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커뮤니티 합창단에 처음 참여해 본 것은 보스턴 지역에서 대학을 다니던 40년 전이다. 당시 그 지역 한인사회 규모는 학생들을 포함해 기껏해야 2천명 정도였었는데 한인학교 기금모금 행사로 합창 공연이 있었다. 그 때 합창단 구성을 몇 안되는 한인교회 중심으로 했고 나도 작은 교회에서 성가대원으로 활동했기에 참여할 수 있었다.
지휘는 로웰 매사추세츠 주립대학 성악과 학과장이었던 옥인걸 교수였다. 옥 교수는 1960년에 뉴잉글랜드 음악원으로 유학을 와서 공부를 마친 후 당시 로웰대학에서 계속 연주활동을 하면서 가르치고 있었다. 음악으로 미국에 유학을 온 한인들 가운데 선구자 중 하나로 꼽힌다고 한다.
그 합창단에는 나 말고도 대학생들이 여럿 있었다. 당시 한인교회 성가대에 학생들이 제법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가운데에는 물론 전문적인 성악 전공자들도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은 교회 규모가 작은 덕에 노래 실력이나 음악성에 상관 없이 성가대원으로 차출된 일반 학생들이었다. 그런 학생들과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지역사회 한인들로 구성된 합창단을 지도하느라고 옥 교수가 꽤 고생하셨을 것이다.
그 합창단 활동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MIT 대학 강당에서 헨델의 천지창조 곡 일부와 한국 민요들을 프로그램으로 미국인 청중들에게 공연한 것이 포함된다. 또 당시 캐나다 토론토에서 활동하던 작곡가 박재훈 목사가 이끌던 한인합창단과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미국교회에서 합동공연을 가졌던 기억도 난다.
당시 토론토 한인 합창단원들 상당수가 지렁이잡이 일에 종사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적잖이 놀랐다. 지렁이를 좀 더 많이 잡는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는 사실 마음이 아팠다. 초창기 캐나다 한인 이민자들의 힘든 삶이 보였다. 당시 워싱턴 지역에서 손재주 있는 한인 여성들이 하루 종일 타이핑을 해야 하는 키펀치 일과 비슷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 지렁이잡이 이민자들에게 합창단 활동은 큰 위로와 쉼을 가져다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 후에 내가 또 커뮤니티 합창단에 참여할 기회가 왔던 것은 로스쿨 시절이다. 그러니 그것도 35년 전의 일인데 이곳 워싱턴 지역에서 성악가 노형건 씨가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울합창단을 조직해 1년에 몇번씩 공연을 가졌다. 그 합창단에는 고등학생부터 나 같은 대학원생까지 있었고 학생은 아니지만 노래를 좋아하는 20대 청년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공부 때문에 매번 연습과 공연에 참여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지만 방학 때에 합류해 같이 활동했다. 그 합창단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에 커뮤니티 합창단에 참여할 기회가 또 찾아왔다. 이 곳 워싱턴 지역의 한인커뮤니티센터 건립기금 모금 행사로 음악회가 열리는데 그 때 워싱턴콘서트소사이어티 연합합창단이 구성되어 같이 참여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지휘는 남성원 교수가 맡아 한다. 합창단 참여는 음악전공 여부에 상관없다고 했다. 그래서 가입해서 지금까지 두 번의 연습을 마쳤다. 매주 일요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애난데일 연합감리교회에서 연습을 하는데 8월 20일이 공연이다. 17분 정도 걸리는 곡은 우리 귀에 익숙한 한국 노래 두 개를 합친 것이다.
약 100명 정도의 단원이 필요한데 지금까지 참여한 숫자는 그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여성 단원들이 많이 더 필요한 실정이다. 그리고 현재로는 20-30대의 청년들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커뮤니티센터 건립기금 모금 행사인 만큼 10대부터 80대까지 모든 세대가 두루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 지금도 결코 늦지 않았으니 참여를 원하는 분들은 아래의 남성원 교수 이메일 주소나 전화번호로 연락 바란다. 그래서 저 멀리 리치몬드에서 워싱턴까지 와서 도와주는 부부에게 보답하는 뜻에서라도 말이다. 학생 자녀들을 둔 부모들은 방학기간이니 자녀들과 같이 해도 좋을 것이다.
이메일: contact@washingtonconcertsociety.org 전화 (703)728-3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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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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