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클로저인 오승환의 트레이드 가능성이 등장했다. 세인트루이스 매체들이 21일 일제히 오승환의 트레이드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올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올리고 있는 카디널스가 플레이오프 레이스에서 탈락이 굳어진다면 트레이드 데드라인인 7월31일 이전에 오승환을 내보내고 유망주를 확보하려 할 것이라는 것이다.
사실 가만히 생각해본다면 오승환 트레이드는 카디널스 입장에서 여러 가지로 “말이 되는” 시나리오다. 우선 오승환은 시즌이 끝나면 FA(프리에이전트)로 풀린다. 구단 입장에선 계약 종료 전에 그와 재계약을 할 생각이 없다면 그냥 FA로 놓치느니 대가를 받을 수 있는 트레이드를 하는 것이 이득이다. 물론 오승환과 재계약을 할 수도 있지만 오승환의 나이(다음 달에 만 35세가 된다)와 함께 지난 2년간의 활약으로 연봉 기대치가 더 올라갔을 것을 감안할 때 카디널스가 선뜻 재계약에 나설지 의문이다. 더구나 오승환은 리그 정상급 구원투수지만 올해 그의 구위는 거의 ‘언히터블’이었던 지난해에 비하면 상당히 떨어진 느낌을 주고 있어 카디널스로선 재계약보다는 트레이드 쪽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도 오승환 트레이드설이 설득력이 있는 것은 현재 내셔널리그(NL) 동부지구 선두인 내셔널스가 불펜 에이스를 간절하게 필요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셔널스는 지금 NL에서 플레이오프행이 가장 확실한 팀 중 하나지만 불펜에 믿을만한 클로저가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는 팀이다. 뒷문을 책임질 확실한 마무리가 없으면 월드시리즈 우승은 꿈꾸기 어렵다. 그 때문에 내셔널스는 올해 포스트시즌만을 위한 단기임대가 될망정 비싼 대가를 지불하고라도 탑 클로저 영입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카디널스 입장에선 오승환을 트레이드 카드로 내세워 내셔널스의 다급함을 활용한다면 좋은 거래를 얻어낼 가능성이 충분하다.
오승환 뿐 아니라 LA 다저스의 류현진도 상황에 따라 트레이드 시장에 이름이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 류현진의 경우는 선발투수 자원이 풍부한 다저스에서 입지가 확실치 못한 상황이다. 더구나 전문가들은 다저스가 트레이드 데드라인 전에 플레이오프에 대비, 또 한 명의 탑 스타터를 영입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만약 다저스가 선발투수를 더 보강한다면 류현진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사실 류현진은 어깨수술 전력 때문에 트레이드가 쉬운 선수가 아니다. 하지만 그는 올해 꾸준하게 마운드에 오르며 부상에서 거의 회복됐음을 입증해가고 있다. 앞으로 7월말까지 한 달여 남은 기간 동안 꾸준하게 마운드에 오른다면 부상 재발에 대한 우려는 상당히 희석될 것이다.
다저스가 그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할지 모른다는 것은 그가 선발진에서 밀려날 경우 그의 용도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부상 경험 때문에 등판 루틴이 불규칙적인 불펜 투수로 투입이 힘들고 무엇보다도 본인이 싫어한다. 더구나 그는 마이너행 거부권을 쥐고 있어 동의 없이는 마이너로 보낼 수도 없다. 그 때문에 만약 다저스가 다른 선발투수를 데려오기로 결정한다면 그 대가로 류현진을 포함시킨 패키지를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그것은 트레이드 상대가 받아들여야 가능한 일이다. 그 때문에 최근 다저스가 겐타 마에다를 불펜에 남겨두고 류현진을 선발로 고정시킨 것은 잠재적 트레이드 파트너들에게 다음 달 말까지 선발투수로서 류현진의 가치를 보여주기 위한 ‘쇼케이스’ 일수도 있다. 류현진이 꾸준하게 호투를 할 경우 그의 트레이드 밸류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아주 좋은 호투를 이어간다면 다저스가 상황에 따라 트레이드를 포기하고 그를 계속 선발로 기용할 수도 있다.
반대로 류현진이 이번 기회에서 좋아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전망은 예측불허가 된다. 트레이드도 힘든데 팀 내에서도 설 자리가 없어지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올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지상과제로 삼고 있는 다저스가 류현진의 재기를 무한정한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주리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류현진에게 다음 한 달은 너무도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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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부국장·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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