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이 6월 29-30일에 열린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여러 가지 의견교환과 협력방안이 논의되겠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논제는 한미 FTA도 아니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의 방안과 사드 배치 문제일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G7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는 조만간 해결될 것이며 내기를 해도 좋다는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각종 공약을 내걸고, 당선 후에는 흐지부지하겠지하는 일반인의 생각과 달리 밀어 부치는 것을 보면 단순한 허풍이나 공갈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또한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는 한,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고 미국 틸러슨 국무장관은 누누이 강조해 왔다. 거기에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미국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고 압박하기 시작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과의 모든 교역을 중단하고 석유까지 끊어 버리면 손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없지는 않지만 단지 거기에 전적으로 매달리는 것 같지는 않다. 북한에서 핵 개발과 대륙간 탄도 미사일 개발에 강한 의지를 표명하는 것 같이, 북한을 자주 방문한 익명의 인사도 수백만 명이 굶어 죽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일반인들도 짐작하고 있는 북한의 핵 개발에 관한 집착을 세계 최고의 정보수집국인 미국의 수뇌부가 모를 리가 없다. 그렇다면 중국도 러시아도 100퍼센트 협조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미국이 직접 해결하겠다는 강한 자신감은 어디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이며 그 해결방안은 무엇인가?
북한이 포기하지 않는 한 미국의 입장에서 보는 해결 방안은 북한의 요구대로 평화조약을 체결하거나 아니면 선제 폭격밖에는 없는 것 같다. 평화조약 체결은 한반도 내에서 미국의 지위를 포기하는 것이며 한반도 적화통일의 첫 단추를 꿰는 북한의 전략적 쾌거가 될 것이다.
한편 미국의 선제공격은 불가능하며 성공하기도 쉽지 않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일반적이다. 그 시각의 배경에는 나름대로의 논리가 자리 잡고 있다.
첫째, 북한은 공격 받으면 반드시 반격한다. 그러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6.25전쟁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것이다.
둘째, 한국에 주둔 중인 2만명의 군인과 군속, 그 가족들, 그리고 한국에 체류중인 20여만명으로 추산되는 미국 시민의 안전과 대피; 셋째, 일본과 주일 미군기지에 떨어질 수도 있는 북한 미사일에 대한 방어체계의 불안감; 넷째, 세계 3차 대전으로 번질 수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제폭격으로 북한 지도부와 핵을 완전히 제거할 수가 있겠느냐는 의구심이다.
문제는 이러한 진영 논리가 미국보다는 한국에서 더 공론화되고 설득력이 크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불안한 미국 교민사회와는 달리 한국은 해방 이후 최고의 태평성대를 맞이한 것 같다.
부정부패 척결, 적폐 청산, 표퓰리즘의 남발에 편승해 희망찬 맹목적 민족주의가 일어나며 친미 동맹에서 중국과의 균형을 맞추려는 모습이 확연해졌다. 조중 군사 동맹의 당사국이며 북한을 필요로 하는 나라가 중국이란 것을 잊어버린 것은 아닌지…문재인 대통령이 UN에서 인도주의적인 업무를 담당했던 강경화씨를 외교부 장관 후보로, 개성공단은 즉각 재개되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하는 조명균 전 개성공단 사업지원단장을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함으로써 속마음을 드러냈다.
또한 미국으로서는 반드시 해야할 한반도 사드 배치를 중국의 눈치를 보며 환경 영향 평가와 절차상의 문제를 구실삼아 지연시키고 있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핑계는 전략도 아니고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사드를 가지고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국익을 취할 수 있는 기회는 이미 놓쳐 버렸다.
남북한의 민족도 좋고 국내에서의 소탈과 소통으로 인한 박수갈채도 좋다. 하지만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어 잘못된 판단을 한다면, 한 사람의 결정권자로 인해 민족적 대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민족 공영과 인도주의에 입각한 남북한 모두 더불어 잘 사는 나라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절대가치이지만 지금은 그 시기가 아니다. 한반도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고 휴전상태인 것을 모두가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미국 우선을 최고 정책으로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예측불가능한 사람일수록 줄 것은 주고 받아 낼 것은 받아내는 선명하고도 과단성 있는 정면돌파전략으로 협상해야 한다. 예측 불가능한 사람일수록 애매모호한 상황을 즐기는 경향이 있는 반면에 확고한 약속은 지키려고 노력한다.
세계 최강의 미국이 북한이란 조그만 나라에 질질 끌려다닐 것인가, 아니면 ICBM 개발하기 전에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고통을 감내하고 선제 폭격을 할 것인가? 지혜를 모아 한미 정상 회담에 임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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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규/샌리앤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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