하는 지 네바다 주에 속하는 지 잘못하면 헷갈리겠다.
집까지는 오늘 여정이 270마일. 이제껏 하루 주행거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
아내가 운전하며 얼마를 달리는 데 Dashboard에서 빨간 불신호가 켜졌다 없어졌다고 아내가 말한다. 연료도 넣어야하고 운전도 교대하기로 하고 다음 정거장에 들르기로 해 차를 정차하니 아내가 왼쪽 차 앞바퀴에서 공기 많이 빠진 것을 발견해 천만 다행이다.
또 천만다행인 것은 버지니아 체류시 바쁜 중이나 떠나기 마지막 날(늦은 일요일 저녁) 자동차 부속품가게에서 Tire Self Inflation 기구를 구입한 것이 아니겠는가! 거금 30여 불이 몇 십 배 아니 그 이상의 효과를 본 것이다. 시간과 걱정거리를 없애주었으니 어찌 금전적 효과로만 따질 수 있겠는가. 장거리 여행시 필수품이다. 부연하면 장거리 여행 전 빵구난 타이어 깔아 끼우는 방법을 연습할 것을 권한다. 또 스페어 타이어를 실제 떼어내 공기상태도 점검해보면 도움이 된다. 오래된 것은 공기주입 밸브가 삭아 있어 조금 만지기만 해도 공기가 폭삭 빠진다. 실제 내 경우, 출발 전 점검시 15년간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어, 낡은 밸브를 교체했다. 집사람의 스페어타이어 체크 강권과 애난데일 쉘 사장의 프로페셔널한 섬세함과 엄격함에 찬사를 보낸다.
그리하여 캘리포니아의 토렌스(Torrance), 우리들 보금자리에 무사히 도착하니 작은 딸이 엄마를 위해 생일 밥상과 더불어 케익까지 완벽하게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총 4,636마일에 10박 11일간의 여행이었다. 버지니아, 웨스트버지니아, 켄터키, 미주리, 캔사스, 콜로라도, 와이오밍, 사우스타코타, 몬태나, 아이다호, 네바다, 애리조나, 캘리포니아의 13개주를 거쳐 간 70대 중반 부부의 대륙횡단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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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청답 문성길, 사진/ 심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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