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요즘 햄버거 매장이 한산하다고 한다. 햄버거 잘못 먹었다가 신장에 이상이 생겼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햄버거 기피현상이 일어났다. 용혈성 요독증후군(HUS)이라는 어려운 이름이 간단하게 ‘햄버거 병’으로 표현되면서 ‘햄버거 포비아’가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매사에 너무 호들갑스럽게 반응하는 냄비 증후군이 또 발동한 측면이 있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음식은 기분 좋게 먹어야 몸에 이로운 법. ‘혹시라도’ 하는 찜찜한 기분이 있다면 당분간 햄버거 매장은 조용할 수밖에 없다.
‘포비아’는 지난 5일 4살짜리 여아의 가족이 맥도널드 한국지사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되었다. 지난해 9월 아이가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먹은 후 HUS에 걸려 신장기능의 90%를 잃었다는 주장이다. 가족에 따르면 아이는 그날 햄버거를 먹은 후 복통을 호소하며 쓰러졌고, 병원에 입원해 HUS 진단을 받았다. 맥도널드가 패티, 즉 간 고기를 덜 익힌 상태로 햄버거를 만들어 고기 속에 있던 병원성 대장균이 장출혈성대장균 감염증을 일으키고 이어 합병증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아이는 지난해 12월 퇴원했지만 신장이 기능을 하지 못해 매일 수 시간씩 투석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 어린 아이의 그런 고통을 지켜보며 부모의 가슴이 어떠할 것인가.
이번에 문제가 된 병원균은 병원성 대장균 0157:H7, 보통 0157로 불린다. 우리가 E 콜라이라고 알고 있는 균이다.
E 콜라이는 대장균의 학명(Escherichia Coli)의 약자. 대장균을 처음 발견한 독일의 미생물학자 테오도르 에세리히의 이름을 따서 학명이 만들어졌다. 콜라이는 대장이라는 뜻.
대장균은 사실 우리와 친한 균이다. 사람의 대장에 살면서 비타민 K2 를 합성해 공급하고 유해 세균이 들어오면 없애주는 역할을 한다. 문제가 되는 대장균은 변종들. 병원성 대장균 0157은 지난 1982년 오리건과 미시건에서 같은 패티를 먹고 수십명이 식중독을 일으키면서 알려진 후 2000년대 들어 세계 곳곳에서 자주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햄버거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2000년대 중반 미국에서는 시금치 비상이 걸렸다. E 콜라이 0157에 감염된 시금치로 인해 식중독 환자들이 발생, 시금치 기피현상이 일어났다. 연방질병통제 예방센터에 의하면 매년 미국에서는 6명 중 한명 꼴로 식중독을 경험한다. 이중 E 콜라이 감염은 6만~7만명, 이로 인한 사망자는 50~60명으로 집계된다.
야외 피크닉 잦은 여름철, 음식 잘못 먹고 배탈이 나면 파티는 악몽이 되고 만다. 명심할 것은 E 콜라이는 화씨 155도에 죽는다는 사실. 그래서 햄버거 패티는 최소한 화씨 160도까지 익혀야 한다. 닭고기는 화씨 165도가 기본. 닭고기에 흔한 살모넬라는 E 콜라이보다 더 고열에서 죽는다.
일단 잘 구웠다고 끝이 아니다. 요즘같이 뜨거운 날, 야외 테이블에 음식 차려놓고 몇 시간 지난 후 다시 햄버거나 핫도그를 집어 먹는 것은 금물이다. 마카로니 샐러드나 감자 샐러드를 테이블 위에 그대로 두는 것도 금물. 식중독 위험이 높다.
같은 음식이라도 건강한 사람은 가벼운 식중독으로 그칠 수 있지만 어린아이나 면역이 저하된 사람에게는 치명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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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에서는 라면 끓여서 김치랑 먹으면 E콜라이 같은것은 걱정할게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