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캐나다 여행을 가기 위해 덜레스 공항에 도착했을 때 모자가 없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차안을 살펴보니 전우회로부터 4년전 받은 ‘Vietnam Veteran(베트남 베테란)’ 모자가 있었다. ‘꿩 대신 닭’이라는 생각으로 묘한 기분이지만 자부심을 가지고 쓰기로 했다. 비행기에 탑승하니 조종사가 내 모자를 보고 군대식 경례를 한다.
비즈니스석을 통과하는데 내 나이 또래 백인이 ‘Thank you support for USA”하며 악수를 청하며 인사한다. 나도 얼떨결에 “천만에요”하고 인사했다. 자리를 잡고 있는데 옆자리 손님도 미국을 위해 한국이 월남전에 함께 싸워줘서 고맙다고 한다.
나도 한국 전쟁 때 미국이 도움을 준 것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아내와 나는 이 모자가 시선을 끄는 힘이 있구나하며 미소를 지었다.
시애틀 공항에 도착후 렌트카 업체에 도착하기 까지 4명의 미국인이 모자를 보고 나에게 고맙다고 인사한다. 렌트카 업체에서 모자의 위력(?)을 실감했다. 미리 예약한 차에 가져간 아이스박스가 커서 트렁크에 들어가지 않아 애를 쓰고 있는데 직원이 무료로 큰 차로 교체해 주겠단다.
자기 외삼촌도 월남전 참전용사 였는데 얼마 전에 하늘나라에 가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 계약서에 가격변동 없다는 내용과 함께 자기 이름에 사인까지 했다. 이후 밴쿠버에서 캘거리까지 수많은 미국인 관광객들로부터 인사받기에 여행은 정말 즐거웠다.
월남전 참전 모자는 미국사람들로 하여금 나에게 접근하게 만든다. 모자의 위력을 진작 알았다면 25년이나 근무했던 직장에서 쓰고 다닐 걸 하는 아쉬움도 있다.
워싱턴에 돌아와서 밖에 나갈 때는 월남전 참전 모자부터 챙기는 버릇이 생겼다. 식당, 샤핑센터 등 곳곳에서 쓰고 다닌다.
골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이 모자른 쓴 이후로 말투가 달라졌다. 다들 친절하게 해 준다. 참전모자로 인하여 미국인들의 관심과 만남을 숫자로 짐작해보니 하루에 2명은 족히 되지 아니할까 생각된다. 작년 8월부터 계산하면 약 550명은 될 성 싶다.
워싱턴 지역에 약 300명의 월남전 참전전우가 있다고 한다. 4년 전부터 이 모자를 일찍 쓰고 다닌 참전 전우들의 민간 외교역할은 대단한 외교적 업적을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고국에서는 2년 전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국회의원이 발의한 ‘월남전 전투수당 급여금’ 지급에 관한 특별 법안이 본회의 의결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이 안건을 발의한 의원들과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가 답변한 속기록을 읽어보니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70년대 정해진 법조문만 가지고 답변하고 있었다.
월남전에 참전한 미군장교와 이야기할 기회가 있어 알아보았더니 기가 막혔다. 유언비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 당시 한국의 파월장병의 처우는 미군과 같은 조건이었다는 것이다. 즉 사병은 월 400달러에서 500달러, 장교는 약 1,200달러였다. 그렇다면 병장 달고 참전한 내가 수령한 금액이 월 약 50달러였으니 450달러는 어디로 갔을까? 소문대로 한국의 경제발전에 크게 도움이 되었다면 그것으로 이해하고 만족해야 하나?
5,000명의 전사자와 1만5,000명의 부상 장병, 고엽제로 고생하고 있는 파월장병과 그 가족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을 종종 듣는다. 매년 껌 값 밖에 안 되는 돈을 올려주면서 생색내는 보훈처도 각성해야 한다. 파격적인 인사로 새로 임명된 보훈처장에게 기대가 크다. 지난 정부와 국회가 잘 한 것 중 하나가 ‘5.18 광주민주유공자 보상법’과 ‘세월호 참사에 관한 보상법’이다. 이제 국회에서 금년에 통과해야 될 것 중 하나가 ‘월남전 참전 군인의 전투근무 급여금’이다. 빠른 시일에 통과시켜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앞으로도 많은 미국인들이 이 모자를 보고 나에게 다가와 “월남전에 함께 싸워주어서 고맙다”고 말할 것이다. 이때 나도 “한국전때 한국을 도와주어서 정말 고맙다”고 얘기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일도 ‘베트남 베테란’ 이라는 로고가 큼직하게 새겨진 모자를 쓰고 길에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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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효 황해도민회 이사 버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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