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번째 윔블던 우승 초읽기
▶ 난적 라오니치 완파…1위 머리-4위 조코비치는 8강서 탈락
로저 페더러가 밀로스 라오니치를 압도하고 4강에 오른 뒤 코트를 떠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AP]
부활한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5, 스위스)가 역사적인 8번째 윔블던 타이틀을 향해 거침없는 진군을 이어갔다. 까다로운 상대인 밀로스 라오니치(7위·캐나다)를 스트레이트세트로 꺾고 이번 대회 무실세트 행진을 이어가며 4강에 오른 날, 가장 강력한 경쟁자들인 세계랭킹 1위 앤디 머리(영국)와 4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가 나란히 탈락하면서 통산 8번째 윔블던 우승과 19번째 메이저 타이틀 사냥 길이 탄탄대로처럼 활짝 열렸다.
12일 영국 윔블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펼쳐진 대회 남자단식 8강전에서 대회 남자단식 3번시드인 페더러(세계랭킹 5위)는 6번시드 라오니치를 6-4, 6-2, 7-6으로 일축하고 대회 통산 12번째로 4강에 올랐다. 반면 디펜딩 챔피언인 세계랭킹 1위 머리는 복병 샘 퀘리(28위·미국)와 풀세트 접전 끝에 6-3, 4-6, 7-6, 1-6, 1-6으로 덜미를 잡혀 타이틀 방어가 무산됐다. 또 세계 4위 조코비치는 토머스 베르디히(15위·체코)와의 8강전 도중 팔꿈치 부상으로 기권해 역시 중도하차했다.
이날 머리와 조코비치의 탈락으로 이번 대회에선 세계랭킹 탑4 중 한 명도 4강에 오르지 못했다. 세계 2위 라파엘 나달(스페인)은 16강전에서 질 뮐러(26위·룩셈부르크)에 패했고 3위 스탄 바브링카(스위스)는 1회전에서 다닐 메드베데프(49위·러시아)에게 무릎 꿇어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이어 따라 남자단식 패권은 페더러 대 베르디히, 퀘리 대 마린 칠리치(6위·크로아티아)의 4강 대결로 압축됐다. 칠리치는 이날 뮐러와 3시간30분 혈투 끝에 세트스코어 3-2(3-6, 7-6, 7-5, 5-7, 6-1)로 승리, 생애 첫 윔블던 4강에 진출했다.
지난해 이 대회 준결승에서 라오니치에게 패해 결승진출이 좌절됐던 페더러는 1년만의 재대결에서 완벽한 설욕에 성공했다. 첫 두 세트를 6-4, 6-2로 따낸 뒤 3세트에서 라오니치의 저항에 타이브레이크까지 갔으나 타이브레이크마저 7-4로 따내며 대회 무실세트 행진을 이어갔다. 페더러는 이번 대회 1회전에서 세트스코어 1-0 상황에서 상대의 기권으로 가볍게 승리한 뒤 이후 다음 4경기를 스트레이트세트로 따내고 무실세트로 4강에 올랐다.
페더러가 올해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역사적인 8번째 우승으로 대회 최다우승 신기록을 수립하게 된다. 페더러는 지난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년 연속으로 윔블던 정상을 휩쓸었고 이후 2009년과 2012년에 우승을 추가했으나 이후 지난 4년간은 우승이 없었다. 2012년 윔블던 우승 이후 4년째 메이저 타이틀이 없던 페더러는 올해 호주오픈에서 나달을 꺾고 우승, 생애 18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따내며 화려하게 부활했고 이번 대회에서 19번째 메이저 우승을 노리고 있다.
한편 이날 베르디히와의 8강전 2세트 도중 경기를 팔꿈치 통증으로 결국 경기를 포기한 조코비치는 경기 후 팔꿈치 통증이 1년 반째 지속되고 있다면서 장기적인 휴식을 취할 것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코비치는 2015년 윔블던부터 지난해 프렌치오픈까지 4연속 메이저를 휩쓸며 최고 전성시대를 여는 듯 했으나 이후 타이틀을 보태지 못하고 있고 1위 장기집권이 예상됐던 세계랭킹도 4위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날 조코비치의 기권으로 손쉽게 페더러의 4강 상대가 된 베르디히는 지난 2010년 윔블던에서 한 차례 결승에 오른 적이 있는데 결승에서 나달에 패해 준우승에 그친 바 있다. 페더러는 베르디히를 상대로 맞대결에서 18승6패로 절대 우위를 보이고 있고 특히 2014년 이후에는 7연승을 이어가고 있다. 윔블던에서 두 차례 만났는데 2006년 16강에서는 페더러, 2010년 8강에서는 베르디히가 각각 승리한 바 있다.
또 다른 4강전은 칠리치와 퀘리의 대결로 펼쳐지게 됐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이 대회 8강에서 탈락했던 칠리치는 이날 서브 에이스 33개를 앞세워 전 라운드에서 나달을 쓰러뜨리고 올라온 뮐러를 풀세트 접전 끝에 따돌리고 윔블던 8강전 징크스를 떨치는데 성공했다. 한편 올해 프렌치오픈에서 1회전에서 한국의 정현에 패해 탈락했던 퀘리는 골반 부상으로 막판에는 거의 뛰기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인 머리를 마지막 두 세트에서 모두 6-1로 압도하고 지난해 윔블던에서 올린 자신의 메이저대회 최고성적(8강) 경신을 확정지었다. 퀘리는 칠리치와 통산 4차례 맞대결에서 4전 전패로 절대 열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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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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