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화요일 한국 국방부가 주최한 2017년 세계 장병/청소년/청년 통일안보 비전 발표대회에 워싱턴 지역 대표로 참가했던 팀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모두 14팀이 참가한 공연부문 본선에서 특별한 상은 못 받았지만 그래도 열심히 잘 했다고 한다.
본선 참가 팀들 중 9개 팀은 한국 내에서, 그리고 5개 팀은 국외에서 선발되었다는데, 국외 팀으로는 워싱턴, 뉴욕, 북유럽, 동남아시아와 모스크바에서 각 1팀이 참여했다고 한다. 워싱턴 팀은 강지은 양과 이 다니엘 군으로 구성되었다.
팀 이름은 ‘조갈소’인데 조화, 갈등, 소망의 앞 글자들을 따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우리 고국의 분단을 상징하는 이름으로, 조화는 분단 전의 상태를, 갈등은 6.25 전쟁의 아픔을, 그리고 소망은 통일에의 염원을 각각 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이 조갈소 팀과 오래되지 않았지만 특별한 인연이 있다.
약 두 달 전에 이 대회의 한국 본선에 참가할 워싱턴 지역대표를 선정하는 지역예선이 열린다고 해서 토요일 아침 잠깐 대회장에 들렀다. 당일 여러가지 다른 일들이 있어서 예선 공연 모두를 볼 수는 없었지만 초반의 몇몇 공연은 보았다.
그 때 기타를 들고 나온 이 다니엘 군과 한 팀이 되어 살풀이 춤을 선보인 킴벌리 북스톤 양의 공연이 깊은 감명을 주었다. 배경음악으로는 뉴욕교향악단이 2008년에 평양에서 앙콜곡으로 들려 주었던 아리랑이 사용되었고, 배경화면에는 분단, 6.25 전쟁과 이산가족 상봉 모습이 보이는 사진들과 비디오가 이어졌다.
나중에 들어보니 미국에서 태어난 킴벌리 양은 대학을 마치고 어머니의 조국인 한국에 나가 한국 전통춤을 공부했다고 했다. 그날 시간이 없어서 인사를 못했으나 나중에 꼭 한 번 만나 보고 싶었다. 다행히 다니엘 군은 한인사회 행사를 통해 아는터라 그에게 연락해서 같이 만날 수 있었다.
만나서 얘기를 나누던 중 알게 된 것은 그 두 청년들 모두 이산 가족 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6.25 때 홀로 남하한 내 아버지의 기구한 사연을 그들에게 들려 주었다. 거의 67년간 고향에 못 돌아가고 홀어머니와 두 남동생의 소식을 모르는 비극의 이야기를 말이다.
그리고 얼마 후 워싱턴 지역 예선에서 1등을 차지한 강지은 양에 다니엘 군이 합류해 한국의 본선에 참여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본선 공연 프로그램으로 태권도 사범이기도 한 강지은 양이 예선 때 보여 주었던 춤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니엘 군이 시낭송을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시를 킴벌리 양이 내 아버지의 이야기를 소재로 해서 쓰고 있다고 했다. 고맙고 놀라왔다.
나중에 들으니 킴벌리 양이 시를 쓰는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영어로 된 시를 강지은 양이 번역했다. 한국의 본선에서 영어로 시가 낭송될 때 배경 화면에 한글 번역을 보여 주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사정상 한국에 같이 갈 수 없는 킴벌리 양은 다니엘 군이 기타를 치며 시낭송 할 때의 배경 음악으로 아리랑을 불러서 녹음을 해주었다. 이렇게 나와 별로 잘 알지 못하는 세 명의 젊은이들이 내 아버지의 얘기를 바탕으로 분단의 아픔과 이산 가족 상봉, 통일에의 소망을 담은 공연을 준비하는데에 큰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킴벌리 양의 소개로, 현재 약 3천명으로 추정되는 미국거주 한인 이산가족들의 가족상봉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추진하고 있는 대견한 한인 청년들 몇 명을 만나보게 되었다. 미국 서부에 거주하고 있는 미국 태생의 30대 젊은이들이었는데 그들을 보면서 그들이 바로 내 아버지 같은 사람들을 위해 온갖 수고를 다 하는 동안 과연 나는 무엇을 해왔는지 자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감사하고 송구스러웠다. 아무쪼록 그들이 추진하고 있는 계획들이 모두 잘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도 아버지를 모시고 아버지의 고향에 다녀오고 싶다. 그리고 아직 살아계실지 모르는 두 삼촌들과 있을 지 모르는 나의 사촌들을 만나고 싶다. 어쩌면 조카들도 많이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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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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