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내의 한 공립고등학교 개명 여부 논쟁이 지금 한창 진행 중이다. 바로 폴스 처치에 위치한 J.E.B. (James Ewell Brown) 스튜어트 고등학교 이야기다.
이 학교의 개명 문제가 교육위원회에 처음 제기 된 것은 지금부터 약 2년 전이다. 당시 그 학교 학생들 몇 명이 교육위원회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학교 이름이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 장군의 이름인데, 노예제도 존속을 위해 싸운 사람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었다.
그 후 해당 학교를 중심으로 지역 사회에서 그 사안을 놓고 여러 번 모임이 있었다. 그러다가 1년 전에는 교육위원회가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개명의 장단점, 지역사회의 지지도, 필요한 비용 등에 대한 보고서를 올해 3월까지 교육위원회에 제출하도록 했다.
그런데 그 특별위원회는 구성 초기부터 극명하게 찬반 두 그룹으로 나뉘어졌고, 의미있는 논의와 연구를 같이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결국 두 그룹이 따로 교육위원회에 제출할 보고서를 준비했다. 그리고 정식 보고가 계획보다 2개월 이상 지연된 이번 주 월요일 교육위원회 실무회의에서 있었다. 사실 이 회의에서 특별위원회의 보고와 교육위원들의 논의를 위해 원래는 2시간 정도 시간을 할애 했으나, 지역사회의 지대한 관심과 사안의 중요성을 반영하듯 실제로는 거의 두 배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물론 아직 모든 논의가 끝나지 않았다. 교육위원회는 7월 중순의 실무회의 때 다시 논의한 후 최종 결정은 7월 말의 정기회의에서 내리기로 했다.
이 사안이 민감한 이유는 인종문제와 노예제도가 거론되기 때문일 것이다. 1954년 연방대법원은 역사적인 Brown v. Board of Education 판결에서 백인, 유색인 학생들로 분리된 학교들을 통합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스튜어트 고등학교 개명찬성 측 주장에 의하면 당시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는 학교 통합에 소극적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해당 판결이 내려진 지 4년이나 지난 1958년에 스튜어트 고등학교 이름이 정해진 것도 대법원 판결에 불복하는 의미에서 그랬다는 것이다. 이는 비도덕적, 비교육적일 뿐만 아니라 노예의 후손인 흑인들을 위시해 인종차별을 혐오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모욕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달리 개명반대 측은 찬성 측이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한다. 학교 이름이 정해질 당시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가 곧바로 학교를 통합하지 못한 것은 판결에 불복하려 해서가 아니라 버지니아 주정부로부터의 압력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버지니아 주지사와 주의회가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적극적으로 불복하기로 했다. 그리고 주정부 지시에 따르지 않는 학교는 재정보조 중단 뿐 아니라 폐교까지 시키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는 사실 버지니아 주에서 어느 학군보다 먼저 인종통합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개명반대 측은 학교 이름 결정 배경에 인종차별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고 한다. 스튜어트 장군은 버지니아 출신의 훌륭한 군인으로서 학교 가까운 곳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것이다.
그가 미합중국 장교 자리를 사임하고 남부군에 합류한 것은 자신의 고향인 버지니아 주를 돕기 위해서이지 노예제도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개명을 통해 기존의 역사를 지우려고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런 역사를 통해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을 가르치는 것이 올바른 교육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몇 번 실시한 설문조사에 절대 다수의 참여자가 개명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대로 개명을 강행하는 것은 민주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개명에 쓸 예산이 있다면 그 돈을 대신 학생들의 교육에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첨예한 논쟁은 앞으로 적어도 7월 말까지는 더 지속될 것이다. 교육위원회가 어떻게 결정할지 아직은 예단하기 힘들다. 노예제도의 역사와 아직도 어느 정도 존재하는 인종차별의 아픔은 여전히 미국 사회가 넘고 건너야 할 산이며 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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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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