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립학교 100여곳서 추진, 공립교,빈곤층에 불리
지나 김의 대입가이드
어드미션 매스터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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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표 변혁 움직임을 지켜보며>
최근 미국의 명문 사립고등학교에서 변혁을 시도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성적표 양식을 없애 버리겠다는 것이다.
100개가 넘는 사립학교들은 숙련도 성적표 컨소시엄(MTC: Mastery Transcript Consortium)을 조직하고 현재의 성적표 작성 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혁신에 나섰고, 이를 위해 200만달러 펀드까지 조성했다.
MTC의 목적은 간단하다.
현재의 성적표로는 그 학생에 대해 올바른 평가를 내리는데 분명한 한계가 있는 만큼 보다 깊이 있는 평가를 통해 대학입시에서 입학사정관들이 지원자들의 면면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평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고등학교에서 평가한 학생들의 수준을 실제로 입증할 수 있는 근거가 포함돼야 한다는 게 MTC의 입장이다.
이들이 추구하는 성적표 개혁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는 고정된 평가기준을 없애고 둘째는 숫자나 알파벳으로 수준을 정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셋째는 수시 평가되는 성적 시스템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MTC의 성적표 개혁은 그 의미 자체로만 보면 매우 혁신적이고 바람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현재 고등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성적표는 아주 간단한 내용만을 담고 있다.
학생이 수강한 과목과 성적, 그리고 랭킹 정도여서 실제 그 학생이 그 과목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에 대해 보다 정확한 검증을 할 방법이 없다. A를 받았으면 매우 우수하다는 일반적인 인식에 머문다는 뜻이다.
반면 MTC의 개혁안을 보면 과목에 대한 숙련도를 집중 분석하고 있다. 즉 외국어를 수강했을 경우 단순히 A, B, C 학점의 나열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단어를 알고 있고, 어느 정도의 회화 실력을 갖추고 있는 등을 통한 실질적인 숙련도를 평가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교력, 커뮤니케이션 스킬, 디지털 스킬, 판단력 등에 대한 다각적인 평가를 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MTC가 추구하는 새로운 성적평가 시스템은 명문사립대학들이 추구하는 ‘포괄적 입학사정평가’ 시스템에 정말 잘 어울리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학업능력은 물론 개인에 대한 다양한 면들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와 자료들을 한 눈에 살필 수 있으니 지원자들을 비교하고 우열을 가리는 것이 한층 쉬워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숫자로 나타난 학생들의 학업능력 평가 외에 다른 것은 에세이와 교사 및 카운슬러 추천서를 통해 내면을 알아보려는 비중이 줄어들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도전이 성공적인 결과를 불어올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사립과 공립의 시스템 차이를 간과할 수 없다.
사립학교들은 재학생 개개인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명문인 경우 학생이 입학하는 순간부터 졸업할 때까지 부족한 것은 채워주고,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개별지도를 펼치기 때문에 이런 평가가 가능하다.
더욱이 사립학교들의 학생 개인의 성격과 관심사에 부합하는 다양한 과외활동 기회를 만들어 준다.
게다가 높은 학비와 풍부한 기금 등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수월하다.
하지만 공립학교는 전혀 다르다.
한 예로 공립학교에도 카운슬러들이 있어 대학진학을 돕고 있지만 한 카운슬러가 담당해야 하는 학생들의 수가 수백명이다. 물리적으로 이들을 한명씩 세밀하게 지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재 보다 훨씬 많은 카운슬러를 고용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재정을 필요로 하는데 현재로선 쉽지 않은 일이다.
또 오랫동안 지속해 온 성적표 시스템을 바꾸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수많은 공립학교 또는 교육구들에 이를 적용하려 한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이에 앞서 전체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또 다른 문제는 빈부의 차이로 인한 또다른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
사립학교는 재정적으로 풍요로운 가정 출신들이 대부분이다. 이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 더해 가정에서 추가적인 지원이 충분하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가운데 MTC가 추구하는 혁신이 가시화 된다면 사립 출신들은 더욱 빛이 나는 스팩을 만들어 갈 수 있다.
하지만 빈곤층 자녀들은 가뜩이나 같은 공립학교라고 해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학생들에 비해 학업능력 향상을 위한 사교육 등에서 곤란을 겪고 있고, 과외활동과 대입학력평가시험 준비에서도 원하는 만큼 또는 수준의 지원이 어렵다.
대학들도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은 특별한 반응을 나타내지는 않고 있다. 전통적인 시스템을 전방위로 확대하는데 따른 부작용에 대해 전혀 검토나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개념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면서도 실제적인 움직임은 없는 것이다.
나 역시 이에 대해 충분한 검토와 장기적인 분석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혁신도 좋지만 그것이 다수의 학생들에게 오히려 불리한 요소로 작용한다면 이는 형평성의 문제가 될 수 있고, 공립학교의 환경과 여건에 대한 충분한 개선이 먼저 이뤄지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100개 넘는 미국 내 사립학교들의 움직임을 명문 사립대학들이 아예 무시하지는 못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명문 사립 고등학교 출신들의 단단한 인맥이 정치적으로 충분히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는 예단할 수 없지만 교육계 일각의 이같은 움직임을 남의 일로 넘겨버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사진설명>최근 미국의 명문 사립고등학교에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성적표 양식을 없애 버리는 등 변혁을 시도하고 있지만 공립학교와 형평성 문제 등으로 쉽게 이뤄지긴 힘들 전망이다.
<
박흥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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