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입학해서 신입생으로서 한창 대학생활의 낭만과 기대로 부풀어 있을 때가 엊그제 같은 데 벌써 40여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당시 입학한 대학의 첫 시간에 학과장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불현듯 생각이 난다. 당시 교수님이 대학생의 정의를 ‘Greatly Studying Student‘라고 하면서 대학생은 폭넓게 공부를 많이 하는 학생이라고 했다. 또한 고독한 시간을 가지며 독서및 연구에 열중하고 친밀한 교우관계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지성과 더불어 야성을 겸비하는 가운데 원대한 포부를 갖고 5대양 6대주를 내다볼 수 있는 웅혼한 기상을 지니라고 강조하신 생각이 난다.
그렇다! 대학은 세속적인 흐름을 따르지 않고 순수하게 학문을 연구하는 상아탑이 본연의 모습이다. 그러나 대학에서 자신이 좋아하고 흥미있는 학문을 전공한 후 대학원에 입학하거나 또한 졸업후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하는 현실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아직도 대부분의 한인 학부모들은 대학과 전공선택의 갈림길에서 아무래도 명문대 입학에 더 치우쳐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어느 대학을 입학했든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보통 3~4번 정도 전공을 바꾸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만큼 전공선택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자녀가 어렸을 때부터 무엇에 흥미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었는 지 꼼꼼히 살펴보지 않으면 전공보다는 대학 위주의 선택을 하게 마련이다.
물론 명문대학에 전공도 맞으면 금상첨화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명문대학에서 자신의 전공을 살리면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성공적인 대학생활을 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지금은 LA인근 약학대학원 4학년인 딸이 2009년 대학 입학허가서를 받고 유명사립대학을 가느냐 아니면 전공을 고려해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의료계통의 전공이 강한 대학을 가느냐를 놓고 6개월 가까이 옥신각신한 적이 있다. 가족회의에서 치열한 토론을 벌인 끝에 실속이 중요하다는 아내와 딸의 의사를 존중해 지명도는 떨어지지만 의료계통의 전공이 강한 대학에 진학해 좋은 학점을 취득하는 등 약학대학원 진학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소위 명문대에 대한 아쉬움이 남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세월이 흐르고 보니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현재 LA인근 의과대학원 2학년인 아들에게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다. 2011년 당시 아들은 유명 사립대에서 50% 장학금까지 제의받은 상태라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가족회의에서 또 다른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 학벌에 대한 아쉬움이 있어 아들을 유명 대학에 보내고 싶었지만 실제로 입학한 대학은 지명도는 조금 떨어져도 의료계통의 전공이 강한 대학이었고 아들은 이곳에서 4년 장학금도 받고 좋은 학점을 이수해 현재 재학중인 의과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본보교육섹션(2016년1월4일)에도 소개되었던 저스틴 오 공인회계사의 장남 데이비 오의 이야기는 대학과 전공선택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극복한 좋은 사례이다. 데이빗은 UC 샌타바바라에 입학해 프리메드 과정을 공부하려다 적성에 맞지 않아 대학을 중도에 포기하고 집에 돌아왔다. 주변의 권유를 받아들여 군에 입대한 후 결국 육군정보학교를 거쳐 국방외국어대 중국어과에서 근무하면서 상관의 추천을 받고 대입전형과정을 거쳐 늦깎이로 웨스트포인트에 입학해 현재는 3학년으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본인이 주관을 갖고 주변의 권유와 부모의 조언을 잘 고려해 궁극적으로 올바른 대학과 전공을 찾아간 사례이다.
대부분의 한인 학부모들이 그렇듯이 기자도 자녀들이 초중고교를 거치면서 무엇을 좋아하는 지 유심히 관찰하고 객관적인 적성검사를 통해 어떤 전공을 선택하고 어떤 일을 하면서 살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지를 부모의 입장에서 늘 고민해왔다.
자녀가 올바른 대학과 전공을 찾는 문제는 자녀에게만 맡길 일이 아니라 부모와 스승, 주변의 교육관계자들이 도와줄 필요가 있다. 그러나 부모의 기대와 사회의 평판에 밀린 선택으로 평생을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자신에게 맞는 대학과 전공을 선택하는 것은 결국 본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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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률 특집 2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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