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내는 약 선반을 점검하여 오피오이드(합성마약제)가 든 병들을 다 쓰레기통에 버렸다. 작년에 허리를 다쳐 고생하던 때에 처방된 것인바 참기 어렵게 아플 때 먹으면 통증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반면 변비증세는 물론 중독성분이 강한 부작용 때문이다. 트럼프 때문에 정치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은 현재 오피오이드 중독 위기 때문에 격심한 몸살을 하고 있다. 2016년 대선 때, 러시아와 트럼프 진영의 조율여부에 대한 조사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당연한 윤리적 결정을 내려 트럼프의 미움을 사고 있는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약 한달 전 워싱턴포스트의 한 기고문에서 마약위기를 다루었다. 2015년에 약 52,000명이 약물남용으로 조기사망을 한 통계를 15,000건 이상의 살인 사건들과 비교하면 마약의 위기를 쉽게 짐작하게 된다.
오하이오주 힐스보로 타임스 가젯은 2016년 대선에서 1,300개가 넘는 미국일간지들 중 트럼프를 사설로 지지한 여섯 신문들 중 하나였기 때문인지 그 신문의 발행인 겸 편집인 개리 아비나시는 가끔 워싱턴 포스트의 논설논평란에 글을 쓴다. 얼마 전의 그의 글은 이렇게 시작된다. “오하이오 주에서 테러리스트 공격이 진행중이다. 그것은 IS나 무정부주의자들의 테러와 전혀 관계가 없다. 그 공격에 쓰이는 무기는 아편과 합성마약들이고 테러리스트들은 죽음에 이르게 하는 독을 판매하는 자들이다”
작년에 오하이오에서 약물의 과량섭취로 죽은 사람들이 4,149명으로 2015년 보다 36%나 증가돼 50개주 중 최악의 기록일 뿐 아니라 많은 검시관들은 금년에 더 많은 희생자들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니 보통일이 아니다. 9.11사변 때 뉴욕 쌍둥이 건물, 미 국방부 본청 그리고 펜실베니아의 한 초원에서의 테러희생자들이 3,000명 미만이라는 숫자와 비교해보면 그 위기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미국으로 밀수입되는 헤로인의 대부분이 멕시코를 통해 들어오며 대도시의 마약밀매망을 통해 힐스보로 같은 소읍에까지 파급되고 있기 때문에 그곳 주민들은 트럼프의 국경경비강화 정책을 지나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아버나시는 강조한다. 그에 더해 세션스 장관의 글 서두도 한 번 음미해 볼 만하다. “마약밀매는 원천적으로 폭력에 의존하는 사업이다. 마약에 관련된 빚을 받으려면 법원에 고소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는다. 마약 빚은 총구로 받아낸다”
그런데 불법적인 마약의 범람과 남용에 더해 합법적인 오피오이드가 오용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펜타닐, 옥시코돈, 바이코딘 이나 기타 이름으로 처방되고 구입되는 합성 마약제는 워낙은 암 환자나 전쟁피해자들처럼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지만 제약회사들이 돈을 더 벌기 위한 수단으로 보통 통증환자들에게도 처방할 수 있도록 로비를 한 결과가 현 위기의 한 원인이다. 그리고 제약업계가 대대적인 광고를 통해 일반인들이 웬만한 통증도 비중독성 진통제가 아니라 오피오이드 진통제에 의존하도록 권장했다는 사실도 현 위기에 보탬이 되었다. 오하이오주 검찰총장이 제약회사들에 대해 최근 고소사건을 제기한 배경이다. 그리고 돈이라면 못할 짓이 없다는 사고방식이 일부 약사들과 의사들 그리고 여러 진통센터 운영자들을 마약사범으로 만들었다. 웨스트 버지니아의 어떤 의사는 1년 동안에 수백만불의 진통제 처방을 했다가 걸려들었다.
오피오이드 위기는 또한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 부모들이 오피오이드 중독으로 자식들을 학대하거나 제대로 돌보지 못할 때 정부는 부모에게서 친권 또는 양육권을 박탈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한다(지난주에 소개된 ‘촌뜨기의 애가’ 저자인 J.D 밴스의 경우에도 그의 어머니가 마약중독자라서 12세부터 할머니 손에서 자라났다). 오피오이드 남용자가 아이를 낳으면 대부분 아이도 중독 상태로 태어나 금단현상의 끔찍한 고생을 한단다. 고통에 못 이겨 몸부림치는 아이들을 서서히 마약의 중독에서 벗어나게 하는 일이 대단히 어려운 과정일 것이다. 그리고 집중력의 부족과 간염 등을 가지고 태어난다.
부모들이 친권을 빼앗기면 아이들은 임시 양육가정에 위탁되어 길러진다. 오하이오주에서는 임시양육 가정들의 수가 모자라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단다. 워싱턴 포스트의 7월초 기사제목은 ‘오피오이드 중독위기가 주 정부들의 임시양육(가정) 시스템을 압도한다’라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가장 작은 주의 하나인 메인주의 문제를 중심으로 그 심각한 문제를 부각시킨다. 60대의 노부부가 친딸이 오피오이드 중독으로 세 살배기 아들을 기를 수 없어 맡게 되었으며 한 살짜리 여아도 위탁 받아 양육하는 것에 관한 기사다. 처음에 맡았을 때는 처참한 고통과 울부짖음을 달래기 위해 매일 메사돈을 주사했지만 그 위기는 넘겼으나 외손자의 경우 아직도 몸을 막 내던져 외상을 입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방바닥과 벽들에 두꺼운 패딩을 하고 있다는 것이 정상이 아니다. 또 위탁가정들이 주 예산으로 지불받고 있기에 시민들의 부담이 늘어나는데다가 그나마 그 같은 가정들 수가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오피오이드 위기로부터 우리들의 가정을 보호하자. 정말 못참을 통증 때문에 오피오이드 처방을 받게 되면 처방전에 따라 단기간만 이용해야 할 것이다. 쓰고 남은 오피오이드 알들은 버리는 것이 상책이다. 많은 청소년들이 부모의 약장을 뒤져 오피오이드 남용의 길로 들게 된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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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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